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 현지확인 불응하면 '행정처분' 엄포
醫 '공단, 지위 남용' 주장…초법적 자료제출 요구에 진료·수술 방해까지
2015.09.04 20:00 댓글쓰기

[기획 下]"잘못한 일이 있고 없고를 떠나 복지부나 공단의 실사를 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자존심이나 인격은 철저히 망가진다"고 의사들은 토로한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기관(병원, 의원, 한의원, 약국 포함)이 8만5000곳에 달하며 1년 중 실사는 800~900건 가량 진행된다.

 

그 중 650곳이 소위 말하는 일반적인 실사이고 150곳이 '기획실사'로 분류된다. 실사의 대표적 이유는 갑자기 진료비가 높아지거나 민원, 내부고발 등이 꼽힌다.

 

중점 조사사항은 무자격자 진료, 조제행위 여부, 내원일수 늘리기 등 허위청구 여부, 신고된 의료인력의 상근여부, 의원과 약국이 담합해 가짜환자 만들기 등 허위청구 사안이 주다.

 

“알면서도 쉬쉬”…내부 규정 위반 사례 부지기수

 

A원장은 "복지부 전체의 실사 관련 사무관이 몇 명 되는지 확실히 알 수 없기 때문에 365일 전국의 의료기관으로 실사를 나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A원장은 "그러다 보니 한 명의 복지부 사무관이 나가야 할 장소가 많아 실제 실사 때 90%의 개인병원을 대상으로 심평원 직원과 건보공단 직원만이 실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복지부 내부 규정에 따르면 실사기간을 연장해야할 때는 실사자들은 기간을 연장해야 하는 합리적인 이유를 복지부에 보고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그 보고는 복지부 과장급의 허락을 받아 실사기간 하루 전에 병·의원에 서면으로 통보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제출서류는 진료기록부, 개인별 투약기록 및 처방전, 작업요법기록 지, 요양(의료)급여비용 계산서, 수진자별 접수 및 수납내역(대장) 등이다.

 

여기에 요양급여비용 심사청구서 및 요양급여 비용명세서, 요양기관 일반현황 및 인력현황에 관한 서류도 제출해야 한다.

 

법적 근거는 국민건강보험법 제84조 제2항, 의료급여법 제32조 제2항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만약 서류를 제출하지 않거나 허위서류를 제출하는 경우 업'무정지처분'을 받을 수 있다.

 

요양급여비용 청구의 적법성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A원장은 "실사를 나올 것이라는 예고와 실사를 하는 이유를 기관에 설명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과정을 현실적으로 무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진료방해를 하면 안 된다라는 내부적인 교육과정이 있음에도 이 역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다.

 

그는 "심지어 진료 중인 환자 앞에서 진료의를 범죄자 취급하는 '인권 유린'도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고 성토했다.

 

뿐만 아니다. 심평원이나 복지부 등에서도 이러한 문제들을 알면서도 그대로 방관 혹은 동조하고 있다는 사실에 일선 개원가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수진자 조회 ‘덫’, 하루 아침에 등 돌리는 환자들

 

실사는 처음부터 '실사기간'이 정해져 있다. 4~5명의 실사단이 의원에서 머물 곳을 요구한다.

 

A원장에 따르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경까지 상주하면서 각종 자료들을 요구하고 본인들 나름대로 '부당청구'로 분류할만한 자료들을 모은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수진자 조회'라는 현 제도의 맹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예컨대 진료자료가 남겨져 있는 환자들에게 전화해 '부당청구로 의심돼 조사를 받고 있는 병원인데 진료사실을 설명해달라'고 말하는 형태다.

 

A원장은 "실사자들은 듣고 싶은 대답을 교묘하게 유도하면서 전화로 질문을 한 후 녹취록을 확보, 환자들이 진료사실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거나 다르게 기억하면 그 대답을 부당청구로 분류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은 '절대로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뼈저리게 실감했다"며 "법정에서 소송을 통해서만이 의사의 정당함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참담할 뿐"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A원장은 “몇 년을 넘게 인연을 이어왔던 환자들도 건보공단으로부터 그런 전화를 받고 나자 하루아침에 등을 돌렸다”며 “의사와 환자 간 신뢰도 와르르 무너져 버렸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진료 중인 모든 의사들을 일단은 '범죄자'로 보고 있다는 정부 당국의 시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식 사과 요구에 "교육 강화 예정" 무성의 답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대한의원협회가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건보공단 성북지사 과장 및 4급 직원을 협회 회원의 업무를 방해한 행위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 및 업무방해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것이다.

 

윤용선 의원협회장은 “공단이 자료 제출이나 현지확인을 할 때 규정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면서 “마땅한 처벌 조항이 없다 보니 조사와 관련된 규정을 지키지 않아도 제재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윤 회장은 “공단 스스로 제식구 감싸기를 하는 이상, 직접 나서서라도 규정을 어긴 채 불법행위를 자행하는 공단 직원 개인에게 민·형사상 조치를 취해야 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전히 건보공단에 대해 해당 직원의 내부 규정위반, 직권남용, 월권, 업무방해 등에 대한 징계 및 공식적인 사과,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업무담당 직원에 대한 교육과 현장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라는 무성의한 답변이 전부라는 것이다.

 

지금도 A원장의 사건은 '진행형'이다. "소송은 꼬리를 물고 또 다른 소송으로 이어지겠지만 자존심을 회복하고 올바른 의료제도를 확립하기 위해선 결코 멈출 수 없다"고 A원장은 비장함을 보였다.

 

"실사 후유증으로 우울증이 왔고 그 우울증 때문에 생활 자체가 힘들어졌다. 그렇지만 명예를 되찾고 의사의 권리를 인정받고 싶다." 그가 마지막으로 전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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