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치료제 접종 여중생 '사망'···부작용 우려 '증폭'
전문가들 '지나치게 과장된 측면 있으며 오히려 독감 사망 더 경계' 주장
2019.07.12 05:03 댓글쓰기

금년 4월 전라북도의 한 병원에서 국내 N사 페라미플루 치료제를 접종한 여중생이 하루 만에 사망하면서 독감치료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주 완산경찰서는 지난 4월 29일 오전 2시경 중학생 A양이 호흡곤란 증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고 밝혔다.

A양은 전날 오후 2시경 머리가 아프고 열이 나 병원을 찾았고, 병원은 정맥 주사형 독감 치료제인 페라미플루를 처방했다.

병원은 A양이 B형 독감에 걸린 것으로 진단하고, 페라미 플루를 처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은 페라미플루 30cc를 생리식염수에 희석해 15분가량 맞은 뒤 항생제 등을 처방 받아 귀가했다. 이후 다음날 오전 1시 반께 갑작스런 호흡곤란 증세를 보인 뒤 결국 사망한 것이다.

독감치료제에 대한 논란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페라미 플루와 마찬가지로 독감치료제로 자주 쓰이는 ‘타미플루’의 경우 국외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종종 이상사례가 보고가 됐다.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16년 9월까지 타미플루 부작용 신고 건수는 총 771건 이었는데, 이중에는 사망도 3건이 포함됐다.

특히 지난 2016년에는 타미플루를 복용한 여중생이 아파트 12층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일본에서도 타미플루 복용 후 이상행동을 보이다 자살하는 사례가 있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15년까지 총 57명이 타미플루를 복용하고 숨졌고, 이중 16명은 16세 이하 청소년들이었는데 이상행동을 보이며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일본 후생노동성은 만 10~19세 청소년들에게 타미플루 복용 금지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로 인해 환각 같은 신경정신계 이상 반응 등 타미플루 부작용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더욱이 타미플루 부작용에 대한 사례가 심심찮게 알려지면서 최근 페라미플루 주사제 이용이 늘었는데, A양 사례가 페라미플루 이상반응 ‘첫 사례’로 인정받을 경우 독감치료제에 대한 공포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병·의원급부터 상급종합병원까지 독감치료제 다수 유통

타미플루는 먹을 수 있는 유일한 독감치료제로, 지난 2009년 세계적으로 유행한 신종플루 치료제로 주목 받으며 많은 환자들에게 쓰였다.

스위스 다국적제약사 로슈 타미플루 국내 특허가 만료되자, 국내 제약사들이 제네릭(복제약) 시장에 뛰어 들었고, 국내 제약사 52곳에서 복제약 163개가 출시됐다.

페라미플루는 타미플루 대신 다른 성분을 찾는 환자들이 늘면서 주목 받았다. 경구용 독감치료제는 5일에 걸쳐 평균 5~10회 복용해야 하지만 페라미플루는 링거형식으로 15~30분간 1회만 투여하면 치료 효과가 있어 편의성 있는 치료제로 꼽힌다.

단,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탓에 10만원가량의 약값을 환자가 온전히 부담해야 한다.

데일리메디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으로부터 입수한 ‘타미플루 캡슐 등 요양기관 공급현황’에 따르면 A양에게 접종된 녹십자의 ‘페라미플루주’ 유통 개수는 총 72만 7953개(지난해 기준)다.

세부적으로는 상급종합병원 5만 4597개, 종합병원 13만 2060개, 병원 9만 5122개, 의원 44만 6094개, 약국 80개 등이 유통됐다.

뿐만 아니라 한국로슈의 ‘타미플루캅셀’은 총 1436만 8740개, 한미약품 ‘한미플루캡슐’ 717만 7570개, 유한양행 ‘유한엔플루캡슐’ 200만 586개, 안국뉴팜(주) ‘애니플루캡슐’ 78만 2587개, 제일약품(주) ‘플루원캡슐’ 68만 6157개 등이 있다.

이처럼 독감치료제는 어느덧 우리에게 익숙해졌다. 이렇듯 빈번하게 사용되는 독감치료제의 이상사례 보고는 우리들로 하여금 ‘공포심’을 갖게 한다. 

더욱이 이제는 널리 알려진 타미플루 계열의 부작용으로 인해 이용이 증가하고 있는 페라미플루주 이상사례 보고여부는 ‘독감치료제 포비아’로 번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에 대해 대다수 전문가들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쉽게 말해 독감치료제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보다 독감에 의한 사망을 더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 B교수는 “독감치료제 부작용으로 죽는 사람 수와 독감으로 죽는 인원을 비교했을 때 어느 쪽이 더 많을 것 같냐”고 반문하며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이해하지 못 할 바는 아니지만 그 수치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잘라 말했다.

C교수도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독감이지, 독감치료제로 인한 사망은 아니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올해 1월 일본은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 유행으로 홍역을 앓았다. 당시 일주일 동안 의료기관 방문 환자 수를 바탕으로 한 추정치가 213만 명에 달할 만큼 대유행이었고, 이는 전국 47개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에서 모두 경보 수준을 초과한 수준이었다.

국내에서도 독감은 왕왕 문제가 됐다. 질병관리본부(질본)의 2014~2015년간 표본감시 자료에 따르면 인플루엔자는 12월 말경에 유행하기 시작해 연초인 2월 중순께 최고조에 이르렀다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이나 6세 미만의 소아가 인플루엔자에 감염될 경우 세균성 폐렴과 심부전증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도 높아진다. 심할 경우 근육염, 횡문근융해증, 심근염 같은 중증 합병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심평원이 지난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인플루 엔자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141만 8792명으로, 이중 10세 미만이 38.9%를 차지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자료는 인플루엔자 사망자의 95%가 50세 이상이라는 점을 보여주기도 했다.

“정부가 원인 밝혀야” vs “단 한 건 만으로 조사 어렵다”

일각에서는 독감치료제 부작용이 심심찮게 나타나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원인을 밝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재갑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타미플루 계열이 속 울렁거림 등이 있어서 최근 페라미플루주 사용이 늘고 있는 추세”라며 “이 때문에 정부가 원인 등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나 의약품관리원 등이 이상반응 신고 사례를 취합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떤 부작용이 있었고, 이중 심각한 게 있었는지 여부 등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며 “국민적 불안감이 있기 때문에 중증 부작용이 있으면 있다, 없으면 없다고 입장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당분간 페라미플루주 부작용 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조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전주 완산경찰서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전주 완산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부검결과가 나와야 A양의 사망이 페라미플루주 부작용에 의한 것인지 알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주 완산경찰서 관계자는 “아직 국과수에서 결과가 통보되지 않아 수사가 마무리 되지 않았다”며 “국과수 결과에 따라 다양한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도 “해당 약을 많이 처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의료기관에서 부작용 보고하면 데이터가 축적돼 조사나 분석을 할 수 있는 것이지 단 한 건 발생한 것만으로는 조사나 분석은 어렵다”고 답했다.

이어 “지금까지 페라미플루주 등 독감치료제에 대한 부작용은 사용상 주의사항에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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