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단체장 상견례를 시작으로 2013년도 수가협상이 본격 시작됐다. 이번 수가협상은 4조1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건강보험 누적금과 성과가 절실한 신임 단체장들의 복잡한 욕구가 얽혀져 있다.
올해 수가협상에 관한 최종 결정권자의 얼굴은 모두 바뀌었다. 김종대 건보공단 이사장이 지난해 11월, 노환규 의협 회장과 김윤수 병협 회장이 각각 올해 4월과 5월 취임했다. 기관장들의 수가협상 철학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현재 보건의료계의 주요 관심사는 건강보험 급여비용의 다수를 차지하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가 어떤 성과를 내느냐다. 두 단체 모두 4조 이상의 누적금을 근거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급자에게 양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건보공단은 현행 법률상 50%에 해당하는 누적금을 준비해야 하며 경기침체로 일시적인 누적금 흑자가 발생했다는 방어논리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수가협상에선 의협이 병협보다 다소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일차의료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명분이 공감대를 얻었다. 전임 복지부 장관들이 직접 사안을 챙겼다.
의협은 지난해 2.9%라는 다소 높은 수가인상률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존경받는 의사 등을 주장해온 노환규 회장이 취임하면서 의-정 관계는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협상 당사자인 건보공단과도 인터넷 댓글 논란으로 최악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환경이 수가협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의료계 내부에서는 정부와 건보공단이 의협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수가협상 당사자는 건보공단이지만 실상 복지부 의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의협에는 악재라는 분석이 있다.
의정 관계는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노환규 회장과의 면담에 난색을 보인 임채민 복지부 장관이 지난 27일 김윤수 병협 회장을 만난 것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온다.
의협은 기존과는 전혀 다른 개념의 수가협상 계획을 들고 나왔다. 2000명의 자문단을 구성해 수가협상 결과를 수용할 것인지 묻겠다는 것이다.
이 계획대로라면 수가협상 결과에 대한 집행부 부담이 줄지만, 신속한 의견수렴이 가능하냐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실제 의협 수가협상단 구성은 쉽지 않았다.
반면 명분보다 실익을 중시했던 병협은 지난해 수가협상이 결렬되면서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받았다. 2%대를 고수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1.7%는 최근 5년간 수가인상률을 볼 때 나쁘지 않았지만, 병협은 영상장비 수가인하 등을 이유로 높은 인상률을 기대했다.
하지만 병협의 파이가 워낙 크고, 일차의료 활성화라는 의제가 더 부각됐었다. 병협 수가협상단 관계자는 "중소병원의 여건이 정말 심각하다"며 "올해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으며 많은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병협은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의료계 일각에선 정부에 맹목적으로 협조한다고 비판하지만, 지난 27일 복지부와 병협 단체장의 면담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병협은 숙원사업에 관한 입장을 대거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더욱이 복지부 내부에서도 병협에 우호적인 시각이 있다고 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부가 특정단체를 외면하거나 밀어주는 식의 행동은 하지 않는다"며 "다만 병협과 정부의 관계가 의협보다 다소 부드러운 것은 맞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