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를 인상하고 의과대학 정원을 확대하면 필수의료, 공공의료가 확충될까요? 코로나19 상황에서 공공병원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앞으로 다가올 신종 감염병은 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지역사회를 책임지는 ‘좋은 공공병원’을 갖추기 위한 답을 찾아야 합니다.”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 나백주 정책위원장(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 前 서울시 서북병원장)은 '수가 인상'만으로는 벼랑 끝에 몰린 필수·공공의료 구제가 불가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윤석열 정부가 민간병원의 공공의료 역할 확대를 위한 ‘공공정책수가’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수가는 의료시장 영역의 해결책이지, 공공의료 영역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한 것이다.
나백주 위원장은 “외상센터 및 음압병실 운영에 수가가 얼마나 기여했냐”며 “현장에서 수가가 작동하는 시스템을 모르기 때문에 나온 얘기”라고 일침했다.
이어 “간호야간당직 수가 등이 보강됐지만 간호인력 증가 및 처우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면서 “수가를 올려도 수익이 나는 부분의 인력만 늘어날 뿐 필수분야 인력은 요지부동”이라고 덧붙였다.
필수·공공 의료인력 확충을 위해서는 수가 인상 외에도 궁극적으로 인력 양성과 장기 복무를 위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의사인력 부족은 공감하지만 현 시스템에서의 의사 증원은 또 다시 폭탄이 될 수 있다”며 “대도시 및 피부미용 분야 등에 쏠리지 않으면서 의사를 배출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에 공공의료 분야 의무 복무 및 장기 복무 유인책 마련을 제안했다.
해외처럼 의료인 사관학교를 통해 의무복무할 인력을 배출하거나 의대생 때부터 동기 부여를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나백주 위원장은 “취약지 진료를 나가거나 역학조사관 등 공공의료 부문에 종사할 경우 향후 병원 간부로 성장할 수 있는 경로를 보장하는 등 보상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근시안적 해법 모색 및 접근 방식 우려”
“공공의료는 수가로 작동하지 않아, 장기복무 시스템 없는 의사 증원은 폭탄”
“공공병원은 수익 아닌 진료로 평가해야 하고 착한적자 적극 투자 필요”
지난해에는 전국 70개 중진료권별 공공병원 확충을 골자로 한 9.2노정합의가 있었다.
나 위원장은 이에 대해 “중앙정부가 직접 공공병원 설립 및 공공의료 확충을 약속한 고무적인 일이지만 아직까지 예타, 인력 문제 등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라고 진단했다.
이에 재유행 중인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신종 감염병 대응을 위해 지금은 공공보건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한 밑그림을 그려야할 시점임을 강조했다.
그는 “공공병원 병상을 모두 비워 감염병에 대응해야 했던 것은 비극”이라며 “신종 감염병 예방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재난상황 대응을 위한 장비를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공공병원을 비급여가 없는 병원으로 만들어 본인부담 진료비를 줄여야 한다”며 “환자를 얼마나 열심히 진료했느냐가 아닌 돈을 얼마나 벌었느냐로 평가해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나 위원장은 좋은 공공병원을 ‘지역사회 건강을 책임지는 병원’으로 정의했다.
그는 “공공병원은 취약계층의 재입원율을 줄이고 예방가능한 합병증이 덜 나오도록 해야 한다”며 “벽오지 관련 원격 자문 및 순회진료 지원 기능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공공병원은 재난 상황에 앞장서고, 인력 문제에 선도 모델이어야 한다”라며 “공공병원의 불가피한 ‘착한 적자’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 투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