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데일리메디 선정 '10대 뉴스'
2019.12.30 05:21 댓글쓰기
환자 피습에 의한 의대교수 사망이라는 충격과 함께 시작된 2019. 대한민국 보건의약계는 역시나 탄식 가득찬 한 해를 보냈다. 명절날 집무실에서 유명을 달리한 윤한덕 센터장의 비보에 가슴을 쳤고, 문재인케어로 야기된 대형병원 환자쏠림을 바로잡겠다며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 공분해야 했다. 하반기에는 조국 법무부장관 자녀 입시부정 파문의 진원지로 지목받으면서 의학논문 윤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제약업계 역시 순탄치 못했다. 승승장구하던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사태는 물론 위장약과 당뇨약 발암물질 파동으로 홍역을 치러야 했다. 보건의약계의 2019년은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다.
 
1000억 규모 송사 휘말린 병·의원들
 
의원들은 불법과 합법의 모호한 경계에 놓인 의료행위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보험회사로 인해 적잖은 고초를 겪어야 했다.
 
맘모톰 소송이 대표적이었다. 맘모톰 시술은 유방조직검사를 하면서 진공 흡입기와 회전 칼이 부착된 바늘을 이용해 유방 조직을 잘라 적출하는 진단법이다.
 
보험회사들은 맘모톰 시술이 비급여 항목으로 분류되지 않은 새로운 의료행위인 만큼 실비보험으로 청구한 것은 위법하다며 의료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피소 당한 병원이 100여 곳이 넘고, 소송 규모는 1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병원이 부당하게 청구해 이득을 본 만큼 해당 보험금을 토해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최근 맘모톰 소송 첫 재판에서 병원이 완승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향후 진행될 다른 재판이 즐비한 만큼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진제공 연합뉴스>날벼락 맞은 전공의들, 인턴 변칙수련 파문
 
서울대학교병원 인턴 110명이 추가 수련 위기에 처했다. 병원으로서도 이에 해당하는 인턴 정원 감축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드시 이수해야 할 진료과목 수련 누락에 따른 후폭풍이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 확인에 따르면 해당 문제는 지난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대병원은 당시 인턴들에게 어린이병원에서 수련을 받도록 했다.
 
소아신경외과, 소아흉부외과, 소아이비인후과 등에서 수련을 해도 전문의 자격 취득 필수과목을 이수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해당 인턴들은 병원 측 제안에 따라 어린이병원에 개설된 각 진료과를 돌며 근무와 수련을 병행했다. 하지만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필수과목 이수를 인정할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
 
해당 인턴들은 짧으면 2, 길게는 6주 동안 인턴 수련을 다시 받아야 한다. 최악의 경우 전문의 자격을 한 해 늦게 취득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사례가 삼성서울병원과 세브란스병원에서도 확인됐다는 점이다. 이곳 병원 역시 2018년 인턴 수련을 받은 전공의 상당수가 추가수련 위기에 처해진 상황이다.
 
경찰, PA간호사 심장초음파 압수수색
 
올해도 PA(Physician Assistant/진료보조인력) 간호사 논란은 재연됐다. 다만 불법 PA 의료행위에 대한 수사당국 활시위가 심장초음파 검사에 맞춰지는 모습을 보였다.
 
포항지역 경찰이 PA간호사 심초음파 검사행위에 대해 병원을 압수수색한 것을 시작으로 부산, 인천, 경기 등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병원들을 긴장시켰다.
 
PA 심장초음파 검사와 관련해서는 의료계 내부적으로도 사뭇 다른 시선이 존재한다. 처해진 상황과 위치에 따라 입장을 달리하는 모양새다.
 
대한심장학회와 심초음파학회가 검사에 PA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대한의학회는 의료행위를 무자격자에게 넘기는 것은 위법행위이며, 의료윤리 위반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보건복지부는 진료 보조인력 업무범위 개선협의체를 통해 간호사 등 보조인력에게 의료행위 허용 범위를 중이지만 합의점 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다.
 
잇단 임상 실패, 충격과 혼돈의 대한민국 제약계
 
잇따른 임상 악재는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을 크게 흔들었다. 임상 악재 시작은 국내 첫 유전자 치료제로 식약처 허가를 받은 코오롱생명과학이 끊었다.
 
4월 코오롱생명과학 골관절염치료제 인보사의 주성분 중 하나가 사실은 연골세포가 아니라 종양 유발 가능성이 있는 신장세포로 드러나면서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신라젠은 간암치료제 펙사벡임상3상 중단을 선언했다. 미국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와 무용성 평가와 미팅 진행 결과, 임상 중단을 권고받았기 때문이다. 당초 신라젠은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남은 임상3상을 202012월 완료를 목표로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신라젠은 펙사벡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2위 기업인 헬릭스미스는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엔젠시스(VM-202) 임상3상에서 위약과 약물 혼용 가능성이 발견됐다고 밝혀 또 한번 혼돈과 충격에 빠뜨렸다.
 
조국 장관 사태와 의학논문 윤리
 
지난 8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검증과정에서 드러난 자녀의 입시부정 논란은 의학논문 윤리를 되짚어 보는 중요한 계기였다.
 
장관의 딸이 고등학교 재학시절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이 과정에서 의학논문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의료계 내부적으로 비판이 거셌다. 대한의사협회는 해당 교수를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했고, 대한청소년과의사회는 조 장관을 검찰에 고발했다.
 
대한의학회도 긴급이사회를 개최하고 저자 기준이 합당한지 의심스러운 만큼 관련 학회가 명확한 사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놨다.
 
이에 대한병리학회는 내부 회의를 통해 해당 논문을 직권취소했다. 연구 부정행위가 있음은 물론 논문저자 자격은 책임저자 한 명이라는 게 학회 측 결론이었다.
 
암환자 절박함, 동물구충제 '항암효과' 파동
 
개나 동물이 섭취하는 구충제로 암을 극복했다는 유튜브 영상이 센세이션을 일으키면서 사회적으로 '펜벤다졸 품귀현상'이 일어났다.
 
말기 암환자와 가족들이 약국이나 동물병원에서 펜벤다졸 성분이 들어 있는 약품 사재기에 나선 후 국내에서 구충제가 동이 났고, 해외 직구로 주문하는 사례까지 나타났다.
 
최근에는 구충제가 당뇨 치료에도 효과적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일부 당뇨환자들도 구충제 구매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펜벤다졸이 함유돼 있는 의약품 복용을 금지한다는 경고문을 발표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도 자제를 당부하고 나섰다.
 
하지만 말기 암환자들은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을 매도한다며 날을 세웠다. 펜벤다졸의 품절 사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피습 당하는 의사들, 목숨 걸고 진료
 
2019년 새해를 몇 시간 앞 둔 20181231일 오후 540분경 강북삼성병원 진료실에서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양극성 정서장애를 앓고 있던 환자가 정신건강의학과 임세원 교수에게 미리 준비한 흉기를 휘둘렀고, 임 교수는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사망했다.
 
의료계는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다른 의료진의 안전을 살핀 고인의 숭고한 정신에 의사는 물론 전 사회가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임세원 교수 사건 이후에도 의료인들은 안전하지 못했다. 안전한 진료환경을 위한 임세원법이 다수 발의되고, 정부도 안전수가 신설 등 방안 마련에 나섰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서울 대학병원 정형외과 진료실에서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의사의 엄지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건이 있었고, 충남 천안 대학병원에서도 유족 2명이 진료실에 난입해 의사를 폭행했다.
 
응급실에서 환자들이 난동을 부리는 사건은 이전보다 줄었지만 아직도 다반사로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국립대병원에서 일어난 폭행·난동 사건은 74건에 달한다.
 
과로로 쓰러진 대한민국 응급의료 영웅
 
설 전날이었던 지난 24일 국립중앙의료원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은 그의 집무실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의자에 앉은 채 세상과의 인연을 놓았다.
 
책상 위에는 설 연휴 재난대비, 외상센터 개선방안, 그리고 아직 완성되지 않은 중앙응급의료센터 발전 방향에 관한 서류가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과로사였다.
 
그는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이면서도 대한민국 응급의료체계를 바꾸고자 노력했다. 2002년 국립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응급의료기획팀 팀장이자 서기관으로 공직에 입문한 이유다.
 
전체를 위한 삶을 살아간 그의 어깨는 누구보다 무거웠다. 과로가 일상이었던 그의 근무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윤한덕 센터장은 진료가 없어도 집에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부족한 인력과 미흡한 정부의 지원체계는 대한민국 응급의료 영웅을 황망하게 떠나 보냈다.
 
<사진제공 연합뉴스>66년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낙태죄'
 
지루한 공방을 이어온 낙태죄가 올해 마침표를 찍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411일 낙태죄 처벌에 대해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다. 1953년 낙태죄가 규정된지 66년만이다.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국회는 오는 20201231일까지 낙태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 만약 국회가 개정안을 형법에 반영하지 않으면 낙태죄는 폐지된다.
 
낙태죄는 그동안 여성의 자기결정권태아 생명 중시라는 가치관이 대립하며 사회적 갈등으로까지 비화됐다.
 
헌법재판소 역시 지난 2012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지만 최근 낙태죄 폐지가 바람직하다는 여론이 우세해지면서 헌법불합치판단을 내렸다.
 
판결 이전에도 2018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한국 정부에 낙태죄 폐지를 권고했고, 2019년 인권위에서도 여성의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한다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바 있다.
 
발암물질 품은 의약품, 제약업계 초비상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의약품에서 발암물질이 잇달아 검출되면서 제약업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고혈압 성분 발사르탄을 시작으로 위장약 성분 라니티딘·니자티딘에 당뇨병치료제인 메트포르민까지 발암물질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가 검출됐다.
 
발암물질 함유 의약품이 계속 보고되면서 이 외에 다른 의약품들도 불순물을 함유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연이은 돌발 악재에 제약업계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지시에 따라 보유하고 있는 품목들에 대한 발암물질 함유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조사결과 발암물질이 검출될 경우 해당 품목이 고혈압약과 위장약 사례처럼 회수·폐기될 운명에 처할 수 있어 업체들의 한숨이 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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