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헬스케어가 결국 '알약 디스펜서' 사업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스타트업 알고케어 제품을 도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지 5개월 만이다.
롯데헬스케어 측은 "불필요한 논란을 종식시키고 업계에 동반 성장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결정"이라면서 "영업비밀 탈취는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정부와 정치권에서 정식 제품 출시 전에 아이디어 도용 사례로 지속적으로 언급된 것에 롯데헬스케어가 부담을 느낀 것으로 분석했다.
롯데헬스케어와 알고케어의 기술 도용 공방은 지난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IT 전시회 'CES 2023'에서 롯데헬스케어가 내놓은 제품이 자사 제품 구조와 원리, 디자인 등 다양한 부문에서 유사하다고 주장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 대표는 롯데헬스케어가 2021년 협업을 위해 만난 자리에서 자사 영양제 디스펜서에 대한 사업 전략 정보를 획득하고 이를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롯데헬스케어 측은 즉각 반발했다.
롯데헬스케어 측은 "개별 카트리지를 장착한 영양제 디스펜서는 보편적 아이디어다"라며 "해외에서도 유사한 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뉴트리코', 미국 '히어로', 미국 '리비'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스라엘 뉴트리코는 2020년 CES에도 참가했다. 알고케어가 CES 2023에서 영양제 디스펜서를 선보인 시점보다 앞선 시기다.
또 롯데헬스케어는 사업 모델 역시 알고케어와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롯데헬스케어는 범용성에 초점을 맞췄고, 알고케어는 자사 생태계 조성에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으로 롯데헬스케어 영양제 디스펜서 '필키(Fillkey)'는 개별 포장된 필팟(Fillpot)에 다양한 제형의 알약을 넣을 수 있다. 특히 롯데 제품이 아니어도 가능하다.
반면 알고케어는 자사 제품만 사용할 수 있다.
또 롯데헬스케어 "필키는 다회용·분리형으로 제작돼 일회용·일체형인 알고케어보다는 뉴트리코나 미국 리비 등의 제품과 오히려 더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이유들로 롯데헬스케어 측은 사업은 철회했지만 기술 도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알고케어 측은 롯데헬스케어 반박은 거짓이며 기술 도용은 명백한 사실이라는 입장으로 맞서왔다.
평행선을 달리던 이들의 갈등은 롯데헬스케어가 관련 사업에서 철수하고 알고케어가 이를 수용하기로 하면서 합의에 이르게 됐다.
정지원 대표는 지난 7일 열린 '스타트업 기술 탈취 피해근절 민당정 협의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정 대표는 합의된 내용으로 ▲롯데헬스케어 관련 사업 철수 ▲스타틑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기금 공동명의 기탁 ▲사업 협력을 위한 양사 간 노력 등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