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모집도 마찬가지였다. 기피과의 저주는 어김없이 되풀이 됐다.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전공의 지원을 기다렸던 병원들은 '역시나'의 체념으로 올해 전공의 모집을 마감해야 했다.
이번 추가모집에서 가장 관심을 모았던 호남지역 내과는 절반의 성공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원광대병원은 전기에 이어 추가 모집에서도 지원자 '0명'이라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데일리메디가 2017년도 전공의 추가모집 마감일인 5일 78개 기관을 전수조사한 결과, 기피과들에는 여전히 지원자가 없었고, 전라도 지역 내과 전공의 확보도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원광대병원은 내과 전공의 6명을 추가모집했지만, 단 한명도 원서를 내지 않았다. 전기모집에서 발생했던 '0'의 행렬이 추가모집까지 이어지면서 올해 원광대병원은 내과 레지던트 1년차가 없는 상태로 의국을 운영할 처지에 놓였다.
지난 전기모집에서 원광대병원과 함께 '미달'의 쓴맛을 봤던 전남대병원과 전북대병원은 나름 선전했다.
전남대병원의 경우 4명 모집에 6명이 지원해 1.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전북대병원은 5명 정원에 4명을 확보했다.
하지만 전라도 지역의 다른 병원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성가롤로병원은 3명 모집에 1명만 원서를 냈고, 예수병원은 아예 지원자가 없었다.
풀리지 않는 기피과 저주
전통적인 기피과들 미달 사태는 여전했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지난 전기모집에서 고전했던 내과가 3명 모집에 6명이 지원하는 등 성과가 있었지만 흉부외과, 비뇨기과, 방사선종양학과, 병리과, 핵의학과는 미달됐다.
고대의료원 역시 외과, 흉부외과, 비뇨기과, 병리과, 핵의학과 모두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중앙대병원도 외과, 흉부외과, 비뇨기과, 병리과, 진단검사의학과에서 정원을 모집했지만 충원에 실패했다.
아주대병원은 외과를 비롯해 흉부외과, 비뇨기과, 방사선종양학과에서 추가모집을 진행했지만 원서를 제출한 지원자가 한명도 없었다.
충북대병원은 병리과, 비뇨기과, 외과에서 총 3명을 모집했지만 지원자가 전무했으며 충남대병원도 1명 정원인 비뇨기과에 지원자가 전혀 없어 인력 충원에 실패했다.
앞서 언급한 원광대병원은 내과를 비롯 병리과, 비뇨기과, 가정의학과가 지원자 ‘0명’으로 추가모집에서 가장 초라한 성적표를 거뒀다.
부산대병원도 흉부외과, 병리과, 핵의학과 모두 미달됐고 영남대병원 또한 흉부외과, 비뇨기과 지원자가 전무했다.
지속적으로 전공의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온 지방대학 수련병원들은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한 지방 수련병원 관계자는 “몇 년 째 흉부외과와 비뇨기과 지원자가 없어 걱정이다. 전공의특별법 등 시행도 맞물려 있어 올해 원할한 진료체계 구축은 딴나라 얘기가 됐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다만, 가톨릭중앙의료원을 제외한 빅5 병원은 일부 기피과 정원을 채우면서 자존심을 지켰다.
서울대병원은 흉부외과 1명 모집에 1명, 방사선종양학과 1명 모집에 2명, 병리과 1명 모집에 1명이 지원해 정원을 확보했으며 세브란스병원 또한 흉부외과 1명 정원에 1명이 원서를 냈다.
비뇨기과 1명을 모집하는 서울아산병원도 1명이 지원해 충원에 성공했으며 삼성서울병원은 방사선종양학과 2명 모집에 2명이 지원했다.
선배들의 한숨 ‘제도적 지원’ 절실
추가모집에서도 드러난 기피과 문제는 현 의료체계 상 도무지 해결방안이 나오지 않는다는 한숨으로 귀결된다.
흉부외과와 비뇨기과 선배들은 들어오지 않는 후배를 탓하기 보다 아니라 지원을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절실한 심경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심성보 이사장(성바오로병원)은 “기본적으로 의료체계 구조 자체가 어렵고 힘든 과와 그렇지 않은 과를 구분하고 있다. 특히 흉부외과는 원가에 못미치는 수가로 희생만을 강요받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가 제대로 된 정책을 펴지 못하는 문제가 크다. 어렵고 힘들어도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러한 선결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변화는 어렵다.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흉부외과 의사 양성에 10년이 넘게 걸린다. 하지만 전공의 수급은 원활하지 않다. 특히 지방병원은 붕괴 수준에 놓이게 될 것이다. 적극적 지원책 없이는 흉부외과의 존립 자체가 불투명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비뇨기과학회 조문기 홍보이사(원자력병원)는 “전공의 수련과정에서 외과 계열은 자기 시간을 포기해야 한다. 일이 힘들면 수입이라도 좋아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전공의들이 다양한 과에 지원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병원이 많아지다보니 선택해서 가는 구조가 됐고, 결국 기피과가 발생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원자가 줄면 그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힘든 한계가 있다. 비뇨기과는 현재 그러한 상황에 처해있다. 이미 선배들이나 병원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 적극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