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평가인증' 과연 제대로 가고 있나
인증기관서 잇단 사고...실효성 논란 속 보완책 모색 시급
2016.12.15 12:25 댓글쓰기

#. 2016년 9월 건국대학교 충주병원에서 3명의 투석환자가 C형간염에 감염되는 사건 발생.
#. 2015년 3월 가천대학교 길병원에서 간호사의 투약 실수로 손가락이 골절된 20대 환자 사망.
#. 2016년 6월 용인정신병원에서 환자에게 청소 강요 등 인권침해 사태.
#. 2014년 5월 장성요양병원 화재로 22명 사망자 발생.

 

‘사고’는 예기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앞서 제시된 사고들은 모두 환자안전이 중시돼야 할 의료기관에서 벌어졌다.

모든 사고를 막을 수는 없지만 ‘인증’을 통과한 의료기관에서 연속적으로 벌어지는 사고는 국내 의료기관 인증제 자체의 실효성에 의문을 던진다.
 

의료기관 평가인증제(이하 인증제)는 환자안전과 의료 질 향상을 위해 기준을 충족한 의료기관에 4년 간 유효한 인증마크를 부여하는 제도다.
 

지난 9월 C형간염 감염사태가 벌어진 건국대학교 충주병원은 사건 발생 한 달 전 인증제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간호사 투약 실수로 환자가 사망한 길병원 역시 인증을 받은 곳이었다. 
 

환자인권 유린 논란이 일었던 용인정신병원과 화재로 환자들이 사망한 장성요양병원도 모두 인증마크가 붙여진 기관들이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사결과 2012~2015년 7월 동안 인증을 획득한 의료기관 297곳 중 80.1%에 달하는 238곳의 의료기관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해 환자가 분쟁조정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인증평가에 자율적으로 참여한 병원들의 인증률은 100%다. 하지만 이 중 80%에서 최근 2년 반 동안 환자와 의료분쟁이 발생했다.

환자안전과 의료 질 향상을 위한 인증제가 존재함에도 의료기관에서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발생하자 일각에서는 제도 자체의 효율성에 대해 날선 비판을 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 의원(새누리당)은 인증을 통과한 의료기관에서 원내감염과 안전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지적하며 인증기관에 대한 관리 감독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일선 의료기관들은 인증기관에서 발생하는 환자안전 사고와 관련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지배적이다.
 
A 종합병원 관계자는 “물론 모든 인증기준을 완벽하게 준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번거로움을 이유로 준수를 소홀히 한다면 그것은 제도 자체에 대한 지적보다는 개별 의료기관이 문제”라고 말했다.
 

"꼭 필요한 제도지만 병원들 고충 많아”

인증제에 대해 의료기관들은 의료 질 향상과 환자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제도라는 평가다. 국내 의료 질 수준을 전반적으로 향상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는 제도라는 반응이다.

하지만 장점 만큼이나 병원들은 다양한 유형의 고충을 호소했다.
 

B종합병원 관계자는 “시험을 치르는 기분이라는 말들을 하곤 한다”며 “자율이라고 하지만 수련병원이니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분위기가 더욱 힘들게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전체적인 의료 질 향상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좀 더 ‘자율’에 무게를 둔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주기 의료기관 인증문항은 1주기와 비교해 더욱 세분화되고 그 내용도 강화됐다. 강화된 인증평가 항목과 관련해 비용적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다.
 

C종합병원 관계자는 “감염관리 기준 준수를 위해 시설을 구비, 보완해야 한다”며 “인증을 받기 위해 추가비용을 들여 시설을 갖춰야 하는 부분이 많아 고충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어 “전체적인 의료 질 향상 기준을 높이는 제도지만 정부 지원이 미비하다 보니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인증평가 주기가 돌아오기 전에 기준 제시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D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새로운 기준이 6개월 전에 제시돼 그 기준에 맞춰 준비하기에는 시간적인 버거움이 있다”며 “적어도 준비기간을 감안해 1년 전에 제시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행 국내 의료기관 인증제도는 지난 2013년부터 정신병원과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의무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의무 인증제 대상 기관들 역시 어려움을 호소했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가혁 학술이사는 “다음 달이면 2주기가 이뤄지는데 가장 큰 차이가 성과 관리”라며 “분기별로 낙상이 몇 건 일어났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담할 부서가 필요하지만 기존 의료진이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지속적 모니터링·사례관리 필요성
 

인증제는 지난 2010년 6월 ‘자율’ 신청을 토대로 하는 인증제 실시 배경을 확보했으며,  의료기관인증평가원 설립으로 본격 운영에 돌입했다.
 
인증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증제도 시행 6년 만에 인증을 획득한 의료기관이 전국적으로 전년대비 24% 증가한 1647개소에 달한다.
 
하지만 증가하는 인증 의료기관 수에도 불구하고 일부 인증기관에서 잇따라 환자안전 사고가 발생하며 제도의 실효성 논란은 끊이질 않았다.
 
한 의료계 인사는 “일부 병원들이 꼼수로 기준을 충족하는 데 급급한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학교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인증제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비판은 적절하지 않다”며 “그것보다 인증제가 잘 운영되고 있는 지, 보완할 점이 있는 지에 대해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인증원 내부에서 투명한 정보 공개 시스템을 구축해 사례관리를 해야 한다"는 점도 짚었다.
 
그는 “인증원의 근본적인 문제는 폐쇄적인 운영”이라며 “인증제와 관련해 지적되는 문제들에 대해 공개적으로 평가하고 개선방안을 논의하기 보다는 쉬쉬하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증원이 통상적인 운영에 있어 공공기관이 갖춰야 할 투명성과 개방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를 자꾸 숨기는 등의 방식이라면 장기적으로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증제의 단계 적용이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이용균 실장은 “의료 안전사고를 100% 방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른다”면서 “환자 안전을 위한 인증을 단계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하나의 기준을 뛰어난 평가결과로 통과한 의료기관에는 S등급을 부여하는 것과 같이 차등화를 적용하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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