[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코로나19 백신 접종 첫 사망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순조롭게 진행되던 접종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백신의 안전성을 이유로 일선 의료진과 환자들이 접종을 꺼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망 사례는 국내 접종률에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단 정부는 백신 접종과 사망과의 연계성에 신중론을 견지하면서 역학조사에 나선 상황이지만 접종을 앞두고 있는 대상자들의 불안감은 확산되는 모습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접종 8일째인 4일까지 백신을 접종받은 후 사망 사례가 5명으로 늘었다.
지난 2일 평택에서 60대 남성 1명, 고양시에서 50대 남성 1명이 사망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중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었다.
첫 번째 사망자인 50대 남성은 경기 고양 소재 요양병원 입원환자로 2일 9시30분경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11시간 경과 후 흉통과 메스꺼움을 호소해 치료했으나 3일 오전 7시 숨졌다.
두 번째 사망자인 60대 남성은 경기 평택 소재 요양병원 입원환자로 지난달 27일 2시30분경 백신 접종 33시간 경과 후 발열과 전신 근육통 증상을 보였고, 상태가 악화돼 3일 오전 10시 사망했다.
정은경 청장은 “예방접종 인과관계와 원인을 조사 중이며, 아나필락시스 등 중증 이상반응 방지를 위해 건강상태가 좋은 날에 접종을 받아달라”고 말했다.
물론 아직까지 백신 접종과 사망의 연관성을 확인되지 않았지만 백신에 대한 두려움이 확산되면서 접종률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지난 달 백신 접종 개시를 앞두고 전국 요양병원 및 요양시설, 정신요양·재활시설 접종 대상자 36만695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0%가 넘는 인원이 접종 의향을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이 이뤄지는 요양병원과 시설 종사자들 동의율은 93.6%였고, 화이자 백신이 배정된 코로나19 환자 치료 병원의 동의율은 94.6%였다.
이는 미국과 프랑스 등 선진국의 백신 접종 기피에 반하는 결과로, 오는 11월 ‘집단면역 형성’이라는 정부의 목표에 청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실제 지난달 26일부터 3일까지 백신 접종을 받은 사람은 8만7428명에 달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8만5904명, 화이자 백신은 1524명이었다.
이 추세라면 정부의 ‘집단면역 형성’ 계획이 무난하게 달성될 듯 보였지만 접종 개시 6일 만에 사망 사례 2건이 발생하면서 정부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사망자 2명 모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동안 잠잠했던 해당 백신에 대한 불신이 다시금 확산되는 모양새다.
지난해 11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3상 임상시험 초기 데이터 분석 결과 평균 예방 효과가 70%로 화이자(94%)나 모더나(94.1%)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 의료진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뒤 화이자 백신 접종 사례보다 큰 부작용을 보였다는 소식도 전해진 바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을 호소하는 의료진이 많아지자 프랑스 일부 병원들은 의료진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시기를 늦추거나 일시 중단하는 사례도 있었다.
한 종합병원 원장은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조사결과 백신과 사망의 연관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접종 대상자 입장에서는 두려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망 사례는 향후 접종률 저하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며 “방역당국 입장에서도 인과관계 규명을 떠나 접종률 저하가 가장 우려되는 부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3일까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 받은 뒤 나타난 이상반응 신고 사례는 208건이며, 이 가운데 아나필락시스 의심사례는 3건이 3일 0시 신규로 확인됐다.
화이자의 경우 1건이고 아나필락시스 의심사례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