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처음부터 의협을 보이콧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럴 수 있는 단체가 없으면 대한의사협회가 변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의협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패싱할 수 없는 단체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권성택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이하 전의교협) 회장은 전국의과대학교수노조(가칭, 이하 의교노) 설립 의미를 묻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현재 전의교협은 임의단체다. 이번 의료계 투쟁 과정에서 제자인 전공의, 의대생들과 밀접하게 스킨십을 이어갔지만 결국 마지막 순간 정부‧여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은 건 의협이었다.
권 회장이 법적 단체로서 지위를 가진 의교노 필요성을 절감했던 순간이다.
그는 “만약 이번 의료계 투쟁 과정에서 의교노가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국시 사태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합의를 했다 하더라도 국시 재응시 기간 등에 대해서 추가적인 논의 등을 요청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피력했다.
노조 설립 추진 계기에 대해서는 의사로서 환자들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의권’을 되찾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왜곡된 수가 체계 하에서 교수들은 병원의 수익을 위한진료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데 이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환자를 위해 헌신하는 것에 대해 노동자로서 대우 받고자 노조를 설립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 노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수들이 자신의 전문분야를 잘 살려서 ‘제대로’ 많이 진료해 국민 건강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당초 지난 11월21일로 예정됐던 의교노 발기인 대회가 내년으로 연기되며 의교조 공식 출범도 일정이 늦춰지게 됐다.
이번 의료계의 대정부 투쟁을 계기로 뒤늦게 교수협이 활성화된 일부 의과대학에서 연이어 노조까지 결성하는 데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권성택 회장은 “노조인 발기 대회는 내년 2월로 연기했고, 4월에 총회를 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며 “나는 내년 4월까지가 임기라 실제 노조는 차기 회장이 이끌어 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교수 노조, 대한의사협회가 패싱할 수 없는 단체로 자리매김 추진-노조 발기인 대회 내년 2월로 연기"
"내년 4월 창립총회 예정이고 차기 회장이 실질적 교수노조 이끌어 나갈 예정"
"전공의, 의대생과 결성한 '의료정책 감시연대', 12월 중 공동 선언문 발표"
내년 4월을 끝으로 전의교협 회장직에서 내려오게 되는 그는 임기 말임에도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특히 지난 9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이하 의대협)와 함께 만든 의료정책감시연대(가칭)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의료정책감시연대는 지난 9월 의-정 합의문이 작성된 이후,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정책들을 감시하고 그에 맞는 대응을 하기 위해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이 결성한 연합체다.
그간 대전협 집행부 교체 등의 문제로 제대로 활동을 해오지 못했지만 최근 제반 문제들이 해결되며 본격적인 움직임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젊은 의사들 사이에서 신망이 두터운 의료정책연구소 안덕선 소장이 단장으로 합류해 있으며, 12월 중순 무렵에는 의료정책감시연대 이름으로 공동선언문도 발표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권성택 회장은 “내년 의료인력 수급이 줄어드는 만큼 각 수련병원에 인력 선발 축소를 요구하는 내용, 기존 전공의들에게 업무가 과중되지 않도록 80시간 준수를 비롯 적정진료를 요구하는 내용들을 논의 중 ”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의료정책감시연대 차원에서 내부교육과 대국민 홍보를 위해 유튜브 동영상도 제작 중이며 ‘공공의대 흑서’라는 제목의 책자도 집필 작업에 들어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