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습격 현실화···알파고發 ‘AI 의사’ 출현 촉각
급속한 발전 ICT 기반 '융합의료' 지형도 급변
2016.04.21 06:01 댓글쓰기

[기획 上]정보통신기술(ICT,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 상륙으로 변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는 의료에 알파고(Alphgo) 發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열풍’까지 가세했다. 의료와 ICT 융합은 의사 경험과 직관에 따라 질병을 치료하던 시대와의 작별을 서두른다. 허공에 흩어져 있던 정보들은 의료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거쳐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를 위한 의미있는 근거로 활용된다. 여기에 방대한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 인간처럼 의사결정을 내리는 ‘의료 AI’까지 등장하면서 보다 정확한 근거중심(evidence based) 의학 구현이 현실화 되고 있다. 상·하로 나눠 조명해봤다.[편집자주]
 
의료와 ICT 융합의 핫 이슈는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AI다. 알파고(Alphago)로 촉발된 관심은 의료 AI 산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AI가 가장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는 현장 중 한 곳이 바로 병원이기 때문이다. 질병 진단과 효율적 치료법을 찾는 데 AI가 활용되고 있다.

유명세는 알파고가 탔지만 현재 기술적으로 가장 우위에 있는 ‘AI’는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이다.

지난 2011년 미국의 유명 퀴즈쇼 ‘제퍼디’에 출연하면서 이름을 떨쳤다. ‘알파고와 이세돌’이라는 세기의 대결에 비견될 수 있는 이 퀴즈 겨루기에서 왓슨은 챔피언 2명을 따돌리고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왓슨은 정형화된 데이터가 아닌 인간이 사용하는 자연어를 이해한다. 비언어적 차이도 감지해 낼 정도로 똑똑하다.
 
IBM 닥터 왓슨, 암 전문의 진단에 도움 제공

‘닥터 왓슨’의 뛰어난 데이터 학습력과 판단력은 미국 유수 병원의 암 전문의들을 돕는데 사용되고 있다.
미국 MD앤더슨 암센터,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 암센터 등의 의사들에게 환자 맞춤형 암 진단 및 치료계획을 제안한다.

증상과 유전자, 병력 등을 고려해 60만개의 연구논문 및 150만명의 환자기록, 200만 쪽의 논문을 스스로 학습해 이를 근거로 가설을 세워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미국종양학회에 따르면 현재 왓슨의 정확도는 대장암 98%, 직장암 96%, 방광암 91%, 췌장암 94%, 신장암 91%, 난소암 95%, 자궁경부암 100%다.

후발 주자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도 ‘인공지능 의사’ 개발에 착수했다.

구글 리서치 그룹 제프 딘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한 대학과 질병 진단 및 치료에 딥러닝을 적용하는 프로젝트를 공동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영국 공중보건국(PHE)과도 맞춤형 치료법 제시 서비스를 연구하고 있다. 영국 헬스케어 스타트업 바빌론도 AI 기반 상담 전용 앱(App)을 개발했다.

사용자가 증상을 말하면 음성 인식을 통해 질병 데이터에서 비슷한 증상을 찾아내 환자 병력과 특성에 따라 적합한 행동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증상과 심박수, 음식, 진료기록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질병 예방을 위한 조언을 하는 게 목적이다.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하사비스와 무스타파 슐레이만도 바빌론에 투자자로 참여했다.

의료 AI는 미국, 유럽 등이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들 국가에 비해 2년 정도 뒤쳐졌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

의료 AI 기술 개발은 전문 스타트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뷰노’, ‘루닛’ 등의 회사가 AI와 의료를 융합한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한국도 ‘딥러닝(deep learning)’ 통해 진단기술 개발 

알파고의 핵심 기술인 스스로 학습하는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을 기반으로 질병을 진단하거나 치료 효율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서비스 개발이 이뤄지는 추세다. 

뷰노는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폐질환 조기진단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뷰노메드’라는 솔루션인데 서울아산병원과 지난 1년여 공동 연구를 진행한 결과, 폐질환 진단 정확도가 97%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뷰노메드는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의료 영상 데이터를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해 환자의 병증이 폐질환인지 여부를 판단한다.

인간의 두뇌처럼 컴퓨터가 수 많은 데이터 속에서 동일한 패턴을 발견한 후 이를 토대로 사물을 분별하는 것이다. 최종 목표는 폐암 진단이다. 

루닛은 딥러닝 기술을 유방암 조기진단에 적용했다. 의료 영상 유방 촬영술, 병리조직검사 소프트웨어로 종양이 양성인지 악성인지를 구분하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이미지를 정교하게 인식하는 딥러닝 기술을 통해 의료 데이터로 학습시켜 기존 의료영상 판독의 정확성과 객관성을 높이는 것이다.

루닛은 삼성서울병원과 공동연구를 통해 금년 내 유방암, 결핵 등의 조기진단 솔루션을 출시할 예정이다.
의료 AI 연구 개발은 정부 지원 확대로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3월 14일 ‘AI 개발 컨트롤 타워’ 설립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관련 부처와 민간기업 등 범국가적으로 구성된다.

컨트롤타워는 AI 관련 연구 과제와 예산 집행 체계를 일원화하고 집중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AI 투자예산도 300억원 규모로 대폭 확대될 예정이다.
 

첨단기술 적용 핵심 ‘디지털 병원’

의료와 AI의 접목이 시도될 수 있는 바탕은 ‘디지털 병원’이다. 병원정보시스템(HIS)을 구축해 전자의무기록(EMR), 처방전달시스템(OCS), 의료영상정보시스템(PACS), 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CDSS) 등을 하나로 연결한 덕분에 병원 내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통합, 연계하는 게 가능해졌다.

진단, 처방, 검사결과를 진료과 간 공유할 수 있다. 부작용 등 치료 위험성에 대한 정보도 실시간으로 전달돼 환자 안전을 강화할 수 있다.

축적된 데이터들은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거쳐 임상연구 자원으로 활용돼 치료 근거로 생성된다.  환자가 말하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생활습관도 각종 센서와 사물인터넷 기술 발달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다양한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실시간으로 환자의 심박수, 혈압, 혈당, 운동량 등의 활력 징후를 측정한다.

이렇게 일상생활에서 수집된 개인 라이프 로그 데이터가 모여 개인건강기록(PHR)이 생성되고 EMR 데이터, 유전체 분석 정보와 연계되면 의사는 두 데이터 간 인과관계를 고려해 환자 개인의 특성에 맞는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국내 디지털병원의 선두인 분당서울대병원은 ‘AI 병원’으로 진화하기 위한 담금질에 들어갔다. 

병원은 이미 지난 2013년 차세대의료정보시스템인 ‘베스트케어 2.0’을 개발할 때 AI 기반 기술을 활용했다. 입원환자들의 손목에는 고유 식별코드가 생성된 전자태그가 부착된다. 투약이나 주사, 검사 등을 할 때마다 처방과 환자 코드가 일치하는지 여부를 하나의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불일치 할 경우 경고 메시지가 떠 사전에 위험을 차단할 수 있는데 이는 흩어져 있는 정보들이 하나로 연결된 덕분이다.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통합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스템이 스스로 판단해 의료과실을 줄이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해 유전체 분석 정보, 진료정보, 개인 라이프로그데이터 등을 결합해 정밀의료를 구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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