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호스피탈리스트 방향은 어떻게
‘문제는 돈’ 적정수가 등 재원 마련 관건
2016.04.15 12:12 댓글쓰기

[기획 下]협의체가 지난 3월 내놓은 보고서는 보건복지부가 추진하기로 한 시범사업의 토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작년 11월 호스피탈리스트 시범사업 현장인 서울아산병원과 서울대병원을 방문했다. 며칠 후 대한내과학회와 회의를 거쳐 12월 17일 호스피탈리스트 정부 시범사업 시행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정부는 현재 협의체와 소통하며 TF를 구성하는 중이다.

▲유인책: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는 지속가능한 호스피탈리스트 제도를 위한 유인 요인을 만드는 것이다. 협의체 조사 결과 현직 호스피탈리스트는 직업적 안정성을, 미래 호스피탈리스트가 될 전문의 시험 대상자는 급여를 가장 우선적 고려 요건으로 뽑아 차이를 보였다.

협의체가 각 병원 호스피탈리스트를 심층 인터뷰한 결과 ‘업무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대부분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으나 몇 가지 조건이 붙었다. ‘정규트랙 보장’, ‘전임 조교수 발령’ 등 직업 안정성이다. 미래를 볼 수 있도록 비전을 제시해달라는 주문이다. 추가 근무에 대한 수당 지급도 언급됐다.

반면, 전문의 시험예정 대상자 1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급여가 가장 큰 고려 사항이었다.

외과는 63%, 내과는 72.6%가 근무 의향이 있다고 밝혔고 이들은 1순위 고려 사항으로 급여 수준을 꼽았다. 내과는 59%, 외과는 86%로 외과에서 급여에 대한 요구가 더 높았다. 2순위 고려 사항으로 내과는 54%, 외과는 70%가 업무강도를 꼽았다. 

3순위는 근무지역이다. 내과는 24%, 외과는 32%를 차지했다. 근무 지역에 따른 희망 월급 또한 달랐는데,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높은 월급을 요구했다. 일자리의 안정성은 2순위 고려 사항에서 두 번째로 높았는데 내과는 16%, 외과는 17%를 차지해 현직 호스피탈리스트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근무 모형: 근무 형태 역시 고민해 봐야 하는 사안이다. 가장 큰 축으로는 호스피탈리스트가 입원 병동을 전담할 것인지 아니면 전공의와 함께할 것인지 나눠볼 수 있다. 또한 전공의와 호스피탈리스트가 함께 한다면 업무 영역의 구분이 필요하다.

현재 서울아산병원과 충북대병원은 전공의와 독립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반면 분당서울대병원과 서울대병원은 의무기록 작성, 동의서 작성, 환자와 보호자 설명 의미, 입원환자 스케줄 관리 등의 업무를 함께하며 전공의 수련에 참여하고 있다.

호스피탈리스트가 전공의 없이 약 50병상 규모의 병동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최소 5명이 필요하다. 이들은 당직과 주간 업무를 적절히 나눠 수행하게 된다.

문제는 이에 대한 현 호스피탈리스트의 반응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점으로 야간 근무가 가장 많이 지적됐고 체력문제, 육아 등도 언급됐다. 개선 사항으로는 충분한 휴식 시간, 수가 등을 제시했다.

전공의와 함께 입원병상을 책임지는 경우 역시 전공의 교육에 따른 업무 강도 강화, 실질적 교육의 어려움 등의 문제가 제기된 상태다. 전공의와 같은 공간에 있다 하더라도 업무를 완전 독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수가 산정: 정부 시범사업 중요 목적 중 하나는 호스피탈리스트 제도 도입을 위한 수가 산정이다. 수가가 의료 제도 정착의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입원료에서 호스피탈리스트를 위한 비용을 산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허대석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입원료 중 40%를 차지하는 간호관리료에 ‘입원 수가’를 신설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입원료는 입원환자 의학관리료 소정점수 40%, 간호관리료 소정점수 25%, 병원관리료 35%로 구성돼 있다. 호스피탈리스트를 위한 비용은 의학관리료에 반영될 수 있다. 

관건은 역시 인상폭이다. 호스피탈리스트 제도가 연착륙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건강보험 재정을 사용하는 것인 만큼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근거 또한 마련해야 한다.
 

설문조사 등 현재 이어지는 호평에 의료기관들은 호스피탈리스트 채용에 나섰지만 정작 당사자인 의사들 시선은 냉담하다. ‘근무시간 조율’, ‘직급 부여’, ‘최고 수준 보수’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지원자 찾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일명 빅5 병원이 호스피탈리스트 채용에서 연달아 미달을 기록했다. 계명대 동산의료원과 동아대병원, 을지대병원, 인제대 상계백병원, 전남대병원, 제주대병원, 한림대의료원, 강동성심병원, 전남대병원 등 다수 대학병원 역시 정원을 채우지 못한 곳이 다반사다.

결국 호스피탈리스트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과 채용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수가’ 등 재원이 관건이다. 지난 3월 25일 열린 ‘한국형 호스피탈리스트 시범사업 토론회’에서도 실효성 있는 제도 마련 목소리가 컸다.

장성인 협의체 간사는 “호스피탈리스트 제도는 전문의 전담의가 24시간 상주하는 모형이 이상적인데 이를 위해서는 근무시간 여건이 현실적으로 반영돼야 하고, 현실적인 지원과 채용을 위해서는 수가 수준이 가장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환자, 의사, 병원 모두의 이해가 충족되는 제도로서 모두의 이익을 위한 현실적인 타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수가, 병원, 국민의 부담 비율 등 선결해야할 과제가 많다.

대한내과학회 이동기 총무이사는 “호스피탈리스트는 전시적인 게 아니고 지속가능하고 새로운 직군이 될 것”이라며 “문제는 수가다. 국가와 국민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고 병원도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외과학회 이강영 부총무도 “결국 재원을 확보하는 게 가장 큰 과제다. 제도가 도입돼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참여와 상호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김대하 기획이사는 “전공의 업무량을 줄이기 위한 대체인력으로 호스피탈리스트를 찬성하는 게 아니”라며 “호스피탈리스트가 새로운 전문의 역할로 자리 잡는다면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많은 의사들과 전공의들이 호스피탈리스트를 진로로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