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 상급종합병원은 ‘갸우뚱’
'오히려 환자 몰리는 현상 심화돼 ‘줄삭감’ 걱정' 제기
2017.10.26 05:34 댓글쓰기

[기획 5]문재인 케어가 시작되면 대형병원으로 쏠림 현상이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의료계 내·외부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상급 종합병원에서도 마냥 반기지만은 않는 분위기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는 ‘문재인 케어’에 대해 “파격적인 건강 보험 급여 확대가 초래할 의료 이용량 증가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조사처에 따르면 “특히 비용의식이 낮아진 환자들이 수도권 대형병원에 몰리는 현상이 심화되고 이와 함께 경제적 장벽으로 인해 억제돼 있던 잠재적 의료 수요까지 가시화할 경우 정부가 추계한 비용을 초과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 역시 “건강보험 보장성 정책은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필수의료를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강화하는 게 우선”이라며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방지하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한중소병원협회 이송 회장은 “원가 보전이 70%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비급여를 통해 손실을 보상해 왔는데 전면 급여화가 이뤄진다면 빅5 병원으로 쏠림 현상은 불 보듯 뻔하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결국 대형병원 곳간만 채우는 정책”이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최근 서울특별시의사회 주관으로 열린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에 대한중소병원협회 김병관 기획이사는 '문재인 케어'가 중소병원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김병관 이사는 “원가 보전 없이 비급여가 급여화 된다면 중소병원 경영은 더욱 힘들어 질 것”이라며 “결국 문재인 케어는 대형병원에는 큰 영향이 없지만 중소병원은 지금보다 더 위축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2015년 기준, 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성모병원 등 소위 빅5로 불리는 병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한 요양급여비용 약 43조원 중 7.4%에 해당하는 2조5109억원을 가져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상급종합병원 43곳으로 확대하면 점유율이 34.7%로 늘어날 만큼 문재인 케어 시행 전에도 이미 대형병원 쏠림 현상의 심각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국내에서 대형병원 쏠림현상은 이미 수없이 지적됐을 만큼 심각한 상황인데 문재인 케어가 이를 더 부추겨 국민들이 오히려 질 낮은 의료서비스를 받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대한병원협회는 “문재인 케어와 관련해서는 공식적으로 입장을 표명할 것이 없다”고 전했다. 병협의 경우 모든 병원을 총괄하기 때문에 한쪽 입장만을 대변할 수 없어 향후 정책 방향에 따라 입장을 내놓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라면 해야지” 현장 반응 애매모호
상급종합병원에서 문재인 케어 파급력은 의원급 의료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대다수의 대학병원은 문재인 케어와 관련해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는 조심스러운 입장들을 내놨다.

의료계 안팎에서 상급종합병원만을 위한 정책이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영향력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들이 쏠리는 것은 맞지만 그런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 볼 수만은 없다는 평가다.
서울 소재 A대학병원 관계자는 “현재 병원 전반적인 분위기는 ‘좀 더 두고보자’는 입장이다. 제도가 확정적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 지켜보자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대다수의 대학병원은 정부가 정책을 내 놓으면 그대로 따르는 등 수동적 태도를 취하고 있어 받아들이긴 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정부부처와 충분한 소통을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B대학병원 관계자는 “병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학병원의 경우 전체수익에서 비급여가 30% 수준으로 형성돼 있기 때문에 비급여 전면 급여화로 충격이 없을 수는 없다“고 예상했다.

이어 “아직까지 본격 실행이 된 것이 아니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이 없고 파급력에 대해서도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한편, 비급여의 전면급여화와 관련해 수가 반영이나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급여화가 완료될 MRI 초음파와 관련해서는 삭감에 대한 대응 방안 마련 등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들도 나왔다.

수도권에 위치한 C대학병원 관계자는 “현재 비급여 항목을 전부 급여화 하는데 재원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건강보험 재정 문제를 지적했다.

“대학병원과 동네병원 모두에 부정적 결과 초래”
그는 “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한 취지에는 적극 공감한다. 그러나 병원 경영이나 의료계 환경을 본다면 수가 반영이라든지 현실적인 조정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D대학병원 관계자는 “MRI, 초음파 가격이 모두 똑같아지면 대학병원으로 환자들이 더 쏠릴 것이 뻔한데 대학병원에서는 MRI, 초음파 부분에서 삭감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게 된다”라며 “결국 대학병원과 의원 모두에게 안 좋은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학병원에서 MRI 검사를 받는 비용이 50만원이라면 의원에서는 10~20만원 수준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고 있었는데 환자가 부담하는 금액이 같아진다면 대학병원으로 환자들이 쏠리게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대학병원에서는 환자들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MRI와 초음파 검사를 요구할 것이고 이는 결국 삭감으로 이어져 의사들의 진료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결국 현장에서 진료를 보는 의료진과 심사를 하는 심평원 사이 MRI, 초음파 사용 이견이 있을 수 있어 삭감을 감수하고 진료에 나서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선택진료비 전면 폐지 대응책으로 논의되고 있는 고난도 수술 단가 인상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빅5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E대학병원 관계자는 “선택진료비를 없애는 대신 고난도 수술 단가를 인상 시키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현재 선택진료비로 버는 수익을 모두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고난이도 수술의 경우 빅5 병원을 제외하고서는 건수가 많지 않아 현재 선택진료비 수익을 보전하기에는 불가능에 가깝고 사실상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그는 “비급여로 수익을 보전하는 의원만큼은 아니겠지만 상급종합병원에서도 어느 정도 타격은 있을 것”이라고 전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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