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보 홍수시대···국가기관 여과장치 무용론
복지부 운영 ‘건강정보포털’ 실효성 논란, 콘텐츠 관리 부실·홍보 부족
2017.02.03 12:20 댓글쓰기

정보 과잉 시대다.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정보의 질 관리에 대한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건강정보의 경우 그 중요성은 더욱 크다. 인터넷과 모바일 등을 통해 범람하고 있는 건강정보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는 웹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낮은 이용률 등 그 실효성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국내 건강정보 유통의 현주소를 진단해봤다. [편집자주]

최근 미국 ‘카이저 영구 의학센터’ 오우세니 제브로 교수팀 연구결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과 백신 접종이 태아의 자폐증과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 제기된 임신 중 독감을 앓거나 백신을 접종할 경우 자폐계질환 발병 위험이 있다는 논란을 불식시키는 결과였다.
 

하나의 건강정보도 연구결과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는 만큼 객관적 시각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1년 검증된 양질의 건강의료 관련 정보를 통합적‧체계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대한의학회와 ‘국가건강정보포털’ 운영에 들어갔다.
 

보건복지부 '국가건강정보포털' 캡처건강·질병을 비롯해 증상·증후, 약품·식품 정보, 의료기관 인증정보 등 양질의 건강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다소 늦은 업데이트 주기와 홍보 부족으로 지적을 받아 왔다.
 

지난해 10월 대한의학회 건강정보연구사업단이 개최한 ‘제2회 국민건강정보포럼’에서도 홍보와 예산지원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다.
 

대한의학회 건강정보연구사업단 김유진 팀장은 “홍보가 시급함에도 실제 예산을 책정하는 기획재정부에서 필요성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들에게 정보 전달 통로 확보가 미흡한 부분이 가장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내부 콘텐츠별로 살펴보면 건강과 질병 설명에 대한 업데이트는 비교적 빠른 편이지만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검사·처치 정보’는 상대적으로 업데이트가 늦다.
 

치료적 처치 부문의 ‘마취’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한 건의 업데이트도 없었으며 ‘치료적 시술·수술’과 관련해서는 11건의 콘텐츠 중 단 3건이 업데이트 됐다.
 

김유진 팀장은 “콘텐츠 질 관리를 위해 현행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며 “2년, 3년마다 한 번씩 의학용어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어떤 연구가 새로 나왔는지 하나의 질환에 대해 주기적인 업데이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약품 안전사용을 위해 언제 어디서나 최신의 다양한 의약품 정보를 활용하고 부작용 보고를 할 수 있도록  ‘Online 의약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Online 의약도서관’ 또한 ‘특별히 주의해야 하는 의약품’ 탭의 최근 게시물이 2012년도에 이뤄지는 등 질 관리 측면서 미흡한 점이 드러났다.
식약처

일각에서는 건강정보에 대한 설명 문구가 너무 어렵고 콘텐츠 제작이 현재 이슈를 따라가기에 급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소비자연맹 강정화 회장은 “정보 포털이 전문가들에 의해 작성되다 보니 일반 의학지식이 없는 국민들이 정보를 얻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콘텐츠들이 현재 이슈가 되는 것을 따라가는 데 급급한 면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문화 특수성 이해”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건강정보 채널의 낮은 이용률의 경우 국내 문화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가톨릭의대 예방의학교실 김석일 교수는 “미국과 영국은 의료시스템 접근도가 떨어진다”며 “미국은 경제적으로, 영국은 중요한 서비스에 대한 접근도는 준수하지만 감기와 같은 일반 서비스 접근도가 낮다”고 전했다.
 

이어 “해외 사례와 비교해 우리나라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도가 높아 상대적으로 국가건강정보포털 등의 채널에 대한 이용률이 낮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 교수는 건강정보를 제공하는 공적채널과 민간채널의 보완적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포털 사이트 네이버 지식인에 건강 관련 질문을 올리면 대한의사협회, 하이닥 등의 기관에서 활발한 피드백을 제공한다”며 “정부에서 제공하는 건강정보와 상호보완적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건강정보 접근성 제고와 더불어 콘텐츠 자체에 대한 질 관리 필요성 주장도 있다.
 

서울의대 김윤 교수는 “포털 사이트를 통해 정보가 있는 곳으로 링크를 걸어주는 방식 등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올리는 다양한 전략들이 있지만 정부가 많이 사용하지는 않는 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만들어진 정보를 보면 외국 것을 번역하거나 2~3개의 정보가 중복되는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가건강정보포털’ 등 정부 운영 포털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용자 경험이 반영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의료계 인사는 “정부기관이 보여주기 식으로 포털사이트 등을 만드는 경향이 파다하다”며 “국민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개선점을 반영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 운영 채널에 대한 인지도 제고와 더불어 무엇보다 최근 난립하고 있는 부정확한 건강정보를 경계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국소비자연맹 강정화 회장은 “최근 판매자와 사업자 등 이해관계가 얽힌 정보가 많다”며 “검증된 객관적 정보인지 구분해주는 언론 역할도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김석일 교수 또한 “최근 케이블 및 종편 방송을 통해 양산되고 있는 근거 없는 정보들이 가장 문제”라며 “현재 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가 갖고 있는 자원을 통해서 해결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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