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납품업체 차려 수백억원 남긴 병원장 무죄
'220억원 부당청구 사건' 사기죄 입증 실패…검찰 '항소할 것'
2013.02.24 19:40 댓글쓰기

(안산·서울=연합뉴스) 이복한 하채림 기자 = 유명 관절전문 병원장이 의료기기 중간 도매상을 직접 차리고 가격을 부풀려 자기 병원에 납품토록 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죄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건강보험 당국은 이번 판결로 의료기기 가격거품 제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우려했다.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김세윤)는 건강보험 진료비 220억원을 부당하게 받아낸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기소된 힘찬병원 네트워크의 이수찬 대표원장과 친척 등 3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보건당국 "의료기기값 거품빼기 무력화 될라" 우려

 

이 원장 등은 업체 2곳을 2005년과 2009년에 설립하고 힘찬병원에 수술재료를 비롯한 의료기기를 납품하려면 이 중간납품업체들을 반드시 통하도록 했다.

 

중간납품업체는 의료기기업체들로부터 치료재료 가격의 10∼20%에 해당하는 금액을 판매대행료나 용역수수료로 받았고, 2007년 11월부터는 많게는 40% 할인된 가격에 제품을 구입한 후 병원에는 건강보험 등재 가격으로 납품했다.

 

중간납품업체는 이런 방식으로 챙긴 수백억원의 차익 중 55억원을 이 원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상원의료재단에 기부했고 힘찬병원 부지 매입에도 174억원을 썼다.

 

검찰은 "의료기관이 치료재료의 실제 구입가로 치료비를 청구토록 한 국민건강보험법을 피고인들이 위반해 건보재정과 환자에 손해를 입혔다"며 지난 2011년 기소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지난 22일 선고에서 법원은 "피고인이 두 업체에 강한 지배력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나 완전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사무실과 직원이 다르고 세금도 별도로 납부하므로 독립적 법인이며, 병원이 이득을 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의료기관 개설자가 독점 납품업체를 만들어 이용을 강제하는 행위가 의료기기법에 금지돼 있지 않다는 이유를 덧붙였다. 의약품의 경우 약사법상 이런 행위가 금지돼 있다.

 

수원지검은 이번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할 뜻을 24일 밝혔다. 판결을 접한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당혹해하는 반응을 보였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이 원장이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데 '완전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고 국민의 일반적 법상식에도 배치된다"고 말했다.

 

중간납품업체, 이른바 '간납업체'를 이용한 탈법 리베이트를 근절하고 의료기기 가격 거품도 빼려고 했던 복지부의 계획에도 제동이 걸렸다.

 

복지부 관계자는 "병의원이 의료기기에서 이윤을 남기지 못하도록 한 '실거래가상환제'를 무력화할 수 있는 판결"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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