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 허리 '중소병원' 살아야 나라가 산다
2005.09.06 22:30 댓글쓰기
의약분업 이후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려 온 중소병원의 위기가 한계점에 다다랐다.
최근 병원계는 영리법인 도입과 외국병원의 경제특구 진출 등 새로운 정책과 이슈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지만, 중소병원만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대형병원과 의원 사이에서 방향조차 잃은 채 표류하고 있다.
데일리메디는 현재 국내 의료계의 허리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중소병원이 처한 현실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향후 중소병원이 무한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떠한 변화의 과정을 거쳐야할지 함께 고민해봤다.[편집자주]


上: 고사상태 중소병원…자본력 악순환 되풀이
下: "의료계 허리…중소병원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대한병원협회가 발행한 2005년 전국병원명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병원급 이상 병원수는 총 1193개로 총 23만7533병상수를 보유하고 있다.

그 중 300병상 미만의 중소규모 병원은 총 991개로 전체 병원수의 83%를 차지하며, 병상수로는 11만8165병상으로 전체 병상수의 약50%에 달한다.

이 같이 국내 의료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병원산업의 중심이 되는 중소병원은 현재 수가왜곡 및 의료양극화 심화로 경영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영리법인 도입과 개방병원, 전문병원화

병원계는 중소병원 활성화를 위해 가격통제 기능을 하는 단일수가체계의 개선을 요구하는 등 정부 차원의 정책적 로드맵 정착이 급선무라는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중소병원협의회는 ‘중소병원활성화대책위원회’ TF팀을 구성, 지난 5월부터 여러 차례 실무토론회 등을 거쳐 ‘의료서비스 육성 방안’ 모색에 앞장서고 있다.

연세대학교 병원경영연구소 김정덕 연구원은 “WTO/DDA에 따른 의료시장 개방유형 중 가장 유력한 상업적 주제는 영리법인과 민영의료보험의 도입”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죽어가는 중소병원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민간자본 참여 활성화를 통해 재원조달 통로를 확충하는 영리법인병원제도가 도입돼야 하며, 경제특구 외국병원과의 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수가자율화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이용균 실장도 “영리자본의 병원 운영을 통해서만이 병원계의 혁신을 유도하고 병원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며 “영리법인에 대한 정부차원의 순기능과 역기능 검토를 통한 정책 로드맵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영리법인 허용과 함께 중소병원 활성화 방안으로 제시된 대안은 개방병원, 전문병원, 지역거점 병원 등의 특성화 방안이다.

중소병원활성화대책위원회 권영욱 위원장은 “중소병원 활성화를 위해서는 의사수가를 현실화하고 의원급 의료기관이 수술 및 입원을 병원에서 하는 것이 더 수입이 좋도록 유도해 장비, 시설을 공유하는 개방병원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권 위원장은 또 “전문병원의 경우는 3차 의료기관 수가 인정과 단과 수련의 인정, 요양기관 강제 지정제를 유지하면서 본인부담금 자율화를 통해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밖에 종별 의료기관이 경쟁관계가 아닌, 상호협조 보완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신의료공급체계를 정립하는 문제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인천사랑병원 이왕준 원장은 “개방병원, 전문병원, 요양병원, 전문종합요양기관 등 제도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틀을 만들어 주고, 각자가 그 틀 안에서 스스로의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중소병원끼리의 연계 또는 합병, 통합하는 경로를 좀 더 탄력적으로 확대해 자본 유입과 인적교류가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는 틀이 형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병상 줄여 서비스 개선…구조조정 모색 인건비 줄여

병원경영 컨설팅 전문가들은 개별 중소병원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과잉공급된 병상수를 줄여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인건비를 삭감시켜 나가야 한다고 충고한다.

특히, 병상가동율이 60%대에 못미치는 중소병원의 경우, 실제 병상수를 줄이고 서비스 품질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병원급 이상은 대부분 급성기 병상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국내 급성기병상 공급은 20.7% 정도 과잉상태인 것으로 추정했고, 대한병원협회도 약 20% 정도가 과잉공급 된 것으로 파악한 바 있다.

이 같이 의료공급이 과잉상태이면 공급주체가 시장에서 자발적으로 퇴출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 의료기관은 퇴출제도는 없고 폐업이라는 마지막 수단 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병원경영 마케팅·홍보 확대…직원 수준 업그레이드

직접 환자 진료도 하고, 병원 경영도 하는 우리나라 중소병원장들에게 한 경영컨설팅 전문가는 ‘빅맨현상’을 들며 경영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즉, 병원장들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경영전문가 영입이 무엇보다 시급하지만, 국내 병원경영 전문가 수는 턱없이 부족할뿐더러 일선병원에서는 경영 전문가 영입의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해 더욱 문제라는 것이다.

중소병원 운영의 키워드는 더 이상 ‘원무’ 중심의 ‘관리’가 아니다. ‘마케팅과 홍보’ 전략으로 경영방식이 전환됐다.

이와 관련,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이용균 실장은 “무엇보다 병원 경영에 대한 중소병원장 인식이 변화해야 한다”며 “소비자 입장에서의 프로세스 개선”을 주장했다.

이 실장은 “제도적 측면의 특성화, 전문화 이외에도 각각의 개별병원이 스스로의 장, 단점을 파악해 남과 다른 차별화된 경영전략만이 살 길이다”고 충고했다.

그는 또 “의료진에 국한된 교육 투자 시스템에서 벗어나, 전 직원 대상의 재교육 투자로 시대적 흐름에 반영하는 멀티플레이어를 양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의료의 질 자체가 병원경영을 좌우하던 시대에서 고급 의료시설과 장비, 준비된 서비스, 차별화된 홍보전략, 세심한 인테리어 등 그야말로 멀티태스킹이 요구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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