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이용자 중심 의료혁신협의체가 주최한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정원 확대 공청회’에서 김윤 서울의대 교수와 한재민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4월 20일 열린 해당 공청회에서 필수의료 인력 부족과 지역의료 격차 문제 해결 방식을 놓고 김 교수와 한 회장 의견이 갈린 탓이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김윤 교수는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그간 공공병원을 늘리는 것에 방점을 뒀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지역에서 일할 좋은 의사들을 양성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공공의대 설립이나 의대정원 확대와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정부 정책은 주로 기존의 국립대 의대나 정원이 적은 의대 정원을 늘리는 방식을 추진해왔다"며 "하지만 기존 의과대학 교육은 첨단의료, 대학병원 중심이고 지역과 1차 의료는 열등한 분야로 여겨지고 있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이에 김 교수는 "지역의사 양성을 위한 별도 트랙이 필요하다"면서 "의료인력 양성과 수련시스템, 지역 친화적, 환자 중심, 일차의료 중심으로 의대 및 수련병원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의사 양성 별도 트랙 마련" vs "필수진료과 직업적 사명감 가질 수 있어야"
반면, 한재민 회장은 지방에 필요한 것은 부실 교육 우려가 있는 신설 의대가 아니라 필수의료를 담당할 인력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한 회장은 “필수의료의 적절한 공급이 공공의사와 같은 기계적인 지역 안배로 이뤄질리 만무하다"며 "필수과를 전공한 전문의가 스스로 직업적 사명감을 어떻게 고양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정책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당장 지자체가 겪고 있는 문제들을 10년 뒤에나 첫 의사를 배출할 의대 신설로 해결하려 한다는 것은 우선순위를 잘못 설정하고 있는 것"이라며 "서남의대 폐교 전례에서도 볼 수 있듯 의학교육 질도 건물만 짓는다고 담보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 회장은 또한 “김윤 교수가 1차 의료 양성이라는 것을 언급해 굉장히 놀랐다. 지역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용자들이 정말로 무엇을 원하는 지에 대해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회장 지적에 대해 김윤 교수는 “전반적 의료 정책이나 체계에 관한 공부를 하면 1차 의료가 얼마나 전체 의료시스템 내에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지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맞섰다.
이어 “(한 회장은) 의대교육과 전공의 수련 교육이 부실하고 지역에 갈 병원이 없단 얘기를 똑같이 하면서 의대정원 증원은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며 “문제를 지적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의대를 늘리는 것에 반대하기 위한 논리로 그런 주장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이후 김 교수가 발언을 이어가는 도중에 한재민 회장이 자신의 의견을 곡해하지 말아달라고 항의하고 김윤 교수가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면서 한 때 장내가 소란스러워 지기도 했다.
주최측의 공급자단체 섭외 과정 '논란' 편항성 제기
한편, 이번 공청회는 주최측이 공급자 단체들을 섭외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해 반쪽짜리가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주최측은 공청회 일정과 장소를 모두 결정한 상황에서 공청회를 불과 일주일여 앞두고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에 참석을 요청했다.
결국 이날 전공의 개인 자격으로 참석한 한재민 회장 외에 의협, 병협 관계자들은 불참했다.
이에 대해 한 회장은 “일주일 전에 섭외 요청이 왔고 공문도 보내주기 어렵다고 했다”며 “공청회는 중립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다양한 의견들이 자유롭게 개진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용자 주최로 진행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주최측인 경실련 관계자는 공청회 말미에 “공급자 단체들에 참석 요청을 늦게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용자 단체들이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조금 늦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편파적이라는 문제 제기도 있었는데 이용자 중심 의료혁신협의체가 주관하는 토론회기 때문에 발제와 패널들을 그렇게 구성했고, 공급자 단체 3곳에도 참석을 요청하는 등 객관적이고 의미있는 토론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