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가 '안그래도 힘든데 의료분쟁 설상가상'
산부인과·이비인후과 경험 빈번…의료사고 대응 판례집 등 자구책 마련
2015.04.14 19:27 댓글쓰기

[기획 5]문을 닫는 산부인과 의원 수가 개업하는 의원의 두 배를 웃돌면서 동네에서 산부인과 간판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여기에는 의료사고 발생에 대한 개원의들의 두려움이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다. 비단 산부인과 개원가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성형외과, 정형외과, 이비인후과 등의 진료과들이 의료사고 발생과 무관치 않다. 의료사고 발생의 개연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개원가에서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분만실 산부인과 5년간 의료사고 70% 경험


산부인과는 의료사고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는 대표적인 진료과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최근 산부인과 의원의 경영이 어느 정도 변했는지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 조사를 의뢰했는데 저출산, 저수가, 특히 의료분쟁 등으로 ‘3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는 산부인과의사회 회원을 대상으로 개원 형태 및 분만 여부, 의료 분쟁 실태 및 연말정산 자료 제출 등 정부 정책 등에 대한 사항과 2006년 손익계산서와 대차대조표를 통한 경영 분석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현재의 경영상태에 대해 ‘어렵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 계속하고 있다’는 응답이 63.8%로 가장 높았고 심지어 ‘의료업 자체를 포기하고 싶다’는 응답이 8.8%, ‘외국으로 이민가고 싶다’는 응답이 3.8%로 나와 상황이 얼마나 심각지를 짐작케 했다.


산부인과 개원의들의 고개를 더욱 처참하게 떨구도록 하는 대목이 바로 의료사고다. 분만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의원 중 최근 5년 내 의료사고를 경험한 의원이 70.0%나 되고 의료사고 1회 보상금이 5000만원을 초과하는 비율이 48.7%로 집계됐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의료분쟁 보상과 관련한 해결책이 제도적으로 마련되지 않는 한 산부인과 의원의 분만 기피현상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노준 회장은 “정부가 저출산, 저수가, 의료분쟁의 삼중고 속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산부인과를 집단 이기주의라는 좁은 시각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비인후과 개원가도 의료분쟁 ‘몸살’


이비인후과 개원의들도 의료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의료분쟁을 경험했으나 상당 수가 배상보험회사나 대한의사협회 법률상담을 하지 않은 채 ‘나홀로 분쟁’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더욱 크다.

 

최근 대한임상보험의학회의 ‘이비인후과 개원가 의료분쟁 실태현황’을 보면 바로미터다.


분석결과 의료분쟁 경험에 대해 1회 20.7%, 2회 19.6%, 3회 14.1% 4회 이상 16.8%로 71.2%가 분쟁에 시달린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28.8% 만이 분쟁경험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의료분쟁 원인은 시술이나 진단 결과에 대한 환자의 주관적 불만이 52.4%로 가장 많았고, 수술 합병증은 28.3%였다. 비용이나 건강보험 적용에 대한 불만은 9.0%, 시술 이외의 서비스에 대한 불만은 5.5%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불가항력적인 위험요인이라고 할 수 있는 주사나 약물 부작용 때문에 분쟁이 발생했다는 응답도 4.8%를 차지, 제도적인 구제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분쟁이 발생했을 때 인터넷이나 지인을 통한 비공식적 상담만으로 나홀로 분쟁을 해결했다는 응답이 37.0%로 가장 많았다. 변호사 상담은 15.7%였고, 의료사고 배상보험회사 상담실을 이용했다는 응답은 10.5%였다. 반면 이비인후과개원의협의회 상담(8.5%)이나 대한의사협회 법률상담(8.3%)은 응답 비율이 낮았다.


이들 응답자들의 28.2%는 의료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과제로 ‘항의나 집단행동으로부터 실질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긴급 구조시스템’을 꼽았고, 26.2%는 행위의 위험성이 반영된 적정 의료수가를 지적했다. 15.9%는 보상 및 보호 범위가 충분한 의료사고 배상보험을 지적했다.


학회는 “의료행위의 위험성이 반영된 적정한 의료수가를 확립하고, 의료사고 배상보험에 대한 보완이 더욱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다각도로 의료사고 발생 대응”


그나마 개원의들 역시 의료분쟁 및 의료사고로 인한 고민이 날로 늘면서 자구책 마련을 위해 고삐를 죄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에 대한 대응에 적극 나섰으며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보상에 대한 부분은 고질적인 전공의 부족과 진료 환경 악화 등과 맞물려 있다는 점을 거듭 환기시켜왔다.


여기에 회원들이 좀 더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산부인과의사회는 최근 늘어나고 있는 산부인과 관련 의료분쟁에 대한 의사들의 대응력을 높이고자 의료분쟁 사례를 정리한 책을 발간했다.


유사한 분쟁에 관한 선례를 살펴 회원들에게 최대한 신속하고 적절한 분쟁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데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다.


산부인과의사회는 “현재까지 실질적으로 의료분쟁 해결의 길잡이가 되는 책을 찾기가 힘들었다”며 “분쟁에 대한 정의로운 해결을 모색하는 데도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하지만 이번 책 발간을 통해 산부인과 의사들이 항상 접하는 의료행위와 관련한 개별 사항을 중심에 두고 이를 둘러싸고 문제가 됐던 법률적 문제들을 정리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판례집은 산부인과 관련 대법원 판례뿐 아니라 통상적으로 열람이 쉽지 않았던 하급심 판결들까지 280례를 수집·분석했다.이어 “이 책이 환자와 의사가 서로 신뢰하는 진료 환경을 만들기 위한 사회적 노력에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말했다.


잇따른 의료사고로 성형외과 개원가에서도 ‘안전’을 목표로 자발적으로 시스템을 갖추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최근 성형외과 개원가에 따르면 돌발 상황에 대비해 자동제세동기(AED) 구비, 무정전 전원공급 장치(UPS) 등 안전시스템 재정비에 나섰다.


이런 분위기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는 비윤리적인 성형외과 의사의 의료사고 사건으로 성형외과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형외과에서 의료사고 발생에 따른 사회적 비판이 이어지자 성형외과 의원들은 스스로 안전시스템 갖추기에 나서고 있다.


의협 차원에서도 신해철씨 의료사고 이후 쇼닥터들을 제재하기 위한 자정 활동을 시작했다. 의협에 따르면 “신해철씨 사고 이후 의사회 및 학회로부터 쇼닥터로 활동하고 있는 의사회원에 대해 제재해 달라는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며 “잘못된 건강정보를 국민들에게 안내하는 의사들 행태에 대한 의료계 차원의 자정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의협은 “문제 쇼닥터로 활동하는 의사회원에 대해서는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모니터링과 사실관계 확인을 통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신청하고 결과에 따라 의협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의협은 지난 2월 ‘쇼닥터 대응 TFT’를 구성하고 회의를 개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의협에 따르면 가이드라인에는 ‘출연료를 지급하고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는다’ ‘홈쇼핑 채널에는 출연하지 않는다’ 등의 구체적인 내용이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 신현영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앞으로 의사의 방송매체 출연에 대해서는 더욱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해서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며 “현재 쇼닥터로 활동하는 2~3명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며 그 조사가 마무리 되는 대로 대책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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