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조정법, 포괄수가제 의무 시행 등 대다수의 정책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결정 과정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판단한 의료계가 건정심 구조 개혁에 있어 단단히 각오를 다지고 있어 행보에 주목된다.
특히 2013년 건강보험수가 계약 체결까지 임박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건정심 구조 개혁에 대한 의료계의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22일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은 ‘포괄수가제 강제 시행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앞으로도 건정심이라는 기구의 부당성을 지속적으로 알리겠다”면서 그 방법 중 하나로 건정심 탈퇴 의지를 내비쳤다.
사실 건정심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한 의료계 문제 제기는 결렬과 체결 과정을 반복하면서 수많은 진통을 겪어왔던 건강보험수가 계약 시즌에는 단골메뉴처럼 이뤄져 왔다.
노 회장도 이날 “매년 건보공단과 의협은 수가 인상폭에 대해 협상을 하는데 예컨대 건보공단이 3% 인상안을 제시하고 의협이 5% 인상안을 제시한다고 하자.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건정심으로 가게 되는데 결국에는 패널티를 적용받아 결정되는 것이 현 주소”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마치 프로야구 선수가 연봉 협상을 하다가 협상이 깨지면 강제 계약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 불합리한 구조가 아닐 수 없다”며 “모든 왜곡된 정책의 원인이 원가 이하의 진료수가라는 점 역시 더 이상은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환규 회장은 “이젠 건보공단이 의사들을 수탈해가는 구조는 바뀌어야 한다”며 “정상적인 진료시스템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도 그럴 것이 건정심은 발족 초기부터 심각한 반대의견에 휩싸였다. 그 구성을 의약계 8명, 가입자단체 8명, 공익위원 8명 등 24인으로 구성했기 때문에 모든 결정에서 가입자 및 공급자단체의 의견이 대립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건정심 위원으로 참석했던 한 병협 관계자는 “결국 공익위원들 입장에 따라 좌지우지 된다는 것인데 그 구성이 정부 및 복지부 산하 또는 출연기구 인사들에 의해 다수로 구성된 것은 결국 정부 의도대로 결정됨을 전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상황이 녹록치만은 않다.
건정심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에 대한 절차와 시간은 적지 않게 소요될 것이며 의협이 당장 건정심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뿐만 아니라 이번 포괄수가제 시행을 두고 건정심 탈퇴 ‘카드’를 들고 나온 의협이지만 현재로썬 복지부의 반응은 냉담하다.
노환규 회장은 이를 의식한 듯 “이 자리가 건정심을 운영하고 있는 보건복지부에 분명한 메시지가 전달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면 “부당한 구조를 이용해 요식행위나 마찬가지인 표결로서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노 회장은 그러면서 “만약 이러한 방향으로 결정되도록 하는 도구가 건정심이라면 의협은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면서 “부당한 의사 결정 구조가 방치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며 앞으로 정당한 목소리를 내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