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전공의 대다수가 의사 총파업에 동참하며 수련병원들은 인력공백으로 평시보다 수술이나 외래 등을 축소해야 했다. 병원에 남은 교수나 간호사 등 의료진들은 전공의의 빈 자리를 메워 한 명의 환자라도 더 치료할 수 있도록 사투를 벌였다. 특히 간호사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는데 이들은 검사 설명부터 동의서 작성, 병원 입원 환자 처방까지 의사가 아니지만 의사 업무를 대신해야 했다. 이렇듯 전공의를 대신한 간호사의 활약이 커지면서, 총파업으로 인해 간호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PA(Physician Assistant/진료보조인력) 간호사'에 대한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의사의 일정 업무를 위임받아 대신하는 간호사를 뜻하는 PA는 자칫하면 큰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현행법상 명백한 무면허 의료행위이자 불법이다. 하지만 이들은 의사 총파업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간호계는 PA 간호사 문제점을 인식하고 예전부터 대책으로 '전문간호사제' 활용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전문간호사협회의 임초선 회장을 통해 주요 쟁점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Q. 국내 병원계에 PA 간호사는 현재 어느정도 되나
정확한 데이터는 없지만 전국적으로 봤을 때 1만명 넘게 추정 중이다. 병원들이 90년대 자체 필요에 의해 의사들의 업무 일부를 위임하고 도와줄 수 있는 인력을 뽑기 시작한 것이 시초였다. 전공의 기피과인 흉부외과에서 가장 먼저 생겨났다고 알고 있다. 외과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지금은 무분별하게 생겨나 계속 급증하고 있다. 현재는 모든 과에 걸쳐 다 있다고 보면 된다.
Q. PA들은 주로 어떤 업무를 담당하는지
PA 간호사는 의사만이 할 수 있도록 규정한 의료법상의 의료행위를 병원 내에서 돕고 있는 전문진료보조인력으로, 외국에서는 PA의 진료 행위가 공식적으로 인정되지만 국내에서는 의료법상 불법 의료행위를 하는 것으로 간주돼 왔다. 각 기관 마다 PA운용 방식은 다양한 데 의사의 업무를 지원하는 일이다 보니 불법과 합법을 넘나들며 일하고 있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바이다. PA 간호사는 각 기관에서 위임하는 업무를 지시 받아 하고 있는데 때로는 당당히 드러내지 못한 채 소위 유령처럼 일을 해야 하고 의사인지 간호사인지 역할 정체성의
혼란 등 고충이 많다. 문제는 PA 간호사는 특별한 자격 요건과 표준 교육과정이 없이 각 기관에서 자체운영하고 있다는 것인데 졸업하고 임상 경력이 전혀 없는 신규 간호사를 PA로 활용하기도 한다.
Q. 전공의 총파업으로 PA업무가 급증했다. 지금은 상황이 나아졌나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면서 간호사들의 PA업무가 가중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전공의가 복귀하면서 예전으로 돌아가고 있는 추세다. 그렇지만 PA 간호사들은 의사 총파업 이전부터 의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이전과 같아졌을 뿐이다.
"파업했던 전공의들 복귀하며 PA 업무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만연"
"전국적으로 1만명 재직 추정, 전공의 기피 외과 중심으로 지금은 모든 과로 확산"
"우리나라는 전문간호사제도 있어 이를 활용하는 방안 모색해야"
"보수적인 의사 태도, 코로나19 등으로 전문간호사 업무범위 법제화 중단상태"
Q. 미국처럼 PA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어떤지
미국 등 여러 선진국에서 도입된 PA 제도는 의사 부족으로 인한 공백을 메우고 의료 접근성의 효과적 운영을 위해 확산 됐다. 미국은 이미 그 역사가 30년을 넘었으며, 미국 PA제도는 의사 업무를 위임받아야 하기 때문에 아무나 할 수 없고 일정한 양성 프로그램이나 교육과정을 거쳐야 한다. 실습시간도 상당하며 의대생과 흡사한 양성 프로그램으로 석사 수준 이상을 이수해야 자격을 인증 받는다. 국내에도 PA제도를 도입한다면 이런 교육과정을 갖춰서 제도화해야 하는데 이는 이미 존재하는 ‘전문간호사제’와 교육 방법 및 과정이 유사하다. 국내 전문간호사제도는 도입된지 20년이 넘었는데 전문간호사 역할의 법적 명시 부재로 인하여 배출된 전문간호사가 실제로 활동하는 사례가 적어지면서 유명무실 한 상황이다. 국내 PA인력 95%가 간호사인데 전문간호사제가 있는 상태에서 굳이 PA 간호사라는 별도 직역을 만들 필요가 없다. 국내의 전문간호사제도 실패요인을 분석하고 보완책을 마련해 PA간호사들을 합법적으로 일하게 하는 것이 합리적인 해결 방안이다.
Q. 전문간호사 업무범위 법제화 경과는
업무범위 하위법령 명문화를 위해 보건복지부와 계속해서 소통 하고 있다. 전문간호사 업무범위 법제화는 2018년 3월에 의료법 제 78조 개정에 따라 전문간호사의 자격구분, 자격기준, 자격시험, 자격증, 업무범위 등을 시행규칙에 명문화 한 다음 2020년 3월 28일부터 법 시행이 시작됐어야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하위법령 마련 절차가 잠정 중단된 상태다. 절차가 미진 했던 이유에는 의사단체의 업무 위임 범위에 있어 보수적 입장으로 일관했던 점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안다. 의사들이 의료현장에서는 본인 업무를 간호사에게 위임하고 더 해주길 바라면서, 논의할 때는 의사업무영역침해 관점으로 해석하는 보수적인 입장이다. 이러한 모순적인 의사단체의 입장으로 복지부에서 2019년에 직무범위협의체를 구성했지만 답보 상태다.
Q. PA 해결을 위한 전문간호사 활용에 보건복지부와 간호계 입장은 어떠한가
복지부는 지난 2018년 국정감사에서 긍정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는 매년 국정감사에서 PA문제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전문간호사를 활용해 PA를 해결하겠다고 답했다. 간호사를 대표하는 대한간호협회 역시 PA제도를 도입하기보다 전문간호사제 활성화를 주장 한다. PA 제도화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의사협회나 대한전공의협의회 또한 마찬가지다. 최근 김윤 서울의대 교수의 인턴제 폐지로 PA에게 위임 가능하다는 발언이 논란이 된 사건을 보면 PA에 대한 의사단체의 인식을 알 수 있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
최근 의료현장은 코로나19를 겪으며 국가재난 상황에 대비하고 중증환자진료에 참여할 수 있는 전문적이고 숙련된 간호인력 확보가 절실함을 느끼고 있다. 또한 병원마다 각기 다른 명칭의 PA(Physician Assistant), SA(Surgical Assistant), NP(Nurse Practitioner) 등 불법 의료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선 전문간호사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간호사의 전문성은 발전하는데 우리나라 의료법은 빠르게 변화하는 보건의료계를 반영하기에는 경직돼 있어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 이미 전세계 많은 나라에서 전문간호사제도를 활용해 그 효과를 입증하고 있으며, 선진국에서도 이미 다양한 전문가로 구성된 진료팀 기반 의료를 제공함으로써 의료질 향상과 효율적인 인력 운영을 지향하고 있다. 전문간호사는 이러한 진료팀에 포함되어 전문적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준비된 인력이다. 보건복지부는 전문간호사들이 합법적 업무 수행으로 환자 안전을 수호하도록 하루라도 빨리 업무범위 설정 논의 절차를 재개하고 법시행을 이행하여야 한다. 논의 협의체가 재가동 될 경우 전문간호사 실무 대표 단체인 한국전문간호사협회를 반드시 포함하여 현장이 반영된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전문간호사 업무 법제화는 시대적 응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