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천연물신약, 계륵(鷄肋) 전락 '경계'
논란 속 우려감 팽배…'합리적 개선 통해 글로벌 시장 선점 방안 강구해야'
2015.08.18 20:00 댓글쓰기

[기획 상]천연물신약을 둘러싼 논란이 여전하다. 논란의 범주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넘어 존립성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양한방 갈등으로 촉발된 논란은 국회를 통해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고, 급기야 무용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발표된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이 같은 논란에 방점을 찍었다. 감사에서는 인허가 과정과 약가 적정성 등 총체적 문제가 지적됐다. 여론 역시 동요했다. 비난 일색이었다. 정부의 비호(庇護) 속에 호시절을 누렸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작금의 사회적 분위기에 적잖은 우려를 나타냈다. 개선과 발전을 위한 건전한 비판이 아닌 마녀사냥식 비난은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천연물신약의 가치와 가능성을 감안하면 문제의 심각성은 더더욱 절절하다.[편집자주]

 

 

지적은 달갑게 개발은 가볍게

 

감사원은 국회 요구에 따라 최근 천연물신약 연구개발사업 추진실태를 점검한 결과 총 11건의 문제점을 적발했다고 감사결과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2001년부터 천연물신약 연구개발 촉진 차원에서 지난해까지 3092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기초연구 분야의 경우 208개 연구과제에 1375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제품화로 연결된 성과는 전무했다.

 

또한 세계적으로 허가받은 천연물신약은 단 하나도 없었으며, 국내 허가를 받은 신약에서는 벤조피렌이나 포름알데히드 등 발암물질까지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3개의 천연물신약에 대한 가격을 적정 가격보다 최대 58%까지 높게 책정, 147억원의 추가 의료비 지출을 초래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결과만 놓고 보면 정부가 실효성이 결여된 신약 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소모했고, 부적절한 약가 책정으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에 큰 손실을 입힌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해당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이번 감사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허가 및 약가책정 과정에서 개운치 않았던 부분이 드러난 만큼 심심한 자성도 필요하다.

 

하지만 천연물신약 무용론은 곤란하다. 작금의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자칫 천연물신약의 존립까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대적 흐름 무궁한 가능성

 

화학 합성물 신약이 한계에 봉착한 상황에서 천연물신약은 전세계 의약품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 만큼 관심과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세계 천연물의약품 시장은 25조원으로 추정된다. 이 중 전문의약품은 18조원 규모로, 매년 약 30%의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특히 미국은 2004년 천연물 성분을 이용한 의약품 산업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며 천연물의약품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각국 전통의약품 가치를 인정, 보건당국에 이를 제도화 하고 과학적으로 평가해 국민들이 전통의약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조류는 천연물신약이 지닌 가능성에 기인한다. 사회적, 경제적 요구 증가 역시 천연물신약에 대한 기대감의 발로다.

 

기존 합성신약으로는 장기복용을 요하는 암과 심혈관계 질환 등 만성 난치성 질환 극복에 한계가 있지만 천연생물 자원을 이용하는 천연물신약은 얘기가 달라진다.

 

실제 천연물신약은 다양한 성분의 혼합물로, 여러 타깃에 동시에 작용해 증상들을 조절할 수 있으며 기존 합성의약품에 비해 독성이 적어 장기 복용에도 유리한 장점을 갖고 있다.

 

 

“한국 천연물신약, 세계시장 선점 경쟁력 충분”

 

우리나라는 천연물을 이용한 전통의학 분야에서 외국에 비해 상대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 받는다. 경쟁력이 있는 만큼 관련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도 높다는 얘기다.

 

이미 스티렌, 조인스 등을 개발한 경험을 갖고 있고, 여기에 재정적 지원과 역량 결집이 이뤄진다면 세계적으로 천연물신약 개발의 선도적 위치를 점유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제약업계 또한 이 같은 시대적 요구에 발맞춰 천연물신약 개발에 매진, 잇단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4월 동아ST의 당뇨병성신경병증 치료제 ‘DA-9801’이 국내 천연물의약품으로는 최초로 미국 FDA 임상 2상을 성공적으로 완료하며 우수한 R&D 기술력을 인정 받았다.

 

또한 영진약품의 COPD 치료제가 미국에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며, 녹십자HS의 항암보조제도 독일 임상 1상을 완료하는 등 천연물신약의 글로벌 임상이 순항 중이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프리먼 교수는 “이미 한계 상황을 맞은 화학 합성물 신약 대체제로 천연물신약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며 “미국 내 연구비 투자도 2배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은 한의약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데이터도 잘 구축돼 있다”며 “선제적으로 대응해 혁신 신약을 개발한다면 전세계 의약품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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