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바라보는 젊은 의사들의 시선은 예상보다 더 암울했다. 그리고 조만간 현장에서 이를 고스란히 겪어야 하는 의대생들의 탄식은 어느 때보다 깊었다.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전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회연합이 공동으로 개최한 ‘제1회 젊은의사 포럼’의 현장분위기는 바로 그랬다.
[사진] 시종일관 현실에 대한 불만과 이를 뒤엎기 위해 행동으로 개혁에 나서자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특히 선배의사로 멘토를 자청하고 나선 대전협과 대공협이 마련한 ‘젊은 전문직의 미래와 역할’이라는 강연에서 이러한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포문은 먼저 전국의사총연합에서 운영위원으로 활동했던 이건홍 전공의가 열었다.
이 전 위원은 “최근 한전이 갑작스럽게 정전사태로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이는 적정 전력을 확보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비용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의료계 역시 저수가 기조가 계속되면 언젠가 의료가 기능적으로 정전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원가에도 못 미치는 수가가 계속되다 보니 폐업신고 의사 급증, 전공의 수급 불균형, 비급여 항목 치중으로 인한 의료왜곡과 같이 오늘날 의사들의 자화상을 가감 없이 설명했다.
이 전 위원은 “이대로는 희망이 없다. 젊은 의사들이 뭉쳐야만 미래가 보인다”며 의대생일 때부터 현실에 대한 참여를 늘려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인식은 대전협 김일호 회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근로자이면서 피교육생 신분인 전공의의 불안정한 삶을 이야기한 그는 “전공의는 한 마디로 비정규직의 표본”이라고 강조했다.
주당 100시간을 넘는 근무시간에도 당직비조차 제대로 챙기기 힘든 것은 물론, 연속당직에 내몰리면서도 병협이 정한 14일이란 휴가를 챙기는 것이 사치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운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2000년 이후 몇 차례에 걸쳐 전공의들의 근무여건과 수련환경을 조사했지만 단 한 번도 나아지고 있다는 지표를 보여준 적이 없다”며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우리의 미래도 없다. 젊은 의사들의 단결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마지막 연자로 나선 대공협 기동훈 회장은 이러한 사태가 빚어진 데는 의료계의 정치력 부재 탓이라 보고 정치적 결집을 주장했다.
기 회장은 “보건소는 물론 민간병원에도 공보의가 있다. 애시 당초 주변 개원가와 진료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의료계 선배들의 관심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국회에서 의료인 폭행가중처벌법이나 공중보건의사에 관한 법률 등을 비롯해 각종 의료정책이 쏟아질 때 마다 약사 등과 같이 다른 직역에 비해 초라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기 회장은 “사정이 이런데도 지금 정부는 선택의원제와 같이 의료계를 더욱 옥죄는 정책을 펴려 한다”면서 “여기 계신 의대생 여러분이 활동할 때는 진입 장벽이 훨씬 높아질 것이란 의미인 만큼 지금부터 관심을 갖고 의료계 정책 전반에 힘을 실어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