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케어 앞두고 의료계 '초비상'
비급여 전면 급여화 정책에 개원의들 “이대로는 안된다”
2017.10.18 11:25 댓글쓰기

[기획 3]문재인 대통령이 건강보험 보장성 정책의 일환으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추진을 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9일 서울성모병원에서 비급여 전면 급여화를 내용으로 하는 일명 문재인케어를 발표했다.

의료계는 곧바로 반발하고 나섰다. 당장 대한의사협회와 시도의사회장단은 긴급회의를 개최했으며, 전국의사총연합과 대한평의사회 등으로 구성된 비급여 비상회의는 광화문에서 결의대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여기에 의협은 9월 16일에는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문재인 케어에 대응하는 비상대책위원회도 구성했다. 의협은 이번에 구성된 비대위를 통해 문재인케어에 대한 투쟁 수위를 높여 간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비급여 전면 급여화 정책 발표 후 각 과 개원의사회와 학회는 비상이 걸렸다. 각 진료과에서 어떤 비급여 행위가 급여화되고, 이 경우 비급여로 존치될 경우와의 손익계산은 어떻게 되는지 파악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도 각 과의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9월 2일 의협 보험위원회와 각 과 및 학회 보험이사 연석회의를 개최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각 과 의사회와 학회는 비급여 전면 급여화 정책에 대해 의협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외과의사회 이세라 총무이사는 “전면 급여화에 절대 반대한다. 재정 문제가 가장 크다”며 “건강보험료는 3% 올린다고 했는데 2%대만 올렸고 국고보조금 지원도 제대로 안 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을 의료계에서 자꾸 지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무이사는 “진찰료 이야기만 하는데 진찰료만 인상하면 외과계는 다 죽는다”며 “행위료를 적어도 5배 올리거나, 선진국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 아니면 시범사업이라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비급여 전면 급여화를 위한 재원 마련 방안으로 건강 보험료율 3%대 인상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내년도 건보료율이 2.04%로 결정되자 향후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도 의료계에서 의구심을 갖게 된 것이다.

“비급여 전면 급여화 전제로 수가 정상화” 요구
대부분의 의사회나 학회들은 비급여 전면 급여화의 전제로 ‘수가 정상화’를 주장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산부인과 대부분이 DRG로 전환돼 타과에 비해 비급여 항목이 적다. 남아있는 비급여의 급여 전환 시 폐업 위기에 처할 것”이라며 “원가 이상의 의료수가 현실화 전에는 비급여의 급여전환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산부인과학계에서는 상급병실료 급여화에 대한 우려를 표명 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관계자는 “임산부의 상급병실료 이용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할 경우 분만의료기관 폐업이 속출할 것”이라며 “더불어 분만 취약지구가 늘어나는 등 그렇잖아도 사각지대가 늘어나는 분만 현장도 황폐화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는 “전면 급여화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것이 우려 된다”고 지적했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도 “급여행위 수가 보전 후 비급여 항목의 급여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협 의견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역시 “비급여 전면 급여화에 총론적으로는 동의하지만 급여에 대한 적절한 보상기전 없이 급진적으로 급여 전환할 경우 의료현실 왜곡 가능성이 있다”며 “급여행위에 대한 원가 보존과 합리적 급여기준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기회로 심사체계 개선과 요양    기관 당연지정제 등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실제로 대한개원의협의회는 비급여 전면 급여화 정책이 헌법재판소의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합헌 결정에 위배되는 사안이라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요양기관 당연 지정제가 합헌 결정을 받은 이유가 비급여의 존재 때문 이었는데, 비급여 전면 급여화를 시행할 경우 기존 헌재 결정이 무색해진다는 주장이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는 “이번 문재인케어가 새 판을 짜는 계기가 되면 어떨까 생각한다”며 “정부가 적정수가를 실제 이뤄줄 수 있는지, 사전심사제로 전환할 수 있는지, 아니면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에 대한 법적인 대응을 할 수 있는지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상을 통한 적정수가 보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는 “국민 여론과 의료계 불신 문제를 감안해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전략적으로 적정수가 협상과 의료비 정상화 및 원가보전 방향을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협과 전국 시도의사회장단은 지난 9월 2일 대전에서 보건 복지부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관련 간담회를 가졌다.

이번 간담회는 비급여 전면 급여화 정책에 대한 의료계 질의에 정부가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의료계는 간담회를 통해 정부와의 입장 차이만 재확인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정부, 적정수가에 대한 명확한 입장 회피”
간담회에 참여한 서울시의사회 김숙희 회장은 “정부는 비급여 전면 급여화에 대해 ‘적정수가와 병행하겠다’고 말했지만 적정수가에 대해 명확한 정의를 하고 있지 않다”며 “대통령 발표를 보면 적정수가는 사회적인 합의로 결정한다고 한다. 의사의 한 달 수입을 사회적으로 논의해 결정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급여 전면 급여화 시 기존 수가에 대해서는 재정 추계가 안돼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 회장은 “정부에 기존 수가의 조정은 어떻게 할 것인지 질의했는데, 재정 추계에 기존 수가에 대한 인상이 들어가 있지 않다고 한다”며 “정부는 기존 수가를 앞으로 논의하고 협의해 개선하자고 하는데, 그것은 그동안에도 해왔던 일이다. 진찰료 역시 이 쪽을 빼서 저 쪽을 주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정부는 기존의 저수가는 3차 상대가치 개편 때 개선을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급여 전면 급여화 시 관행수가 인정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시도의사회장단은 관행수가 책정 계획을 질의했고, 정부는 100% 보장을 공언했다.

의협이 공개한 의협 및 시도의사회장단과 복지부 간담회 회의록에 따르면, 복지부는 “의학적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전환에 있어 수가 책정은 관행수가의 100% 반영을 원칙으로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는 정부에 대한 불신을 좀처럼 거둬들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의협 김주현 대변인은 “정부가 생각하는 관행수가와 회원들이 생각하는 수준은 차이가 있다”며 “정부가 비급여를 급여화 한다며 수가 자체를 대폭 떨어뜨린 뒤 관행수가라고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의협 추무진 회장도 “급여 전환에서 가장 큰 문제는 원가 보전인데 이를 위한 재정이 충분히 반영돼 있는지 의문”이라며 “재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면 결국 정부와 의료계 사이에 신뢰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예정대로 비급여 전면 급여화 정책에 시동을 걸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는 “의약분업 이후 최대 위기”라면서 비대위까지 구성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 추진 강행은 의료계의 반발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

의료계의 거친 반발 속에서 일명 문재인케어로 불리는 비급여 전면 급여화 정책이 예정대로 추진될지, 아니면 의료계의 입장을 수용해 변화가 있을지 추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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