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바뀌는 내과 수련···“지식 습득만이 아닌 술기 전문화 병행”
학회 '수련병원 자격 기준 강화하고 전공의 의견 수렴 지속 노력'
2016.12.28 05:15 댓글쓰기

[기획 2]전공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면 의술의 근간으로 꼽히던 내과를 선택함에 있어 망설임은 크지 않았을 터. 하지만 수 년 전부터 위기감에 엄습하면서 녹록치 않은 환경에 이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져만 가고 있다.

대한내과학회가 수련과정 개편에 의지를 피력한 때는 2년 여 전이다. 당시 내과학회 이수곤 이사장(세브란스병원)은 내과개원의사회 학술대회에 참석해 “전공의 수련과정을 3년으로 개편하려 한다. 내과 지원을 꺼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너무 긴 수련 과정”이라고 밝혔다.

사상 초유의 사태로 기록될 만큼 흉부외과, 산부인과, 외과에 이어 내과마저 전공의들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하면서 내과학회가 묘책을 내놓은 것이다. 

 

지도전문의 역할 강화···교육 커리큘럼 구성 집중

그런 가운데 대한내과학회가 수련병원 자격 기준을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향시키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전공의 역시 단지 개원을 위해 수련 받는다는 생각은 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내과 수련기간 단축으로 수련병원, 지도전문의, 전공의 모두 엄격한 평가대에 오른다. 수련기간 단축을 시작으로 수련 제도의 지각변동이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집중된다.

내과학회는 현재 4년의 수련기간을 3년으로 짜깁기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념으로 접근하겠다는 구상이다.

전공의 입장에서는 양질의 수련 환경, 수준 높은 교육을 통해 제대로 된 수련을 마치는 것이 최대 목표가 돼야 하고, 또 그렇게 될 것으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단순 변화가 아니라 전공의 수련교육에 관한 새로운 판을 짜겠다는 것이다. 수련 기간이 4년에서 3년으로 단축된다고 해서 수정, 보완 의미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의미다.

이번에 수련교육 과정 개편을 주도해 온 정훈용 전(前) 내과학회 수련이사(서울아산병원. 사진 左)는 “새로운 개념을 정립하기 위해 복지부에 내과학회 차원의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제안했다”며 “지금까지는 필요에 의해 전공의 정원이 책정됐다면 이제부터는 ‘진짜’ 교육에 집중할 때”라고 강조했다.

수련기간 단축 논의를 진행하면서 사실 복지부도 일차의료 살리기에 있어 내과 의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지했다.

우려로만 제기되던 내과 전공의 미달이 현실화되면서 복지부 역시 기존과는 다른 위기의식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전공의들이 내과를 왜 기피할까라는 물음에서 출발, 추진된 수련기간 단축이 이뤄진 만큼 단순히 지식만이 아닌 술기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데 접점을 찾은 것 또한 고무적이라는 게 학회의 견해다.
 

● 참관에서 예진···독자 진료능력 배양 제고

이제부터 내과학회만의 교육 커리큘럼에 이목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지도전문의 능력을 보다 명확하고 깐깐하게 평가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개최된 대한의학회 임원아카데미에서도 “그 동안 전공의 따로, 전문의 따로 돌아가던 시스템이었다면 앞으로 지도전문의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역할에 맞게 하나하나 학습 목표를 점검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피력됐다.

현미경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것은 전공의들도 마찬가지다. 기존에는 몇 명의 환자를 보는 수준에서 수련이 이뤄졌다면 적정 수준 이상의 수행 능력을 평가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전공의들 스스로도 일대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빠르게 판단해 자구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예컨대, 4년차의 경우 전문의 시험 준비 기간을 암묵적으로 동의해줬지만 앞으로 수련기간이 단축되면 불가능해질 수 있다.

학회는 각 연차별 역할을 명확히 하는 방안을 집중 논의 중이다. 내과학회에서 가닥을 잡은 방향은 ‘보드 리뷰’다. 춘·추계학술대회를 통해 전문의 시험 영역 중 1/3을 학습할 수 있도록 측면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장 2017년 추계학술대회부터 하루를 더 할애해 보드 리뷰 시간을 가진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수련병원 자격을 엄격하게 판정, 부여하느냐이다.

수련병원 ‘간판’만 달고 있을 것이 아니라 진정 수련을 할 수 있는 요건이 되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보자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훈용 前 이사는 “초음파, 내시경 등은 실제 현 시스템 하에서는 전공의들이 습득하기 힘들다”며 “이에 올해 전공의부터 수련목표 중 첫 단계로 초음파 교육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야말로 무늬만 교육이 아니라 초음파 및 내시경을 교육할 수 있는 초음파 지도전문의 인증을 추진하고 그들이 또 전공의들에게 교육할 수 있도록 채비를 마쳤다.

복지부가 얼마나 실효성 있는 세부 정책을 시행할 것인가와 학회가 어떻게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인지 여부가 관건이다.

하지만 그는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수련 자격을 갖춘 수련병원이 위상에 걸맞는 질적 수준을 갖추고 전공의들이 각 연차별로 스스로 역할을 수행할 준비와 자세가 돼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 전공의들 "전공의 의견 수렴 중요”

일대 변화에도 불구하고 수련 환경이 개선되지 않거나 일선 현장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느낄 수 없다면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이에 학회는 전공의들 의견을 향후 수련병원 실사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최근 전국 내과 전공의 28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를 내과학회에 전달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주치의 1인당 최대 진료환자 적정 인원 수, 수련 3년 간 적정한 외래진료 세션 수, 내과 외 타과 파견 필요 여부, 호스피탈리스트 지원의사 등에 대한 의견이 담겼다.

눈에 띄는 대목은 1인당 최대 진료환자로 15명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49.8%로 가장 많았다. 16~20명이 36.1%로 뒤를 이었다.

응답자 중 4분의 3인 215명(75.4%)이 수련병원 외에 1차, 2차 의료기관으로 파견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과학회는 수련기간을 3년으로 단축하는 것에 대해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전공의들 의견인 만큼 이를 어떻게든 수련체계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내과학회 엄중식 수련이사(강동성심병원. 사진 右)는 “전공의들이 실제로 피부에서 어떻게 느끼고 변화를 체감하느냐가 중요하다. 최선의 방향으로 결론이 도출되기 위해선 필수”라며 “수련병원 현장 실사 기준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전공의 감소 대안으로 내놓은 게 수련기간 단축과 호스피탈리스트이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개원내과의사회 한 관계자는 “현실과의 괴리감이 고려되지 않은 정책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도 기대했던 것만큼 성과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으로 호스피탈리스트 시범사업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며 “수련기간 단축도 근본 원인이 아닐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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