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문화 블랙홀 간호계 ‘의료인 or 하인’
간호사 처우개선 청와대 국민청원, “법 개정·제정 절실” 촉구
2018.01.04 05:44 댓글쓰기

[기획 3]일각에서는 신규 간호사 첫 월급 실태에 대한 잇따른 폭로가 갑작스럽게 발생한 문제가 아닌 의료계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간호사들의 근무 환경이 위협 받고 있다. 최근 간호사들에게 선정적 장기자랑을 강요한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행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논란이 됐다. 하지만 이번에 논란이 된 간호사 장기자랑 사태가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고 간호사들은 목소리를 높인다. 그들은 일부 의료기관 내 관행처럼 자리한 갑질 문화가 이제야 공론화됐다는 분위기다.

춘천성심병원 사태 후 일파만파 후폭풍이 커지며 다른 의료기관에서도 유사 사례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대한병원협회에 협조공문을 발송해 자정 노력과 재발 방지를 촉구했으며 대한간호협회도 인권센터 설립, 운영을 본격화했다. 이번 사태는 과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사고 방지 대책 없었던 간호계 “터질게 터졌다”
소위 ‘간호사 장기자랑 논란’이 불거지자 간호계는 놀라움과 경악은 물론,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었다.

A 대학병원 출신 간호사는 “논란이 되고 있는 장기자랑 문제가 성심병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송년회 장기자랑을 비롯해 의과대학장 고희연 때에도 장기자랑을 하라고 해 근무 외 시간에 연습을 했었다”며 “간호사가 왜 춤을 춰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공식적인 업무 시간 외에 병원 홍보 등 외부 행사에 동원 된 경험에 대한 폭로도 제기됐다.

B 대학병원에서 근무했던 간호사는 “오프날 혹은 주간근무를 마치고도 병원 홍보를 해야 했던 적이 있다”며 “심지어 간호사들 메신저 프로필 사진을 병원 홍보 사진으로 바꾸라고 강요하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간호사들은 이 같은 현상이 수직적 구조 속에서 암묵적으로 행해져 온 병원의 구조적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C 대학병원 간호사는 “장기자랑에 참여하는 간호사들은 거의 신규로 이뤄지기 때문에 싫다는 표현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며 “장기자랑에 참여하기 위해 신규 간호사들은 한달 동안 힘들게 연습에 참여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간호사들의 절박한 외침은 국민 청원으로도 이어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간호사, 의료인인가요? 하인 인가요? - 전국 간호사 처우개선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된 이후 참여가 이어졌다. 청원 참여는 최종 5만8470명의 참여자를 확보하며 구랍 11일 완료됐다.

청원에 참여한 한 간호사는 “그간 지속적으로 나오는 이야기 임에도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며 “간호사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관련법의 개정 및 제정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초임 36만원 등 ‘간호사 열정페이’ 논란
간호사들의 열악한 처우 문제는 장기자랑 논란 뿐만이 아니었다. 서울대병원 신규 간호사의 초봉 삭감 사실이 소셜 네트워크 (SNS, Social Network Service)를 통해 폭로되면서 다시 한번 열악한 근무 환경이 재조명됐다.

지난 10월 간호대 학생들과 간호사들이 소통하는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 페이스북에 ‘신규간호사 첫 월급이 30만 원대였다’는 내용의 글이 게재돼 파문이 일었다.

“교육비 명목으로 간호사 첫 월급 36만 원을 받았다”며 “병원에 출근하고 있는데 발령이 나지 않았고 기숙사 입사도 불가능 하다고 했다. 친구와 병원 앞 고시원에서 지냈다”고 당사자는 토로했다.

이 같은 글이 게재되자 여기저기서 유사한 사례를 경험한 간호사들의 폭로가 이어졌다.

서울대병원 신입 간호사 열정페이 논란에 이어 전남대병원 신입 간호사들도 교육기간 동안 일당 1만 원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나 논란을 빚었다.

의료계 관계자는 “교육생이라는 핑계로 최저임금제라는 법망을 교묘히 피하고 있다. 간호사들이 그간 이 사안을 몰랐을 리 없다”며 “후폭풍이 두려웠을 것이다. 자교 출신 후배들이 해당 병원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있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성심병원 사태와 간호사 열정페이 논란이 불거지며 후폭풍이 걷잡을 수 없이 심화되자 유관 기관들도 대안 마련에 고심하는 모양새다.

물의를 빚었던 한림대학교의료원은 4개 산하 병원에 노동조합을 설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도 간호사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대한병원협회와 자정 노력과 재발 방지에 심혈을 기울이는 한편, 간호인력 수급 불균형 문제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처우 개선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정부 “간호사 근무환경 등 정당한 대우 받도록 정책 보완”
곽순헌 복지부의료자원정책과장은 “이번 간호인력 수급대책은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을 주안점으로 두고 있다”며 “의료 현장에서 정당한 근로에 대해 적정한 대우를 받지 못한 것에 대한 대책을 마련 중이다”라고 밝혔다.

간호인력 수급대책과 함께 수가 관련 정책적 대안도 마련될 예정이다.

곽순헌 의료자원정책과장은 “세부 내용은 완성이 되면 발표를 하겠지만 기존 간호관리료 산정 기준을 병상에서 환자 기준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곽 과장은 “간호관리료 산정 기준을 병상 기준에서 환자 기준으로 바꾸면 지방 중소병원은 수가 인상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의료취약지 의료기관이 간호사를 채용하면 추가 인력에 대한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간호협회도 간호사인권센터 설립을 본격화하며 현장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의 기본적인 인권 사수에 착수했다.

간호사인권센터는 간호사가 보다 건강한 근무 환경 속에서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자는 취지에서 설립됐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국가인권위원회와 MOU를 체결하고 민원 접수 및 조사, 조정 및 권고, 소송지원 등의 조사·구제 업무와 간호계 인권의식 항상 교육,간호사 조직문화 개선안 관련 연구활동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간협 관계자는 “지난 10월 간호사인권센터 설립안을 마련, 검토했으며 우선 콜센터를 운영해 사례 조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송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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