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약 급여화 추진에 대해서도 반대 65.2%(2339표), 찬성 34.8%(1246표)로 2배정도 차이가 났다. 서울시한의사회는 투표 결과를 공식 의견으로 채택해 추후 회무를 진행할 계획이다.
홍주의 서울시한의사회 회장은 "회원들의 뜻을 받아 현 집행부에 공식적인 의견을 전달하고 납득할 수 있는 첩약급여화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한의협은 "첩약 급여화를 앞두고 투약 전후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혈액검사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며 급여화 추진기조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보건복지부는 첩약급여화와 관련해 연말 시범사업을 거쳐 첩약의 치료 효과성 등을 검증한 뒤 급여화 전환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지난 4월 내놨다.
그러나 정작 한의계 일선에선 첩약급여화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23일 '전국한의사비상연대(상임대표 경희대94 이종안 외 15명)'는 “회원 동의 없는 제제분업과 첩약건보 졸속 추진을 중지하라"는 성명을, 상지한의대 동문 100여 명은 현 협회의 첩약건보 강행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의협 전임회장들로 구성된 대한한의사협회 명예회장단도 21일 첩약보험화에 대한 반대 성명을 내놓았다. 한의계 단체 '국민건강 및 민족의학수호연합회'는 첩약급여화에 반대하며 최혁용 한의협 회장 퇴진 운동까지 하겠다고 나섰다.
"무리한 수가 표준화, 처방 첩약 질(質) 하락 초래"
첩약급여화에 대한 한의계 반대여론은 불안정한 수가 책정에 대한 우려감에서 비롯됐다. 병의원마다 천차만별인 첩약 수가를 표준화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며 또 무리한 수가 표준화는 처방되는 첩약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한의사비상연대는 "첩약의 건강보험 진입 자체는 좋을 수 있으나, 차후 조제에 대한 정부 통제 및 수가 삭감 등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상황을 왜곡하거나 숨기고 있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한의협명예회장단인 A원장은 "한의사마다 첩약의 원료 선택과 조제과정에서 다른 방식을 취할 수 있는데 표준화된 첩약 수가를 정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예컨대 같은 생강이라도 5만원짜리를 사용하는 한의사와 10만원짜리를 사용하는 한의사가 있다. 모든 첩약에 동일한 수가가 적용된다면 원재료 값을 절감하고자 하는 경우가 늘어날 수 밖에 없지 않겠나"고 주장했다.
한의협회원들에 따르면 현재 한의협은 첩약 적정수가를 15만원~18만원 정도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현재 관행수가에는 다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8년 발표한 '첩약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기반 구축 연구'에 따르면 현재 첩약의 관행수가는 한방병원 최저평균 15만9000원~최고평균 38만4000원, 한의원은 최저평균 17만6000원~최고평균 38만6000원대에 형성돼 있다. 같은해 한의학연구원은 한방병원과 한의원을 모두 합쳐 관행수가를 23만9000원으로 파악했다.
경기도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B원장은 "첩약의 가격을 낮춰 국민들의 첩약 수급 문턱을 낮추자는 취지 자체는 좋지만, 일원화된 수가로 한의사 나름의 원재료 및 조제방식 선택의 자유도가 떨어질 수 있다"며 "한의학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수가를 통일하는 것이 바람직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한의협 관계자는 "첩약급여화를 두고 한의계 내부에서 여러가지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는 수가를 포함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아무것도 정해진 바가 없는 상태로 향후 추진경과를 조금 더 지켜봐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