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단단히 열 받았다. 의료 공급자를 배제한 채 포괄수가제(DRG) 강행시 전면 파업 등 강도 높은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15일 오후 질병군전문평가위원회를 열고 7월 확대시행을 앞둔 7개 질병군 포괄수가 조정안을 합의할 예정이었지만 입장차만 재확인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당초 정부는 8일 회의에서 조정안 합의 후 16일 예정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최종 의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의료계 반대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다시 15일 회의를 소집했지만 이날 역시 합의 불발로 건정심 상정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정부는 24일 재논의 후 의결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15일 오후 2시부터 4시간 가까이 진행된 질병군전문평가위원회에서 정부는 연구용역을 통해 산출한 평균 102%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의 DRG 수가를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회의에서 확인된 질병군별 재산출 수가는 산부인과의 자궁 및 부속기수술(N04)이 113.2%, 편도 및 아데노이드 절제술(D11) 109.7~109.8%, 서혜 및 대퇴부 탈장수술(G09) 109.1~109.3%, 제왕절개분만(O01)109.1% 등였다
충수절제술(G08) 105.3%, 항문수술(G10)도 101.1~101.3% 수준으로 수가를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지만 안과 수정체 수술은 재산출 수가가 2012년 적용예정수가의 88% 수준에 그쳤다.
이날 의료계 대표들은 “DRG에 의사의 행위를 포함시키는 부분은 문제”라며 “수가 책정에 앞서 행위별수가제 도입 등 DRG 자체를 두고 다시 얘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대해 정부 측은 “이미 지난 집행부에서 논의된 사안”이라며 수가 조정안을 매듭짓자고 재촉했지만, 논의의 진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특히 의료계는 7월 시행을 위한 준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내일 건정심에 보고하자고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또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에 맞춰 협의 기구를 만들자고 건의했지만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의료단체 임원은 “DRG를 도입한 캐나나의 의료사고가 4배 이상 급증한 것처럼 의료 질 저하가 불을 보듯 뻔한데 정부는 무조건 시행하고 보자는 논리”라고 불만을 피력했다.
그는 “정부가 결과를 정해 놓고 회의에 임하는데 무슨 논의가 되겠느냐”면서 “의료공급자를 무시한 채 이대로 강행한다면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이상의 방법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엄중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