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참사 후 병원들은 공사 또 공사
삼성서울, 후속 대책 등 1000억 투자… 병원계 '제도적 뒷받침 필요'
2015.10.13 12:30 댓글쓰기

 

[기획 2]지난 여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중후군)가 한국의료를 강타했다.


그동안 병·의원은 환자를 치료하는 데 전력을 쏟았지만 질환 예방의 가장 기본적인 감염 관리에는 등한시한 결과다. 취약점이 드러난 응급실 구조와 진료체계를 혁신하겠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병상 사이사이 칸막이를 설치하며 응급실 1인화 작업을 마친 삼성서울병원 발(發) 응급실 개편 바람이 다른 병원까지 확산되며 공사가 한창이다.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후속 대책으로 1000억원을 투자한다. 삼성서울병원은 응급실 및 환자 안전 인프라 개선에 5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며, 메르스 백신 개발에 5년간 410억원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메르스 2차 확산 근거지로 지목된 응급실도 전면 뜯어 고친다. 삼성서울병원은 응급실 병상 간 격벽 설치와 음압격리병상 11실의 설치공사를 마쳤다. 


또 응급실을 내년 3월까지 현재 1.6배 규모로 확장하고, 진료 영역별로 구역을 나눠 일반 환자와 감염 환자의 동선을 완전히 분리키로 했다.


응급실 과밀화 해소를 위해 환자 1인당 보호자는 1인으로 제한된다.
병원은 간병 문화 개선을 위해 등록된 방문객만 병실 출입이 가능하도록 시설을 정비하고, 입원 환자 1인당 하루 면회객 수도 2인 이하로 제한키로 했다.


송재훈 병원장은 “응급실 공사는 이미 완료한 상태이며, 유사시에는 환자의 동선과 접촉자를 파악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 시스템도 갖출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백신 개발에 관련해서는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라며 “삼성서울병원은 개발 자금을 지원하고, 백신 개발 기관의 선정과 관리 등은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국제백신연구소(IVI)에 위임키로 했다”고 밝혔다.

 

아산·강남세브란스, 호흡기응급실 신설…건양대, 응급실 섹터화 등


서울아산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 건양대병원, 강동경희대병원 등이 호흡기응급실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서울아산병원은 메르스 사태이후 결핵이나 폐렴 등 호흡기질환자를 위해 별도 출입구와 진료공간을 마련, 음압장비가 갖춰진 7개 응급중환자실에서 격리진료를 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다른 응급환자들과 동선이 섞이지 않는 별도의 응급실에서 호흡기 환자들만 진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아산병원 최기준 홍보실장은 “호흡기 ER에는 전담 의료진을 배치하고 이동형 영상촬영장비와 화장실 등을 따로 갖출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 역시 호흡기응급실을 별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급성 감염병 환자와 일반 환자를 분리해 안전하게 치료하기 위한 조치로 ‘감염병·호흡기질환 진료실’을 아예 분리시켜 독립된 건물로 이전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새로운 ‘감염병·호흡기질환 진료실’은 음압실 2개와 검체 채취실, 영상진단실 등으로 구성된다.


건양대병원은 올해 말까지 주차장 부지를 활용해 응급실을 현재(512㎡)의 2배 수준으로 확장키로 했다.
또한, 응급실 출입구를 2개 만들어 호흡기·발열환자는 별도 통로로 출입하게 되며, 응급실 전 구역을 내과·외과·중환자·소아과계 등으로 섹터화할 계획이다.


강동경희대병원 역시 메르스 이후 신장투석실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응급실 옆에 위치하고 있는 신장투석실을 다른 층으로 옮겨 분리시킨다.


이렇게 메르스가 휩쓸고 간 병원들은 새로운 감염병에 철저히 대비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필요성 공감”- 병상 개선 - “현실적 어려움”


하지만 메르스에 직접적인 피해가 없었던 병원들은 제2의 메르스 사태를 막기 위해 다인실 중심의 병상 운영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데 공감은 하지만 실제 병상제도 변경에는 소극적이다. 


대한병원협회가 메르스사태 이후 전국 74개 병원을 대상으로 병원문화 개선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성에는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급실 개선과제로 응답 병원의 85%는 내원 환자를 감염성과 중증도에 따라 분류하는 트리아지(triage) 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65%는 응급실 내 호흡기질환 병실을 구분해 설치하는 데 찬성했다.


또 70%가 다인실 중심의 병상운영이 메르스 사태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고 선진국형 1~2인실 병상제도의 단계적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여건이 조성돼도 1~2인실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병원은 38%에 그쳤다.

대한병원협회 민응기 기획위원장은 “병원의 공간 확보나 시설 공사가 쉽지 않고, 힘들게 병실을 갖춘다 해도 정부가 수가를 보장해줄지에 대한 기대가 낮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이삼열 병원장 역시 “병원장으로써도 1인실, 2인실 위주의 병원을 운영하고 싶은 것이 꿈이다. 그러나 재원 문제 등 현실적으로는 어려움이 있다”고 피력했다.


결국 다인실 중심의 병상 운영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데 공감은 하지만 인력과 재원확보 없이는 현장의 변화를 기대할 수 없어  수가현실화가 선행돼야 병원 문화도 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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