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관리 뇌관 ‘인력’···수요·공급 불균형 '심화'
수가 신설로 전담인력 채용시장 후끈···'질(質) 담보 미지수' 지적
2016.12.17 07:27 댓글쓰기

급격한 전파력을 가진 감염병은 국민건강에 혼란을 가져온다. 메르스를 비롯해 C형간염, 결핵, 콜레라 등 감염병은 예방을 위한 환경 조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수반돼야 하는 문제가 ‘인력 확보’다. 그동안 감염관리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의사와 간호사 부족현상은 고질적인 문제로 여겨졌다. 이에 정부는 지난 9월 감염예방·관리료를 신설하는 등 감염관리 정책 변화의 첫 삽을 떴다. 하지만 의료계 일선에서는 여전히 인력난을 호소한다. 왜 그러한지를 들여다봤다.[편집자주]
 

감염예방·관리료 신설···중소병원 ‘비명’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6’에 따르면 감염병 발생 비율은 1960년대 이후 감소했으나 지난 1998년 이후 홍역과 말라리아 등이 다시 발생해 현재 1960년대 수준으로 회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5년 급성감염병 신고 환자수가 9만5495명(인구 10만명 당 186명)을 기록하며 2014년 9만2710명(인구 10만명 당 181명) 대비 2785명 증가했다.
 
예방이 중요한 감염병 관리의 핵심은 충분한 전담인력 확보다.
 

건양대 간호학과 정선영 교수, 상지대 간호학과 김옥선 교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감염관리실 이지영 JM이 공저한 ‘국내 의료기관 의료관련감염 관리 실태’ 논문에 따르면 134개 의료기관 중 감염관리실이 있는 경우는 93.4%였으며, 직종은 의사가 96%였다.
 

하지만 감염관리 실무자가 1명인 경우가 54.5%로 가장 많았고, 2명(23.1%), 3명(10.4%) 순이었다. 또한 평균 1.8명의 실무자가 의료기관에 근무하고 있었고, 1인이 평균 403병상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관리 이외의 다른 업무와 겸임하는 의료기관도 17.9%로 조사됐다.
 

대다수 의료기관에서 감염관리에 대비한 조직 및 인력을 갖추고 있지만 전담으로 감염예방을 관리하는 인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턱없이 부족한 감염관리 전담인력을 확충하고 감염 발생·확산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9월 1일 감염예방·관리료를 신설했다.
 

이에 따라 시설과 인력기준을 충족할 경우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은 ▲1등급 2380원 ▲2등급 1950원, 일반병원은 ▲1등급 2870원 ▲2등급 2420원의 수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감염예방·관리료는 병원 내 감염관리실 및 감염관리위원회를 운영하고, 허가병상당 감염관리를 전담하는 간호사 및 감염관리 의사 수 등에 따라 등급별로 적용받는다.
 

다만 제도 시행에 따른 의료기관 준비기간을 감안해 시행일로부터 감염관리의사 1년, 전담간호사 3년까지 적용 유예기간을 뒀다.
 

하지만 기존에도 인력 확보가 쉽지 않았던 중소병원은 감염관리 전담인력 확보에 고충을 토로한다.
 

A중소병원장은 “일반 의사와 간호사도 구하기 어려운데 감염관리 전담인력 확보는 더더욱 힘들다”며 “중소병원 현실을 잘 모르고 만들어진 대안”이라고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B중소병원 고위 관계자는 “의료 질, 환자안전 관리 전담인력 확보도 어려운 상황에서 감염관리 전담인력까지 구하려 하니 힘들다”며 “인력 확보뿐만 아니라 병원 자체 교육 프로그램 제공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적 성장은 'OK'···질적 성장은 ‘글쎄’

감염예방·관리료 1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분기별 평균 병상 150개 당 1명 이상의 감염관리 전담간호사가, 300개 당 1명 이상의 감염관리 의사가 근무해야 한다.

전담간호사의 경우 500병상 당 1명은 보건복지부에서 발행하는 감염관리 전문간호사 자격증 또는 대한감염관리간호사회의 감염관리 실무 전문가 자격을 보유하거나 3년 이상의 감염관리실 근무 경력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감염예방·관리료 신설로 인력의 양적 성장은 이뤄졌지만 질적 성장은 미지수라는 입장이다.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소속 A회원은 “감염관리료 신설로 인력이 대거 증가한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 대부분 큰 병원에서 하고 있고 내년 추진 중인 중소병원도 많은 등 수요는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병동 근무와 감염관리실 근무 경력은 상이한 점이 많다”며 “신규 채용된 감염관리 전담인력 대부분이 실무를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전체적으로 감염관리 인프라가 향상됐다는 사실은 체감하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그는 “정부는 인력이 늘었으니 상응하는 성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교육을 이수해야 할 인원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더 힘들어진 점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감염관리 전문가인 B교수 역시 “감염예방·관리료 신설 등으로 감염관리 인프라만 개선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질적 향상을 위해 감염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인력이 배치되는 게 중요하다”며 “만약 지금 이순간 메르스가 다시 터지면 실제 인력은 채워졌지만 대부분 감염관리 현장 경력이 부재해 더 혼란스러뤄질 것”이라고 역설했다.
 

감염관리 현장 경력을 가진 의료인의 활발한 채용을 위해 높은 이직률을 낮추는 등 근무환경을 개선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감염관리 전담인력의 경우 열악한 근무환경 등으로 이직률이 높다”며 “오래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이직률을 줄여야 한다”고 피력했다.

새롭게 투입될 감염관리 전담인력의 전문성 확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울 소재 감염관리실 C팀장은 "감염관리 인력기준은 강화됐지만 실제 의료기관에서는 전문인력을 뽑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전문인력의 원활한 수급을 위해서는 다양한 감염관리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시행해야 하지만 혜택을 받는 인력은 소수"라며 "감염관리 인력 이탈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지원 및 교육 프로그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엄중식 정책이사(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는 “그간 국내 감염관리는 국제적 기준을 맞추지 못했는데 이번 감염예방·관리료 신설로 인력 기준을 맞출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고 평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감염관리 전문인력들이 독자적 능력을 가질 수 있는 시기를 3년 정도로 본다”며 “장기투자가필요해 진작 이뤄졌어야 할 부분이었다, 다만 앞으로 4~5년은 기다려봐야 효과가 증명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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