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재정’ 수가협상과 보장성 이해관계
보험료 인상 선결과제,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을까
2017.07.21 11:56 댓글쓰기

[기획 3]건강보험재정 누적흑자가 20조원이 넘었다. 이 수치는 보험자, 공급자, 가입자 간 극명한 의견 차이를 보이게 한다. 기본적으로는 두둑한 곳간을 풀어 수가에 반영해야 한다는 보건의약계의 입장과 보장성 강화에 투입될 비용이라는 상충된 가치가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옳고 그름은 따질수 없다. 각 영역에서 필요한 재정은 존재하고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가치기준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매년 수가협상 과정에서는 이 문제가 항상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다. 여전히 답은 나오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 속 적정수가 보장과 보장성 강화를 동시에 잡겠다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지금까지 보험자, 공급자, 가입자는 상충된 이해관계로 얽혔지만, 문재인대통령 효과로 이 매듭을 풀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건강보험재정은 20조원이 넘는 누적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장기적 재정전망은 밝지 않다. 고령화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민들의 의료비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2016∼2025년 사회보험 중기 재정추계는 ‘고갈’이라는 단어로 집약된다. 내년부터 건강보험은 적자로 돌아서 2023년이면 20조원의 누적흑자분도 전부 고갈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2025년이면 한 해 동안 20조1000억원의 적자가 날 것으로 전망됐다. 

건강보험의 총 급여비 중 65세 이상 인구의 급여비 비중은 지난해 38.6%에서 2025년 49.3%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1인당 건강보험 급여비도 지난해 95만원에서 2025년에는 180만원으로 2배가량 확대된다. 20조의 누적흑자는 금새 사라질 신기루라는 분석이다.
 

수가협상, 8234억 추가 소요재정이 관건
기본적으로 건보재정과 수가협상의 연관성은 추가 소요재정(Bending)으로 설명할 수 있다. 추가 소요재정과 건강보험료는 밀접하게 연결돼 건보료 인상의 원인이 된다. 
 

지난 6월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내년도 수가인상으로 인한 추가 소요재정을 8234억원으로 잡았다. 당초 7500억~8000억원 규모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적정수가’에 무게중심을 뒀고 그 결과, 보건의약계 입장에서는 꽤나 긍정적인 수치로 결정됐다. 결렬없이 전 유형 타결이라는 성과가 도출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내년 수가인상 평균 인상률은 2.28%다. 의원 3.1%, 병원 1.7%, 치과 2.7%, 한방 2.9%, 약국 2.9%, 조산원 3.4%, 보건기관(보건소) 2.8% 증가한다. 보험료 인상과 보장성 강화에 투입될 재정을 감안할 때, 매번 수가인상을 긍정적으로 해석하지 않는 가입자의 주장과 달리 공급자는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번 협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의협의 경우 3.1%인 의원 의료수가 인상률로는 안정적인 의료환경 구축이 어렵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현재 의료수가는 원가의 80% 수준인 저수가이기 때문이다. 물론 3%대 인상이 고무적이기 하지만 비급여의 급여화 시 감당해야 할 재정에는 턱없이 모자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병협은 1.7% 수가인상에 대해 ‘중소병원의 어려움을 더 가중시키는 악수’라고 혹평했다.
 

2015년 메르스를 겪고 진료비 인상 폭이 경영정상화에 가까운 것처럼 보이고 있지만, 감염관리 등 시설개선과 인건비 등을 포함하면 경영난을 호소하는 병원이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다.
 
의료계 “저수가 해결, 보장성 강화보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 당선 후 첫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극복되지 않는 저수가의 한계가 지적됐다. 수가협상 직후 지난 6월 2일 열린 건정심에서 의협 김숙희 부회장은 이 문제를 꺼내들었다.
 

당시 의협 김숙희 부회장은 “저수가를 유지한 채 보장성만 강화하면 의료기관의 의료서비스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주장의 근거는 적정수가와 적정급여는 동일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본질에 대한 고민없이 보장성 강화만 외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보장성 강화를 위해서는 투입돼야 할 재원이 필요하다.

결국 건보료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밝힌 것이다. 실제 정부의 계획대로 보장성을 강화하려면, 건강보험료율을 OECD 평균 보험료율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요구다. 
 

이처럼 의료계는 문재인 정부가 보장성 강화를 실제로 실현하려면, 저수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고 있다. 수익이 저조한 동네의원이나 중소병원을 폐업으로 내몰 수 있는 저수가를 해결해야 양질의 서비스가 제공되고 보장성 강화가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의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것이다.
 

정부, 건보 40주년 보장성 강화 부담감
저수가 개선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의료계의 주장과는 달리 정부는 ‘보장성 강화, 보장률 상승’을 이끌어내기 위한 방법에 대해 더 고민할 수 밖에 없다. 
 

지난 6월20일 건강보장 40주년 국제심포지엄에서 건보공단 성상철 이사장, 심평원 김승택 원장은 건강보험제도 유지와 보장성 강화를 위한 가치를 역설한 바 있다. 
 

양 기관의 수장은 “건강할 권리는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다. 건보제도는 생애주기 동안 개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겪게 되는 질병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막아주는 강력한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고령화와 만성질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부분인 보장성 강화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 건강보험 40주년을 맞아 제도의 안정성을 위해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장률은 63.4%다. 80% 수준인 OECD 평균에 비해 현저히 낮다. 정부는 마음이 급하다. 십년째 정체되고 있는 60%대를 벗어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활용될 전망이다.
 

비급여 전면 급여화도 실손보험료 인하 정책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보장률 상승이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쾌한 해답은 도출되지 않는다. 결국 다양한 조건을 충족하면서 커다란 명제인 보장성을 올리기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결국 수가인상에 투입되는 추가소요재정분과는 별도로 보험료 인상이 수반돼야 하는 것이 가장 본질적인 사안이다.
 

이와 관련, 건보공단 진종오 서울지역본부장은 “보장성을 1% 올리는데 약 1조원의 재정이 필요하다. 현재 수준에서 80%까지 올리려면 연간 15조원 이상이 투입돼야 한다. 수치만 보면 크지만 국민 1인당 1만2000원 정도를 더 부담하면 되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이어 “20조원의 누자흑자 등을 감안할 때, 지금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적정부담 해결을 위한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적기”라고 판단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 복지부도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보장성 강화 해결책을 찾기 위한 방법으로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여기서 항목별 우선순위와 소요 재정 등을 구체화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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