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몸부림 치는 산부인과, 우울한 양극화
최소 운영비용도 못버는 병원 부지기수…대형화·고급화 '빚잔치'
2016.12.22 07:25 댓글쓰기

경쟁의 시대다. 경쟁은 양극화를 낳는다. 월 평균 억대 진료비로 수입을 얻는 병원이 있는 반면 경영난으로 폐업 위기에 처한 곳도 있다. 산부인과도 마찬가지다. 분만 저수가와 인력 문제 등으로 경영 어려움에 직면한 산부인과 병원이 있는 반면 대형화·고급화로 승승장구하는 병원도 있다. 데일리메디는 그간 지속적으로 언급돼 온 산부인과 양극화 현상을 조명해봤다. [편집자주]

산부인과 양극화 현상...지역별 분만건수 격차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5년 분만 심사실적’을 살펴보면 전체 분만건수는 지난 2014년 42만4852건에서 2015년 43만4169건을 기록해 수치적으로는 전년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전체적으로 40만건대에서 정체된 상태였다.
 

하지만 지역별 분만건수의 경우 조금 다른 양상을 보였다. 전체적으로 분만건수가 미미한 비율로 증가했지만 일부 지역은 전년대비 감소했다.

전국 17개 시·도 중 서울과 부산, 대구, 울산, 제주, 세종은 최근 3년 분만건수가 증가했고 광주, 대전, 경기, 강원, 충북 등은 지난 2013년 대비 2014년 분만건수가 감소하는 듯 했지만 2015년 반등했다.
 
반면 전북은 최근 3년 분만건수가 감소 추세에 있었다. 지난 2013년 1만4861건, 2014년 1만4357건, 2015년 1만4144건을 기록했다.
 

경북 또한 2013년 1만7036, 2014년 1만6276건, 2015년 1만6073건을 가리키며 감소하고 있었다. 인천과 경남 역시 2013년 대비 2014년 소폭 증가했지만 2015년 다시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지역별 양극화 현상은 월평균 진료비 통계를 통해서도 진단된 바 있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가 지난 2014년 산부인과 의원 1585개소의 경영실태 및 의원별 건강보험 매출액 분포를 파악한 결과 산부인과 매출 양극화 현상이 타 진료과에 비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 결과에 따르면 전체 산부인과 의원 1585개소 중 56.6%(896개소)는 매출액이 월 1000만원 미만인 반면 13.8%(219개소)는 연간 6억원 이상의 건강보험 진료비 수입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 중 6.7%(106개소)는 월평균 1억원 이상, 연간 12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렸다.
 

하지만 전체 산부인과 의원 중 70.3%(1114개소)는 운영을 위한 최소 비용인 월 1600만원의 소득도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피부과의 연평균 증가율이 8.05%인데 반해 산부인과는 4.07%에 불과했다. 가장 최저치는 외과로 3.11%를 기록했다.
 

생존 위해 대형화...“결국은 빚 잔치”

“박리다매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대한의사협회 이용민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산부인과 양극화 현상을 두고 이같이 운을 뗐다.
 

이 소장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의료제도가 그렇듯 산부인과 또한 박리다매를 해야 버텨나갈 수 있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력 문제도 심각하다. 그는 “산부인과는 24시간 대기를 해야하는 등 원장 1인이 혼자서는 분만을 못한다”며 “결국은 인력문제인데 공동개원 지원 정책이 부재하기 때문에 양극화 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산부인과 양극화와 관련한 통계 자료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전제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은 “29병상 이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에 해당하는데 현재 2~3명이 하는 산부인과 의원도 많다”며 “분만을 하지 않는 의원을 20명이 근무하는 병원과 비교하면 양극화”라고 말했다.
 

산부인과 양극화와 함께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병의원 폐업율도 문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석진 의원(새누리당)이 지난 3일 보건복지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 전국 산부인과 병의원 228개가 폐업하고 18개가 휴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동석 회장은 “전반적으로 산부인과의 경우 폐원이 개원보다 많다”며 “신생아 수가 40만 명인데 여성은 22만 명 수준으로 앞으로 분만건수는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이며 수가로 보완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최근 과도한 투자로 대형화·고급화되는 분만병원이 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개인 의원이 더 위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최근 증가하고 있는 대형 분만 산부인과도 실상은 빚에 허덕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법제이사는 “산부인과는 빈익빈 부익부가 아니라 모두 빈익빈”이라며 “열악한 현실을 고려한 수가체계가 아니다. 산부인과는 현재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적자 속에서 대형화됐다고 해도 결국은 빚 잔치"라며 "이자 돌려막기로 겨우 버티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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