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역사상 최악의 상황입니다. 온전한 것이 단 하나도 없습니다."
김영일 대전광역시의사회장이 최근 데일리메디와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한탄과 참담한 심경을 쏟아냈다.
지난 2월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취소 확대'를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한 결정을 두고 한 규탄이다.
올해로 5년째 대전시의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김 회장은 삭발을 하고 시위를 해야만 하는 의사들의 척박한 현실에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김 회장은 “비급여 보고 의무화, 수술실 CCTV 설치 등 의사들을 옥죄는 규제가 늘어나고 있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헌신해 왔지만 돌아온 것은 상(賞)이 아니라 벌(罰)이었다"고 개탄했다.
무엇보다 그는 '의사면허취소법'에 강한 우려감을 드러냈다.
간호법도 해결이 시급한 문제이지만 의사에게 직접적인 파장이 예상되는 것은 '의사면허법'으로 불리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의사면허취소법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이다.
현행 의료법은 의사면허 취소 사유를 '의료 관련 법령 위반'으로만 규정하고 있으나 해당 개정안은 이를 모든 법령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로 대폭 확대했다.
이를 두고 김 회장은 지나친 규제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직업수행 자유 침해하는 부당한 폭거"
"의료와 연관이 없는 민형사상법 과실로 의사면허 박탈 가능"
김 회장은 "의사면허취소법은 의료와 연관이 없는 민·형법상 과실로 면허를 박탈하는 악법"이라며 "이는 국민 건강권 수호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질타했다.
일례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의도치 않게 교통사고를 내거나 우발적으로 폭력에 휘말릴 경우 모두 면허취소 사유가 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의사도 평범한 한 인간으로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일반적인 과실이 있는데, 이로 인해 의사 자격을 박탈한다는 것은 타 직종과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모든 의사를 보호하자는 주장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살인, 성범죄 등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에 대해서는 적합한 처벌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다만 그는 "범죄 유형과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범죄로 면허취소 사유를 확대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인 직업수행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 부당한 폭거"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의료악법 저지를 위한 투쟁 수위도 높여가겠다는 각오다. 의협 회무 정지와 파업에 준하는 투쟁도 불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여러 의료악법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해 시도의사회장단 일원으로 책임을 느낀다"면서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와 적극적으로 공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