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만에 여의도집회…의약분업 악몽 의사들
'필요하다면 파업 불사'…원격의료 등 의료제도 강한 불신감 팽배
2013.12.15 20:00 댓글쓰기

지난 2000년, ‘잘못된 의약분업 바로잡기 전국의사대회’가 개최됐다. 4만5000명이 운집했고 이들은 진료실이 아닌 여의도에서 머리에 띠를 둘렀다. “건강권과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하는 잘못된 의약분업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15일 13년 만에 전국의사궐기대회가 재현됐다. 그 것도 같은 장소에서다. 시간은 13년이 흘렀지만 정부에 대한 의사들의 불신감은 오히려 깊어졌다. 의사들은 의료정책 역시 전혀 변한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가 주최한 의료제도 바로세우기 전국의사궐기대회에 2만명(경찰 추산 1만명)의 의사들이 깃발 아래 모였다. 원격의료가 이번 투쟁의 불쏘시개가 됐지만 그 간 켜켜이 쌓인 의료계의 울분이 터졌다.

 

목에 칼 들이댄 노환규 회장 “의료 살리겠다면서 칼 겨누는 정부”

 

궐기대회 대회사를 밝히며 비장한 결의를 다지던 중, 의협 노환규 회장이 갑자기 칼을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목에 들이댔다. 순식간에 분위기는 술렁였다. 그는 자신의 목에 칼을 겨누는 동작을 하며 심각성을 환기시켰다. 

 

 

노 회장은 “정부가 의료를 살리겠다며 새로운 정책들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그 정책들은 오히려 의료인의 목에 칼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노 회장은 “지난 36년 동안 잘못된 의료제도를 방치해 왔다”면서 “의사들이 최선의, 양심의 진료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한걸음도 물러서지 말고 의료 혁명을 쟁취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의원회 변영우 의장도 “의협과 의사들 없이는 모든 보건의료정책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정부에 경고했다.

 

그 가운데 의협은 잘못된 대한민국 의료제도를 바로세우기 위한 결의문을 채택하고 일방적 관치의료를 중단하라며 한 목소리를 냈다.

 

의협은 “36년 전 의료보험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정부와 건강보험공단은 원가에도 턱없이 못 미치는 낮은 수가로 의료계의 숨통을 조여 왔다”면서 “더 이상 일방적이고 억울한 고통을 인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후배들 위해서라도 잘못된 의료제도 바로 잡아야”

 

 

이날 궐기대회에는 개원의, 전공의를 포함해 전국 각지의 의사들이 여의도를 찾았다. 무한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는 동네의원의 절박함은 그대로 읽혔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원격의료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이유다.

 

부산시 사상구에서 소아청소년과를 운영하고 있는 A 원장은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원격의료는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 의약분업 때 분명히 깨달았다. 정부가 추진 중인 원격의료와 이를 시행하기 위해 말하는 ‘선시행, 후보완’은 절대 있을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A 원장은 “필요하다면 파업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방 소재의 동네의원들은 KTX 직격탄으로 문을 닫는 곳이 줄줄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원격의료가 실시되면 이마저도 줄도산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안양시 소재 산부인과 B 원장은 “동네의원이 무너져 간다는 얘기가 엄살이 아니다”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앞으로 나 역시 3년 안에 문을 닫을 것 같다.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의사들이 한 둘이 아니다”라고 씁쓸해 했다.

 

B 원장은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운운하면서 원격의료 허용을 추진하고 있는데 왜 자꾸 ‘의사 죽이기’ 정책만 만들려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시에서 내과를 운영하고 있는 C 원장도 “그렇잖아도 빅4 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리고 있는데 원격의료까지 허용된다면 대형병원을 제외한 동네의원들은 말 그대로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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