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등 3대 비급여 개편에 따른 보상책으로 의료질평가지원금을 제시했지만 병원계는 기대보다 우려가 큰 모습이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20일 서울성모병원 성의회관 마리아홀에서 '선택진료 및 상급병실 제도 개편 관련 수가적용 방안 설명회'를 갖고 손실보전을 위한 의료질평가지원금의 세부 계획을 공개했다.
의료질평가지원금은 적정성평가를 비롯해 인증평가 등 기존 병원 관련 평가결과를 재조합한 후 등급에 따라 신설 혹은 개선된 입원 및 외래수가 등에 가산금이 추가되는 형태로 진행된다.
등급은 ▲의료 질과 환자안전 18개지표 가중치 60% ▲공공성 5개지표 가중치 10% ▲의료전달체계 4개 10% ▲교육수련 5개 10% ▲연구개발 5개 10%씩 총 37개 지표를 평가해 가중치에 따라 계산된다.
등급별 수가도 공개됐다. 80% 비중을 차지하는 의료질・공공성・전달체계영역의 1등급 입원 가산수가는 2250원, 외래는 950원이다. 2등급은 입원과 외래가 각각 1500원과 700원, 3등급은 750원과 300원 이었다.
별도 분리돼 각각 10%의 가중치를 가진 교육수련과 연구개발 영역의 등급별 수가는 교육수련 입원 180원, 외래 100원, 연구개발 1등급 입원은 300원, 외래 270원이다.
해당 등급별 수가는 기존 진료비에 가산하면 된다. 예를 들어 평가결과 의료질 2등급, 교육수련 1등급, 연구개발 3등급을 받은 종합병원 5인실에 5일간 입원할 경우 초진료에 700원과 100원, 50원을 각각 더하고, 5인실 입원료 5일분과 함께 일수마다 등급별 입원가산금을 곱해 모두 더하면 된다.
의료기관 입장에서 평가결과는 참담했다. 5개 중 3개 영역에 대해 가산금이 산정되지만 이 중 80%를 차지하는 의료질과 환자안전・공공성・의료전달체계 영역에서 1등급을 받은 기관이 32곳에 불과했다.
1등급을 받은 곳이 모두 상급종합병원이라고 하더라도 전국 상급종합병원이 43개인 점을 감안하면 11개 기관이 평가결과 1등급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심지어 종합병원 중 1등급을 받은 곳이 있어 사실상 1/3가량의 상급종합병원이 2등급 이하 성적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5등급 최하점을 받은 기관도 전체 대상기관인 316개 중 30%에 해당하는 97개나 됐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선택진료비 축소의 가장 큰 피해자라 할 수 있는 수도권내 상급종합병원에 대한 보상이 손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이어 "전수 조사를 해 손실액과 보상액을 추계했다지만 과소 추계됐을 가능성이 농후한데 1대 1 보상도 아닌 수가형태라면 손실은 불가피하다"며 구조적 문제와 한계를 설명했다.
"의료 질 향상 사실상 불가"
평가결과를 받아본 병원들의 반응은 심각했다. 평가 자체에 대한 불만부터 행정처리 과정, 세부적인 지표의 모호함까지 병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허탈함과 불만이 극에 달한 모습이었다.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점은 해당 지표들이 과연 의료 질 향상에 어떤 도움이 될 것인지는 차치하고라도 평가 자체가 과거 시점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손 쓸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의료 질 향상을 꾀하겠다며 이미 다 지나간 상황을 평가하겠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제대로 된 평가라도 하려면 기준이라도 미리 제시하고 바꿀 수 있는 시간이라도 줘야한다"고 질타했다.
실제 금년 평가의 경우 2013년 7월부터 2014년 6월까지 1년간의 진료실적 등을 평가했다. 문제는 기존 적정성평가 등의 결과를 활용한 평가지표의 경우 그 대상은 더 이전의 과거라는 점이다.
2016년 평가의 경우 지표가 도출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대상기간은 2014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가 될 가능성이 농후해 내년 평가 또한 병원들이 별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심지어 평가지표 또한 오는 9월부터 논의에 들어가는데다 올해와 어떻게 달라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에 올해 평가기준을 바탕으로 의료 질을 높이기 위해 시도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심평원 관계자는 "전향적 평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정책추진 과정상 현실적으로 기간간 공백이 생길 수 밖에 없다"면서 "올 해는 메르스 등으로 시일이 늦춰졌지만 내년 3월 계획공지를 해 병원들이 최대한 빨리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병원 관계자들은 각각 병원들 자체 기준과 특성, 시스템이 존재하는데 이를 일률적인 기준으로 평가한다는 것이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공론이라고 비난했다.
일례로 회복실 전담간호사 배치의 경우 강남세브란스병원은 마취과 소속으로 1달씩 순환근무를 해 지원금을 받을 수 있지만 인하대병원은 마취과 소속으로 회복실 업무와 마취과 업무를 3교대 순환 방식으로 하고 있어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또 다른 예로 중환자실 전담전문의의 배치에 대해서도 30병상의 병동 하나당 전담전문의 1명 이상을 투입해야하는데 병원별로 병상수나 병동 규모, 인력배치 기준이 서로 달라 문제가 된다.
이와 관련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병동당 30병상을 넘을 경우 의사가 아무리 많아도 안 되냐"고 질문했고, 심평원 관계자는 "그렇다. 기준이 30병상"이라며 여지를 두지 않았다.
게다가 마취나 수술 등의 업무를 볼 수도 없으며, 휴가 중 대체 전문의 또한 이틀간 8시간의 외래 외에는 자신의 본 업무를 볼 수가 없다.
병원 내에서 사용하는 기구나 자제도 정해진 기준이 있어 자체적으로 개발해 사용하는 기구 등도 경우에 따라 평가에서 점수를 잃게 된다.
한 병원 관계자는 "평가가 불가피하다면 하겠다. 하지만 병원 재량에 맡겨져 서로 다른 기준과 규정에 따라 운영됐는데 어떻게 평가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적어도 결과가 어떻게 도출됐는지, 어떻게 하면 좋은 점수가 나오는지는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