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보건의료정책 ‘기대·우려’ 공존
보건의약단체, 각자 목소리 내며 유리한 정책 입안 노력 분주
2017.07.24 12:02 댓글쓰기

[기획 4]문재인 정부가 의료 영리화와의 작별을 선언했다. 보수정권 10년 동안 추진됐던 규제 완화 기조를 뒤엎고 본격적인 개혁의 닻을 올린 것이다.
 

김연명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위원장은 지난 20일 사회분과 보건의료 전문가·단체 간담회에서 “적어도 이번 정부에서는 국민들이 의료영리화 문제로 불안해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천명했다.
 

보건의약단체들은 달라질 보건의료정책에 높은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대선 전부터 더불어민주당과 적극적으로 호흡하며 정책 제안을 해온 노력이 유리한 정책 실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잰 걸음을 걷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 일차의료 살리기 총력전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일차의료 활성화를 약속했다. 대한의사협회는 대통령이 직접 나선 만큼, 이번 정부에서 만큼은 반드시 동네의원 살리기 숙원사업을 이뤄내겠다는 각오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과거처럼 무조건적인 반대를 외치는 대신 정책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며 전문가로서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협은 지난 5월 24일 일차의료 활성화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정부에 전달하기 위해 ‘(가칭)일차의료활성화 개선 태스크포스’를 꾸렸다. 의협 김주현 기획이사를 비롯해 임익강 보험이사, 조현호 의무이사, 이진용 공공보건이사, 김형수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 등이 참여한다.
 

태스크포스는 ▲일차의료활성화 ▲일차의료특별법 대책 ▲의료전달체계 개선 대책 ▲공공의료 대책 등에 대해 논의하고 정책을 마련해 정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의협 관계자는 “일차의료기관의 지원방안 및 제도 개선을 모색하고 합리적인 의료전달체계 개선 방안을 마련해서 정부의 정책방향 수립 때 의료계 의견을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구성 배경을 설명했다.
 

의협은 문재인 대통령의 1호 정책인 치매국가책임제와 관련해 서도 동네의원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차의료기관이 참여하는 ‘치매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의협은 지역사회-일차의료기관-지역 및 권역병원으로 이뤄지는 전달체계 구축이 관건이라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의협은 치매안심병원 설립을 통한 치료도 중요하지만 환자 지역사회 발굴, 조기 진단 및 예방사업을 위해 지역사회와 일차의료기관이 일정 부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치매지원센터가 확대되는 만큼 의료기관과의 매칭 시스템을 구축해 시의 적절하게 치매 진단 및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 하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치매 조기진단 및 치료를 위해 의료기관이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일차의료기관이 게이트 키퍼로서의 기능을 다하고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 10%에 불과한 공공부문 만의 힘으로는 치매국가책임제가 성공할 수가 없다. 전체 90%를 차지하는 민간부문의 협조와 참여가 필요하다”며 “의료계가 주도적으로 참여해 협력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대한병원협회, 의료인력 수급 해결 촉구
병원계는 원활한 간호인력 수급 정책이 마련되기를 요구하고 있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간호사 수는 인구 1000명당 4.63명으로 OECD 평균인 9.13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한 면허간호사의 약 46%만 의료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간호사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인 상황에서 지난 정부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등 간호인력 투입이 필수적인 정책을 도입해 병원들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지방 중소병원의 경우 임금을 인상하고 처우를 개선해도 간호사들은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인력난에 따른 지역별, 의료기관 규모별 간호서비스 불균형이 심해지고 있다”며 “간호사 대비 환자수를 기준으로 수가를 보상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인력 공급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도 주문하고 있다. 병협 관계자는 “간호대학 입학정원을 확대하고 의사의 경우 공중보건의사제도가 마련돼 있는 것처럼 ‘공중보건간호사제도’(가칭)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법인 인수·합병 허용에 대한 당위성도 피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집에 300병상 미만의 중소병원 청산 촉진을 위한 특례를 신설하고, 잔여재산 일부를 법인 기부자에게 보존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내용이 담기면서 기대감도 높은 실정이다.
 

문제는 인수·합병 허용이 의료영리화를 하지 않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와 다소 상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들은 인수합병이 아니라 지자체가 인수해 공공병원을 인수하거나 합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병협 역시 정책 제안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꾸렸다. 지난 6월 15일 롯데호텔에서 제18차 상임고문, 상임이사 및 시도회장 합동회의를 열고 보건의료정책연구회를 구성하기로 의결했다.
 

연구회 단장은 서울대학교 공공의료사업단 권용진 교수가 맡았고, 한국병원경영연구원에 위탁운영하기로 했다. 임원 중 회장단 및 위원장을 제외한 이사 4명이 위원으로 참여해서 1년간 정책자료집 발간 등의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대한간호협회, 간호단독법 제정 사활
대한간호협회는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간호사들의 처우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환자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숙련된 간호사가 의료현장을 떠나지 않고 수준 높은 간호를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간협에 따르면 우리나라 간호사는 1인 당 선진국 보다 4∼5배 많은 환자를 담당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간호사 활동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과중한 업무로 인해 간호사 평균 근무 년수가 5.4년에 불과하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간호사가 지속 근무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특단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간협은 간호단독법 제정을 해결책으로 꼽고 있다. 세계 80여개 국가에서는 의료법과 별개로 간호단독법이 시행되고 있다.
 

간협 관계자는 “현행 의료법은 간호사를 비롯한 간호 관련 인력을 포괄하기에는 많은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며 “간호법 제정으로 환자가 간호사로부터 안전한 간호를 제공 받고 국민 모두 지역 간 차별없는 질 높은 간호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한다”

고 강조했다.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보건의료정책 마련에도 관심이 높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노인인구 및 노인진료비가 증가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으로 노인진료비는 이미 총 진료비의 39.2%를 차지했다.

간협 관계자는 “날로 증가하는 노인진료비를 절감하기 위해서는 질병 예방과 만성질환 관리 중심으로 지역사회 간호전달체계를 확립하고, 방문건강관리 및 노인장기요양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한의사협회,“공공의료 영역서 홀대”
한의계는 문재인 정부에 국가 차원의 한의약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공공의료 영역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 환경을 구축하는 것은 한의계의 오랜 숙원이다. 실제 전국 국립의료기관 중 한의과가 설치돼 있는 곳은 3곳에 불과하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한한의사협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건강보험 보장률은 전체 요양기관 평균 63.4% 대비 한의병원은 35.3%, 한의원은 47.2%에 불과하다.
 

한의협 관계자는 “정부의 전폭적인 후원 아래 중성약 수출로 매년 4조원 이상 국부를 창출하는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 한약제제 산업은 정부 무관심 속에 고사위기다”라고 토로했다. 한의계는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을 다시 공론화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한의협은 그동안 현대의료기기 문제 해결을 위해 다방면으로 애썼지만 이렇다 할 결실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한의주치의를 임명하면서 분위기가 무르익길 기대했지만 현대의료기기 문제를 포함해 지금까지 정부에 적극적으로 피력했던 정책들은 좀 처럼 힘을 받지 못하는 모양새다.
 

한의협 관계자는 “한의사가 보다 정확한 진단과 안전한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현대 의료기기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 치과의사 영역 확대 시동
치과계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보건의료정책과 관련해 치과의사의 영역 넓히기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최근 대한치과의사협회가 ‘(가칭)치매예방을 위한 구강정책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기로 한 것도 그 일환이다.
 

문재인 정부는 11조2000억원의 추경 예산 중 보건복지부 소관은 8649억원이다. 이 중 치매국가책임제에만 2023억원이 배정됐지만 치과의료는 정책에서 배제돼 있다는 것이 치협의 주장이다.
 

태스크포스 추진을 시작으로 치협은 치매환자와 구강 건강 연관성에 대한 국회 정책토론회를 열어 국민 설득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치협은 보건의료 및 치과의료정책 수립을 위한 새 정부 정책제안 TF 위원 구성도 18명으로 꾸렸다.
 

치과계는 치과의료의 공공적 역할 확대도 모색하고 있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최근 구강보건의 날을 맞아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구강보건을 전담하는 의료정책국과 구강건강정책관 신설에 대해 논의했다. 
 

당시 대한예방치과·구강보건학회 정세환 학술이사는 “공공영역이 축소되고 취약계층의 구강건강이 위협받는 등 점점 비정상화되고 있는 치과의료체계를 바로잡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1인1개소법 사수, 한국치과의료융합산업연구원 설립도 치과계의 주요 현안이다. 치협 관계자는 “1인 1개소법 사수 등을 국정과제에 반영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대한약사회, 안전상비약 제도 재검토 촉구
대한약사회는 지난 정부에서 서비스 경제발전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하려했던 안전상비의약품 확대, 원격화상판매기 도입, 법인약국 도입 등에 대한 전면철폐를 요청하고 있다.
 

약사회 조찬휘 회장은 최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 보건의료 전문직 단체 간담회에서 8개 주요사안 이행을 재차 강조했다. 
 

정부에 전달된 건의 사항은 ▲안전상비약 제도 전면 재검토 ▲보건의료 정책 수립 시 약사 포함 ▲건강증진사업 및 방문보건의료서비스 약사 참여 ▲소액 다결제 업종인 약국에 대한 우대 수수료율 적용 ▲동네약국에 대한 정책적·재정적 지원 강화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 소속 약무정책관(국장) 신설 ▲약사정책발전위원회 구성·운영 ▲반려동물 보호자 부담 완화를 위한 체계 개선 및 동물약 강제분업 실시 등이다.
 

조찬휘 회장은 “의약품 전문가인 약사는 보건의료인으로서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주요 보건의료 정책에 약사직능을 반드시 포함시켜, 국민 중심의 건강권을 바로 세우는데 약사가 기여할 수 있도록 배려해 달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이어 “안전상비약 판매업소의 위법행위에 대한 사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며 “의원과 약국이 연계한 당번 제도화와 공공심야약국 운영을 통해 심야나 휴일에 의약품 구입 불편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약사는 환자의 치료에 필수적인 의약품의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의료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책 수립에서 소외됐다”며 “주요 보건의료 정책 수립에 반드시 약사직능을 포함시켜 달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변화를 선도하는 약사관련 정책 개발를 위해 정부와 약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약사정책발전위원회 구성·운영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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