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산업화 국회 여야 특위 지금 어디에
새누리당 국민건강특별위원회 당근과 채찍 병행
2015.04.10 18:00 댓글쓰기

[기획 상]박근혜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았던 2014년, 정부와 보건의료계의 관계는 악화일로였다. 박근혜 정부는 신성장 동력으로 의료산업화를 추진했고, 그 대표적 사업인 원격의료는 의료계의 반발을 폭발시키는 뇌관으로 작용했다. 의료계는 지난 2012년 포괄수가제(DRG) 사태 이후 2년도 안된 시점에서 ‘파업’ 카드를 꺼내드는 강수를 뒀다. 특히 이 시기는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에 대해 정치권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여야는 특별위원회(이하 특위)를 발족시키며 문제 해결에 나섰는데, 그 목적은 상이했다. 여당에서는 냉각된 의-정 관계에 윤활유를 부어 정책 추진에 기여하고자, 야당에서는 매 정권마다 반복되는 의료산업화를 막아 내고자 나름의 전략을 세워 움직였다. 박근혜 정부의 의료산업화가 여전히 진행 중인 지금, 활동 1년이 지난 해당 특위들은 어떤 활동을 벌였고, 또 어떤 성과를 거뒀을까.[편집자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정책은 공공의료체계 강화를 기반으로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의료산업을 선진화하는 것이다. 결코 의료영리화나 의료비 인상이 아니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키고자 한다”


심재철 새누리당 국민건강특별위원회(이하 건강특위) 위원장이 한 말이다. 건강특위는 의료영리화 논란을 진화하기 위해 발족됐다. 국민에게 정부의 정책 추진 방향을 정확하게 알리고, 또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려는 의도다.


특히 6·4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의 파업 결정은 새누리당에게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된 상태였다.

 

건강특위는 심재철 위원장을 중심으로, 의료수가 조정 등을 담당할 건강보험 발전분과는 김현숙 의원이 분과장을 맡았고 신의진·정몽준·유재중·신경림·문정림·공형식 의원이 활동한다.


의료산업 활성화를 이끄는 의료서비스 발전분과는 박인숙 의원을 주축으로 윤진식·안효대·이명수·이한성·박덕흠·김희국·김명연·류지영·김정록·김장실·윤명희 의원이 힘을 모았다.


정책자문위원으로는 이제호 성균관의과대학 산부인과 교수, 김주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사공진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김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위원, 이용균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연구실장, 정기택 경희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이기효 인제대학교 보건대학원장 등 각계 인사들이 위촉됐다.

 

■ 활동도 성과도 없는 ‘건강보험 발전분과’
“이런 자리는 시작은 있지만 끝이 없다” 건강보험 발전분과 1차 회의 때 의협을 대표해 토론자로 나선 최재욱 의료정책연구소장이 한 말이다. 꼭 그의 말대로다.


‘건강보험 발전분과’의 가장 큰 역할은 의료계에 대한 의견 수렴이었다. 의료계와 정부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시점에서 새누리당이 할 수 있는 일은 소통 창구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는 황우여 당시 당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의료계가 요구하고 있는 ‘의료수가 조정’을 포함한 건강보험 체계 전반을 발전시키는 특위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한 것에서 읽을 수 있다.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도입으로 한껏 격앙된 의료계에 ‘수가 조정’이라는 가능성을 던지며 당근을 제시한 것이다.


그 목적에 걸맞게 건강보험 발전분과의 1차 회의는 대한병원협회, 의협 등 6개 보건의료단체들의 의견 청취였다. 지난해 초 이뤄진 이 회의는 의료영리화 논란 이후 처음으로 6개 보건의료단체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아 귀추가 주목됐다.


앞서 건강보험 발전분과는 각 직역이 지적한 건강보험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대한 의견을 듣고, 이에 대한 현실적 대안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활동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건강보험 발전분과와 의료계의 스킨십은 오래가지 않았다. 몇 주 후 2차 비공개 간담회를 개최하며 ‘은밀한 대화’를 시도, 이어 순차적으로 각 협회 별 면담을 예정했지만 지금껏 대부분 협회와의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정책적 성과물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당초 특위는 “2차 회의에서 우리나라의 왜곡된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의료계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서비스에 대한 지불 수단인 건강보험제도를 통해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달성할 수 있는 개선안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 하나 제대로 된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


1·2차 간담회에 참석한 한 의료계 관계자는 “애초 큰 의지가 없었다”라고 평했다. 그는 “의료계에서 지적한 문제는 예측 가능하다. 그것에 대한 대안이나 보완책을 토대로 신뢰와 책임을 바탕으로 실무적 논의가 진행됐으면 모르는데 의견을 듣는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에서도 관련 실무자가 나왔지만 청와대와 복지부 의견을 설명하는데 그쳐 각자 자신의 말을 하는 선에서 끝났다”며 “애초 현 제도 틀을 뛰어넘어 수가 등을 논의할 동력이나 역량이 없었다”고 진단했다.


한 정부 관계자 역시 비슷한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정부와 의료계가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의 정치적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 같다. 특위를 설치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 권한이 없었다”며 태생적 한계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현숙 분과장의원실 역시 별다른 해명을 하지 못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활동 내용과 성과를 묻는 데일리메디와의 통화에서 “담당자가 의원실을 떠났고, 관련 활동이 오랫동안 이뤄지지 않아 자료가 남아있지 않다. 인력이 많이 바뀌어 특위 활동 관련해서 아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뚜렷한 성과는 없지만 의료계의 목소리를 듣는 과정에서 의원님들의 인식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본다”며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음을 인정했다.

 

■ 조용하면서도 꾸준히 활동 벌인 ‘의료서비스 발전분과’
의료서비스 발전분과는 조용하고 꾸준한 활동을 전개했다. 이는 박인숙 분과장의 정책 추진 의지가 강력했기 때문인데, 이는 직간접적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여러 의료산업화 정책에 영향을 미쳤다. 


의료서비스 발전분과 활동의 시작점은 분과가 생기기 전인 2013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박인숙 분과장은 국회바이오전문가포럼(Bio Industry Forum)을 창립, 현재까지(2015년 3월 기준) 18회를 개최하며 의료서비스 발전 방안에 대한 논의를 꾸준히 진행해 나가고 있다. 국회 바이오전문가포럼은 Bio 분야의 정·관·산·학계 전문가들이 한 달에 한 가지씩 주제를 선정해 원탁토론을 통한 정책 대안을 논의하는 모임이다.


복지부의 유전체 연구사업 추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효소산업의 규제 완화, 의료기술평가제도의 체외진단기기 규제 완화 정책 등이 여기에서 태동하거나 탄력을 받았다. 포럼은 그 간의 활동을 인정받아 2014년 국회사무처로부터 정식으로 연구비를 지원받는 국회의원 연구단체로 등록됐다.


포럼에서 다룬 의료산업 활성화 관련 내용은 박근혜 정부도 주목했다. 당시 박 분과장은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과 문화관광비서관 등에게 정책 자문을 하며 정부의 보건의료분야 정책의 기틀 마련에 참여했다.


박 분과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당에 당·정 협의 소통 창구를 마련하기 위한 TF 설립을 건의, 승인을 받아 자신을 팀장으로 하는 ‘창조경제일자리창출특위 의료산업활성화TF’를 조직했다. 이 TF에서는 외국인환자 유치, 의료수출, ICT를 활용한 의료산업화 등의 정책을 협의했다. 


이들 정책들은 ‘의료서비스 발전분과’로 이어지며 구체화됐고, 외국인환자 비자 발급 간소화, 의료관광 플렛폼 제작 예산 투입, 부대사업을 위한 자법인 개방, 메디텔 허용 정책 등을 통해 알려졌다.


이 같은 정책은 의료영리화와 원격의료 논쟁으로 번지며 많은 부분 좌절됐는데, 박인숙 분과장은 “최근 의료정책 논란에서는 모두가 국민 건강을 논하면서도 정작 국민 입장과 목소리는 간과돼 있었다. 다양한 의견 소통 창구를 열어 놓고 실질적으로 미래 국민 건강을 실현시킬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추진 의지를 재확인 했다. 


의료서비스 발전분과의 이 같은 활동에 의료계, 특히 개원가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박 분과장은 대학병원 출신이어서 많은 정책들이 대학병원 위주로 나오고 있다”며 “정책을 지지하거나 규제완화를 옹호하는 집단과의 소통만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박 분과장이 의료계와 정부의 통로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몇 안되는 의원인 것도 사실이다. 실제 지난해 3월 의협이 파업을 결정하기 전, 의료계는 박 분과장을 찾아 정부와의 소통을 통한 출구전략 마련을 부탁한 바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그럼에도 의료계 내 박 의원의 여론이 나쁘지 않은 것은 의사 출신인 그의 정치적 영향력을 우리 의료계가 버릴 수 없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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