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고막이 찢어지고 피멍이 들 정도로 전공의를 폭행한 혐의로 부산대병원 교수가 경찰 수사를 받는 가운데 피해 전공의 11명 중 10명이 가해 교수를 선처해달라는 청원서를 경찰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해 교수가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전공의에게 처벌 감경을 원하는 청원서에 서명해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31일 부산대병원과 부산 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최근 폭행피해 조사를 받은 부산대병원 전공의 11명 중 10명이 가해자인 A 교수를 선처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서를 냈다.
A 교수 측이 작성하고 폭행피해 전공의가 서명한 이 청원서는 "이번 폭행 사건은 피의자(A 교수)가 정형외과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후배 지도에 의욕이 앞서 발생한 일"이라며 "A 교수가 교육자로서 소양이 부족함을 스스로 알고 있다"로 시작한다.
이어 "A 교수가 앞으로 전공의 수련병원과 교육기관에서 지도 전문의 자격으로 의사 생활을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는 조건으로 구속 등의 극한 처벌을 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재직 기간 병원에 기여한 점 등을 고려해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선처를 부탁한다"고 돼 있다.
전공의들은 경찰에서 피해자 조사를 받으며 A 교수에게 맞은 사실을 털어놓고 상당수가 처벌을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 교수가 가족, 지인을 동원해 설득과 회유에 나선 끝에 상당수 전공의가 어쩔 수 없이 마음을 돌려 청원서에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공의들은 2015년 폭행사건이 처음 불거졌을 때 A 교수가 다시는 때리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써놓고도 이후에도 폭행을 일삼자 이번만큼은 강력한 처벌을 바란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부산대병원 노조 관계자는 "폭행당해 온 전공의들이 가해 교수의 선처를 바라는 청원서를 제출하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A 교수의 폭행 혐의 사안이 중대하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전공의들이 제출한 청원서가 영장 처리 과정에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폭행피해를 본 전공의 중 1명은 "지도교수와 갑을 관계에 놓인 전공의가 부당한 폭언과 폭행을 당해도 문제를 제기하기 쉽지 않다"며 "단지 A 교수가 처벌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병원 내 폭력의 악순환을 막는 구조적인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대병원은 내달 1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A 교수의 징계 수위를 결정해 부산대에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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