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 14일 대한의사협회관 동아홀에서 '제15기 대한전공의협의회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안건을 상정, 구성에 대한 토의 등을 진행했으나 대의원들의 반대 목소리에 부결됐다.
대신 대전협 측은 비대위 대신 노조TFT를 구성, 의료계 현안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키로 가닥을 잡았다.
"비대위 구성 글쎄"…노조TFT 구성키로 합의
앞서 최근 전공의 사망 사건이나 수련보조수당 지급 사업 폐지, 처우 개선 등 전공의 관련 사안들이 끊임없이 쏟아지면서 현 회장 체제보다는 비대위 체제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고조된 바 있다.
이날 대전협 이진희 정보통신이사도 전공의 처우 개선 등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대의원들의 의견에 대해 "의료계 현안에 대한 적절한 대응 방침을 위해 신속하게 결정하고 행동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동의했다.
그는 "이에 따라 비대위 설치 안건을 상정한 것"이라면서 "현 상황에서 협의회가 아닌 변화를 통한 체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투표해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공의 비대위 설치는 다수의 대의원들이 현 시점에서 당위성이 부족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면서 무산됐다.
한 대의원은 "아직 현 체제 대신 비대위로의 전환까지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은 것 같다"며 "일부는 비대위보다는 노조 구성이 더 좋다고 판단했고 대전협 집행부 및 대의원들 외에 일반 전공의들은 비대위의 필요성이 피부로 와닿지 않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의원도 "비대위로의 전환이 현 체제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 같다"면서 "전공의들이 목소리를 한 곳에 모으고 외치는 등의 '결과물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하나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만이 해결책이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전했다.
결국 현 상황에서 체제 변화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은 당위성이나 타이밍이 적절치 않다는 중론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대전협 측은 비대위 구성 대신 전공의 노조TFT를 구성키로 결정, 회원 가입 등을 통한 활성화를 진행할 방침이다.
임시총회 직후 대전협 김일호 회장은 "전공의 비대위 설치보다는 전공의 노조를 활성화하자는데 대의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며 "노조TFT를 구성해 전공의들의 처우 개선 등 기본권 보호를 위한 활동 방안 등을 설정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대전협은 이날 김 회장을 비롯한 임시총회에 모인 일부 대의원들을 중심으로 노조회원 가입 신청서를 받고 향후 대표들을 중심으로 노조회원을 확중해나갈 예정이다.
"노조 구성 바람, 이미 예전부터 불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빛을 발하지 못한 전공의 노조 부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앞서 지난 2006년 첫 의사노조로서 눈길을 모았던 전공의 노조는 출범 1주년에도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당시 대전협 이학승 회장은 "노조의 명확한 활동 방향 정립이 안된 상태"라며 현실의 벽을 토로하기도 했다.
결국 이후 유명무실화됐던 전공의 노조가 6년만에 다시 부활할 것으로 보이면서 전공의 수련평가위원회 독립, 처우 및 노동 환경 개선 등을 위한 구체적인 활동 방침에 대해 전공의들이 거는 기대가 작지 않다.
경 정책이사는 "이에 효율적으로 현안에 대해 접근, 해결하기 위해선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전공의 현안에 대해 생각이 많고 대응 방침에 대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지금이 전공의 노조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때이며 기회"라고 설명했다.
대의원들도 전반적으로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A대학병원 소속 대의원은 "그동안 협의회 차원에서 보건복지부나 대한병원협회 등에 수없이 처우 개선 등을 위한 전공의의 목소리가 없었겠느냐. 끊임없이 외쳤지만 그들은 우리의 말에 귀 기울여주지 않았다"며 "전공의들만의 진정한 파워를 갖기 위해선 노조의 필요성이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말 때가 됐다. 이제는 우리의 말을 듣게끔 하기 위해서라도 노조의 구성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B대학병원 소속 대의원도 "비대위보다는 노조가 갖는 파워가 더 크다"며 "이미 1년여 전부터 전공의 내부적으로는 노조가 필요하다는 주장들이 제기됐지만 의협 등이 확실히 동조해주지 않았던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노환규 회장 등이 노조의 필요성을 강조해준만큼 더욱 동력을 얻고 확실히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