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붕괴로 싹튼 ‘호스피탈리스트’
지속 가능 한국형 제도 과연 어떤 모습일지 관심 고조
2016.04.14 06:49 댓글쓰기

[기획 上]2015년 내과 전공의 지원율 92.2%. 사상 첫 미달 사태를 맞은 내과의 충격파가 일파만파 퍼져 의료계의 전공의, 전임의, 교수로 구분되던 의사 인력의 지형을 바꿔놓고 있다. 

내과의 붕괴 현상이 내과와 협력하는 다른 진료과에 영향을 미치며 의료계 전반에 위기감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지난해 의료계는 호스피탈리스트(Hospitalist·입원전담전문의) 도입을 위해 본격적으로 논의에 나섰다. 위기론이 가시화된 내과의 구원투수로 호스피탈리스트가 등판한 것이다.

대한내과학회가 호스피탈리스트 도입을 위해 가장 먼저 소매를 걷어 올렸고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의학회·대한외과학회가 힘을 합쳤다.

이들은 지난해 5월 새누리당 문정림 국회의원·대한내과학회 주최 ‘환자 안전과 진료의 질 향상을 위한 입원환자 전담전문의 제도도입방안은?’ 국회 토론회에서 처음으로 호스피탈리스트의 돛을 올렸다.

그 후 8월 ‘한국형 호스피탈리스트 시범사업 운영·평가 협의체(이하 협의체)’를 구성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일사천리로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내과는 서울아산병원·분당서울대병원·충북대병원 등 3곳, 외과는 서울대병원 1곳이 그 무대다. 채용 등 준비과정이 필요해 호스피탈리스트가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 것은 지난해 11월 말 쯤이다. 2월 말 기준, 서울아산병원은 2명, 분당서울대병원은 4명, 충북대병원은 2명, 서울대병원은 1명의 호스피탈리스트가 참여 중이다.

협의체는 시범사업을 통해 ▲평균 재원 일수 등 의료자원 구조 ▲의사 호출 후 반응 시간 등 의료 제공 과정 ▲입원 중 감염 발생률 등 의학적 결과 ▲환자·호스피탈리스트·간호사·전공의·교수 등의 만족도 ▲호스피탈리스트 제도 관련 수익·지출 등 비용과 편익을 분석해 한국형 호스피탈리스트 모델을 찾고자 했다.

환자설문, 의무기록 분석, 동료의료인 설문, 미래 호스피탈리스트가 될 전문의 시험 대상자 설문,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호스피탈리스트 심층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 중 유의미한 결과를 나타낸 것도 있지만 통일되지 않은 호스피탈리스트 업무 범위, 짧은 시범사업 기간, 각기 다른 근무 환경 등으로 분석에 한계가 있는 내용도 있었다.

협의체는 여전히 관련 자료를 취합해 분석 중이고 시범사업 모형 개발 및 수가 보상 방안 등을 4월말 확정할 예정이다.
 

호스피탈리스트 제도 만족도 높아

호스피탈리스트 제도 도입에 따른 환자 만족도는 매우 높게 나타났다.

협의체의 중간 보고서에 따르면 호스피탈리스트를 둔 병동의 입원환자 177명과 그렇지 않은 병동 입원환자 140명에게 만족도 조사를 시행한 결과, 호스피탈리스트 제도를 경험한 환자는 전문의가 입원 병원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것에 대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4.79배 만족도가 높았다.

입원 환자들이 밤 시간대 교수 등 의료진의 체계적 관리를 받지 못한 것에 대한 불안이 반영된 것이다.

그 뒤로는 입원 직후 병실 진료의 신속성(3.45배), 통증 조절(3.39배), 면담시간 만족도(3.16배), 검사와 치료계획 등과 관련한 입원 중 설명(3.01배) 순으로 만족도가 높았다. 전문의가 입원 환자 곁을 지키며 환자 상태를 빠르게 파악하고 대처하는 부분에 대해 크게 만족한 것으로 분석된다.

보다 객관적인 자료라고 할 수 있는 전체 콜 응답 지연 통계에서도 호스피탈리스트는 전공의에 비해 빠르게 움직였다.

전체 9000 여건의 콜 중 10분 이상 지연된 건수의 비율이 호스피탈리스트의 경우 8.4%였지만 전공의는 12.2%다. 이 간극은 지체 시간이 늘어나며 더 커졌다. 30분 이상은 각각 6%, 10,2%였고, 60분 이상은 4.6%, 8.5%로 나타났다.

장성인 협의체 간사(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는 “호스피탈리스트의 경우 입원환자의 콜이 몰리면 하나하나 해결해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지연 시간이 길지 않다”며 “하지만 전공의의 경우 입원환자만을 돌보지 않기 때문에 응급실 등 다른 곳에서의 콜이 있으면 그곳을 해결하고 와야 해 시간이 더 걸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병원 입원환자 10명 가운데 7명은 병원에 호스피탈리스트가 있다면 입원비를 더 부담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만족감이 환자의 지갑을 열게 한 것이다. 입원환자 총 317명 가운데 67%(212명)는 “병원에 호스피탈리스트가 상주한다면 입원비를 더 낼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추가로 부담할 수 있는 금액은 ‘1만원 이상~2만원 미만’이 38%로 가장 많았으며 ‘2만원 이상~3만원 미만’은 26%, ‘5천원 이상~1만원 이하’는 21%, ‘5천원 미만’은 15%로 조사됐다.

특히 시범사업을 통해 호스피탈리스트를 경험한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입원비 추가 부담에 긍정적이었다. 호스피탈리스트가 상주하는 병동에서는 입원환자 177명 중 71%(126명)가 돈을 더 낼 뜻이 있었고, 일반병동에서는 140명 중 61%(86명)만이 추가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답했다.

의료의 질 향상 등은 시범사업의 구조적 한계 탓에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호스피탈리스트의 의료과실이 적다는 연구 결과가 이미 제시된 상태다.

‘Journal Hospital Medicin’ 12월호에 실린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연구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호스피탈리스트의 의료과실 신고 건은 100명당 연간 0.52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97년부터 2011년까지 보험사에 접수된 5만2000여 건의 의료과실 신고를 분석한 결과다. 반면 일반 내과 전문의는 1.91건, 응급의학과 전문의 3.50건, 일반외과 전문의 4.79건, 산부인과 전문의 5.56건으로 호스피탈리스트 의료과실 신고 건보다 높았다.

호스피탈리스트 의료과실은 진단(36%)보다 치료(415%) 과정에서 더 많이 발생했다. 과실 원인으로는 협진 지연 등 임상적 판단 오류(54.4%), 환자와의 소통(36.4%)에 문제가 지목됐다.

연구팀은 호스피탈리스트 의료과실이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로 △이미 응급실이나 외래에서 진단을 받았고 △호스피탈리스트 임상 경험이나 병원 시스템의 적응도 및 이해도가 높아 환자에게 제공하는 진료의 질적 수준이 높다는 점 △입원기간 중 환자 및 보호자와 계속 대면하기 때문에 상호 신뢰관계가 충분히 형성돼 있다는 점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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