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근빈 기자] 오는 5월 시작되는 유형별 환산지수 계약(수가협상) 과정이 개선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다 폭넓은 대화의 과정을 통해 ‘깜깜이 협상’이라는 꼬리표를 떼버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수가협상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불거진 문제인 의원-병원 역전현상을 바로 잡겠다는 의지도 드러내 추후 변화가 예상된다.
5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강청희 급여상임이사[사진]는 출입기자협의회와 만나 보건의약계 관심이 집중된 수가협상 관련 다양한 얘기를 나눴다.
강청희 이사는 “의원-병원 간 벌어지는 수가 역전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만들 것이다. 한계에 직면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지난 2008년 유형별 환산지수 도입 이후, 매년 의원의 환산지수 인상률이 병원보다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2010년 역전된 이후 매해 그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는 상황이다.
실제로 ▲2008년 의원 62.1점, 병원 62.2점 ▲2009년 의원 63.4점, 병원 63.4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2010년 의원 65.3점, 병원 64.3점으로 역전현상이 발생했다.
그 이후 ▲2011년 의원 66.6점, 병원 64.9점 ▲2012년 의원 68.5점, 병원 66점 ▲2013년 의원 70.1점, 병원 67.5점으로 소폭 차이가 벌어지다가 ▲2019년 의원 83.4점, 병원 74.9점으로 8.5점의 격차가 발생하는 상황이 됐다.
강 이사는 “의원과 병원간 행위 내용(행위종류, 행위량 등)의 차이로 수가 역전이 일어나더라도 의원이 큰 보상을 받는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금부터라도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기적으로 환산지수 연구의 목표-실제진료비 간 보정계수(UAF) 누적진료비 기준을 축소해 유형별 격차의 과대‧과소 편향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나아가 중장기적 관점에서 단순히 환산지수 산출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치점수를 포함한 전체 요양급여비용 산정방식을 개편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연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수가협상 시 주요 근거로 작용하는 SGR모형 타당성을 재검토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산출결과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고 SGR 모형 개발국가인 미국에서도 2014년 기술적 결함, 실제 계약 시 적용의 한계 등으로 모형을 폐지한 바 있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소통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
강 이사는 “물론 밴딩 폭은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그간 깜깜이 협상이라고 지적받은 사항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본적으로 공급자 요청에 따른 건보공단의 근거자료를 적기에 제공해서 대응 논리를 마련할 시간과 기회를 부여하는 등 숨겨왔던 정보의 공개를 선언한 것이다.
이는 총 4차례에 걸친 ‘제도발전협의체’를 통해 합의된 내용으로 말 뿐인 소통이 아니라 실질적인 대화 창구를 열어두고 수가협상 개선방안을 일부 이끌어냈다는 의미가 있다.
제도발전협의체는 가입자 7명, 공급자 6명, 학계 전문가 2명, 복지부 2명, 건보공단 6명으로 구성돼 운영된다.
강 이사는 “지난 2월말에 열린 4차 회의에 의협은 불참했지만 이날 회의를 통해 환산지수 산출 개선 및 중장기 수가결정구조, 협상 진행 가이드라인이 논의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장 오는 5월 커다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단계적으로 변화해 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미래지향적인 환산지수 연구와 함께 협상절차도 조기 착수할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협상이 진행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