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통합을 둘러싸고 한미약품그룹 오너들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을 둘러싸고 표(票) 대결이 펼쳐질 예정이다.
한미사이언스는 3월 11일 이사회를 열고 "오는 28일 경기 화성시 라비돌호텔에서 제51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기로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재무제표 승인의 건, 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을 표결한다.
주총에서는 이사 선임 건을 두고 표 대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한미사이언스 정관은 이사 구성을 '3명 이상 10명 이내'로 정하고 있다.
현재는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신유철·김유철·곽태선 사외이사로 이사진이 구성돼 있으며, 이번 주총까지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가 없어 6석이 공석이다.
이에 따라 보통결의 요건을 충족하는 이사 후보자가 6인을 초과할 경우 다득표순으로 최대 6인까지 선임될 예정이다.
송영숙·임주현 모녀 측은 ▲임주현 사장 ▲이우현 OCI그룹 회장 ▲최인영 한미약품 R&D센터장(전무) ▲박경진 명지대 경영대 교수 ▲서정모 모나스랩 대표 ▲김하일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교수 등 총 6명의 선임 안건을 상정했다.
임종윤‧종훈 형제 측은 본인 2명을 비롯해 ▲권규찬 DXVX 대표 ▲배보경 고려대 경영대 교수 ▲사봉관 변호사를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해달라고 주주제안권을 행사했다.
성공할 경우 임종윤 사장이 한미사이언스 대표에, 임종훈 대표가 한미약품 대표에 오르게 된다.
지분상으로는 송영숙·임주현 모녀 측이 앞서고 있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모녀 측이 19.85%, 형제 측이 17.69% 보유하고 있다.
이번 주총에서는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선택이 향후 이번 분쟁의 승패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신 회장은 임 창업주 고등학교 후배로 한미사이언스 지분 12.25%를 보유하고 있다.
이와 관련 송영숙 회장은 지난 8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개인 최다 지분을 보유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우군이 돼 줄 거란 느낌이 든다. 신 회장은 30년 전부터 가족처럼 지낸 사람이고 한미약품이 잘되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임종윤 사장은 "주주총회 표대결을 앞둔 상황에서 '느낌'으로만 대주주의 향방을 언급하는 것은 본인들에게 표대결을 유리하게 가져가려는 행위인 것으로 보인다"며 "신동국 회장과는 아직 협의가 안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주총을 앞두고 임종윤‧종훈 측이 수원지방법원에 제기한 한미사이언스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결과도 주목된다.
형제 측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으며, 모녀 측은 "제3자 유상증자 결정 당시 경영권 분쟁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특별 주주총회 사안이 아니라 이사회 의결로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으나, 임종윤 사장이 한미약품 사내이사에만 올라 있고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는 속해있지 않아 인용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수원지법 민사합의31부는 2차 심문을 마치고 오는 13일까지 추가 자료를 제출받기로 했다. 29일 한미사이언스 주총이 개최되는 만큼 그 전에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