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생명과학Ⅱ 과목 20번 정답 논란이 의과대학 입시에도 일대 혼란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법원에서 정답 결정을 보류하는 초유의 사태가 나온 까닭이다. 법원은 이달 17일 생명과학Ⅱ 출제 오류와 관련돼 판결을 내린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지난 9일 오후 “2022학년도 수능에 응시한 모든 수험생에게 10일 채점 결과를 통지한다”며 “다만 수험생 6515명의 생명과학Ⅱ 성적은 공란 처리하며, 추후 제공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생명과학Ⅱ를 응시한 학생들은 10일 오전 해당 과목이 공란 처리된 성적표를 받았다. 전날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이 평가원을 상대로 수험생 92명이 낸 수능 정답결정처분 취소 집행정지를 일부 인용 결정한 까닭이다.
수험생들은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에 오류가 있다며 정답결정처분 취소 소송과 함께 정답결정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수험생들은 “문항에 제시된 조건들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집단이 존재할 수 없으므로 해당 문항은 오류이며 전원 정답 처리되어야 한다”고 평가원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평가원은 지난달 29일 정답 발표 때 “해당 문항 조건이 완전하지 않더라도 평가문항의 타당성이 유지된다”며 이의를 일축했다.
재판부는 “정답결정처분의 효력이 유지될 경우 신청인들은 생명과학Ⅱ 과목 등급이 결정된 성적표를 받게 되고, 이를 기준으로 대입 수시 및 정시 전형에서 합격 여부가 결정된다. 그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에 해당하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 처분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했다.
이어 “효력을 정지하는 경우 생명과학Ⅱ 과목의 성적 통보가 지연돼 2022학년도 대입전형일정에 지장을 줄 수 있지만, 효력정지 기간을 본안 판결 선고시로 정하고 본안 사건을 신속히 심리해 지장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대입전형일정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신청인들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감내해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 떄문에 입시계에서는 생명과학Ⅱ 문제가 최상위권 입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일부 의‧약대에서 해당 과목 응시자에게 가산점을 부여, 의‧약대 입시에 혼란이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의대 정시 접수는 이달 30~31일부터 시작, 내년 1월 3일 마감된다. 따라서 이 기간 전까지 법원 판단이 나오지 않는다면 사상 초유의 입시 지연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수시에 합격한 학생들도 최저등급 충족을 확인할 수 없는 까닭에 합격 여부가 결정이 늦어진다는 문제점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성적이 결정된 뒤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점이다. 우선 20번 문제를 전체 정답 처리 시 전체 평균 점수가 상승해 표준점수가 하락하게 된다. 표준점수 하락은 자칫하면 입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서울 某입시학원 관계자는 “그동안 수능에서 복수정답 논란은 여러 차례 있었어도 문제 자체 성립 여부가 논란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전체 정답 처리를 해도 문제다. 해당 과목 응시자들이 표준점수 하락으로 피해를 볼 수도 있고, 다른 관점에서 보면 기타 과학탐구 과목 응시자들보다 한 문제 손해를 본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처분 신청을 용인된 이상 이제는 학생들과 입시계, 평가원, 대학 모두 법원 판결만 기다리는 꼴이 됐다. 특히 생명과학Ⅱ 응시자는 서울대와 의대 희망 학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만큼 최상위권 입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만약 입시 일정까지 미뤄진다면 이번 정시에서는 최악의 눈치 싸움이 시작될 수도 있다. 우선 법원의 빠른 판단을 기다린다”고 덧붙였다.
한 대학 입학처 관계자도 “현재로서 드릴 수 있는 말씀은 법원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말뿐”이라며 “입학처에서 어찌 대처할 방법이 없다. 다만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수험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상황별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