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상태 중소병원…자본 악순환 되풀이
2005.09.04 21:19 댓글쓰기
의약분업 이후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려 온 중소병원의 위기가 한계점에 다다랐다.
최근 병원계는 영리법인 도입과 외국병원의 경제특구 진출 등 새로운 정책과 이슈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지만, 중소병원만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대형병원과 의원 사이에서 방향조차 잃은 채 표류하고 있다.
데일리메디는 현재 국내 의료계의 허리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중소병원이 처한 현실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향후 중소병원이 무한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떠한 변화의 과정을 거쳐야할지 함께 고민해봤다.[편집자주]


[上]: 고사상태 중소병원…자본력 밀려 악순환 되풀이
[下]: "의료계 허리…중소병원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현재 중소병원은 수가왜곡 및 그에 따른 의료양극화 심화로 2002년 이후 2004년까지 3년연속 도산율 10%라는 불명예속에서 경영난이 악화일로의 길을 걷고 있다.

대한병원협회가 발표한 ‘2004년도 의료기관 폐업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의 도산율은 0.5%에 그친 반면, 200~299병상은 6.7%, 100~199병상은 15.8%, 100병상 미만은 5.8%로 나타나 중소병원의 도산율이 심각한 위험수위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특히 100~299병상 중소병원 도산율은 2003년 6.3%에서 지난해 12.1%로 급상승한 것으로 조사돼 지난해 도산한 의료기관의 대부분이 중소병원에 집중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병원협회 관계자는 “이는 누적 도산율이 아니다. 이미 수많은 중소병원들이 문을 닫은 상태에서 이 같은 10%대 도산율이 계속 유지된다면 이는 국가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병원계는 지역거점 병원이자, 의료의 허리역할을 담당하는 중소병원의 붕괴는 곧 환자들의 피해로 전가된다는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는 만큼, 중소병원의 타개를 위한 정부차원의 특단의 대책 및 강력한 실천의지가 절실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소병원, 저수가 정책등 재정적 문제가 관건

실제 일선에서 근무하는 중소병원장들은 많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인천사랑병원 이왕준 원장은 "원가에도 못미치는 저수가 정책과 정부의 중소병원에 대한 배려 미흡, 의원급 수가에 비해 병원급 조제 수가의 불합리 점 등이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또 의료전달체계 미정착 등 정비돼야 할 제도가 산적해 있는 데다가, 의료자원의 과잉 공급과 수급 불균형 문제도 중소병원의 경영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병의원의 87.9%, 병상수의 89.8%는 도시지역에 집중돼 있으며, MRI 등의 고가장비 역시 2004년 현재 국민 100만명당 11대로 미국 7.6대, 영국 4.5대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 의료자원의 공급과잉을 보여주고 있다.

또 다른 중소병원장은 “전체 비용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과중한 인건비 부담과 우수인력 확보의 어려움, 상대적으로 높은 이직률 등이 중소병원 경영난을 가중시키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그는 “흉부외과나 안과 등 일부 전문의 구인난으로 인한 중소병원의 진료과 휴폐업률이 19%에 달하고, 인건비 경우도 지방병원은 인건비가 전체 비용의 50%에 육박하는 곳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 밖에도 소비자의 욕구 고급화로 인한 중소병원 시설현대화 부담에 따른 재정 요인의 어려움, 운영자금 조달 측면에서의 압박 가중도 경영난을 부추기는 요소로 지적됐다.

고급·맞춤 지향 소비패턴…투자규모에 성패 갈려

최근 10여년간 병원계는 급속한 속도로 변화해 가고 있다. 특히 환자들의 소비자 의식변화와 소비패턴 향상은 근본적으로 의료질서상에서 주도권이 의료기관 즉, 의사에서 환자에게로 이동하는 큰 전환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이와 맞물려 상대적으로 시설과 장비가 우수한 대학병원 등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됐고, 전반적인 패러다임이 고급지향, 맞춤지향형 진료로 이동했다.

이는 결국 고가장비와 고급시설, 우수한 재원 영입 등 자본집중화에 따라 의료계 성패가 갈리는 문제점을 양산해냈다.

이 같은 투자규모의 확대가 병원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로 작용함으로 자본 경쟁력에서 대형병원에 밀릴 수밖에 없는 중소병원들은 경쟁력 하락의 악순환 고리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실정이다.

서울 소재 한 중소병원장은 “환자들의 의식과 의료계 패러다임의 변화, 질병패턴의 변화 등 우리나라 의료계가 처한 구조적인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대안책이 모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병원협의회 김철수 회장도 “중소병원은 현재 붕괴 직전의 고사상태다”며 “2차 병원에서 환자의 상당부분을 커버해 보험재정을 절감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실천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방안이 도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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