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지난 1일 진료분부터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의료질평가지원금'이 추가로 산정되고 있다.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를 축소함에 따라 발생하는 의료기관의 비급여 손실분을 보존해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정작 보상을 받는 병원 중 절반가량은 손실이 거의 없는 곳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정부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제도 시행을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내용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손명세)이 지난 11일 공개한 '선택진료비 개편에 따른 의료질향상분담금 시행방안 개발연구' 보고서에 담겼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원장 최병호)이 공개한 보고서에는 현재 시행 중인 의료질평가지원금의 수가모형을 토대로 보상규모와 적절성을 가상으로 산출해본 결과가 포함돼있다.
문제는 검증을 위해 추출된 분석 대상기관의 선택진료 시행여부와 보고서 발간 시점이다.
실제 보고서에서 밝힌 검증 대상은 2013년 7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진료실적이 있는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 총 331개소 중 진료실적이 거의 없는 기관 등 6곳을 제외한 325개소다.
이 중 상급종합병원 43개소는 모두 해당 기간동안 선택진료를 책정해왔다. 그러나 나머지 282개 종합병원 중 선택진료를 단 1건이라도 책정한 기관은 45.4%인 128곳에 불과했다. 전체 종합병원의 54.6%는 선택진료비를 받지 않은 기관인 것이다.
이에 대해 연구위원과 의과대학 교수로 구성된 13명의 연구진은 보고서를 통해 "154개 기관이 선택진료 비시행기관이었으나 보상 대상이 되므로 이를 고려해 수가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보고서가 발간된 6월1일에서 50일이 지난 7월20일 의료질평가지원금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지표와 수가모형 등을 공개했다.
공개된 내용은 보고서가 제시한 2가지 안 중 검증에 활용된 정액제 수가모형과 가중치 1안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평가에 반영된 기관 또한 총 316곳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더구나 연구진이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점수간 변이보다 손실액간 변이가 상당히 크다. 종합병원도 300병상 이상과 기타 그룹간 변이가 크다. 그룹 세분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도 구간을 설정하지 않은 채 전체 기관을 등급화해 수가를 책정하도록 했다.
결국 연구진의 가상 검증결과 기관 손실액 대비 보상액 편차가 커질 수 있다는 경고에도 기관을 그룹화하거나 손실액 대비 예산 비중을 달리해 수가모형을 적용하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 관계자는 설명회 당시 "손실액과 보상액에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큰 규모는 아닐 것이다. 1년간 적용하며 모니터링과 개선작업을 진행해 2차 의료질평가지원금 지표 및 보상안을 도출할 계획"이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관련,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복잡한 방식으로 보상을 하겠다며 정작 받아야 할 기관은 받지 못하는 상황에 할 말이 없다"며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태도 또한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차라리 장기적으로 도입을 준비해 신뢰할 수 있는 지표를 도출하고 그간 발생하는 손실액은 그대로 보존해주는 것이 의료 질을 높이기 위해 준비할 시간을 주면서 의료기관들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