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잇단 마약 복용 범죄···'사전통제 시급'
의사·간호사, 환자 진통제 빼돌려 투약···식약처 '통합관리시스템 구축'
2016.09.01 05:25 댓글쓰기

의료인의 ‘의료용 마약’을 투약하다 적발되는 사례가 끊이지를 않으면서 허술한 마약류 관리체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국립의료기관인 동남권원자력의학원 간호사 A씨는 마약성 진통제인 ‘페치딘’을 빼돌려 자택에서 투약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A씨는 올해 3월경 의사 ID와 비밀번호를 도용해 병원 전산망에 접속한 뒤 암환자에게 처방한 것처럼 허위 기록을 작성했다. 페치딘 엠풀 4개를 빼돌려 자신에게 직접 투약한 것이다.


병원은 징계위원회를 열어 A씨와 함께 관리 책임을 물어 담당 수간호사를 보직 해임했다.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책임자 등을 추가 문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마약류 관리시스템 개선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 7월15일 국립대학교병원인 화순전남대학교병원 수간호사 B씨도 페치딘을 뺴돌려 상습 투약해 오다 경찰에 적발됐다.


B씨는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환자에게 직접 투약하겠다며 약제부서에서 페치딘을 처방받아 약을 빼냈다. 환자 20여명에게서 한 환자 당 많게는 진통제의 3분의 1을 빼돌린 뒤 집에서 직접 투약했다.
 

대구 소재 요양병원장 C씨도 금년 5월 자신의 병원에서 페치딘을 몰래 빼내 투약해 온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C씨는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약 2개월간 자신의 병원에서 페치딘 앰풀 90개를 몰래 빼내 6개를 투약하고 나머지 84개는 폐기 처분했다. 


그는 마약성 진통제 용기에 붙은 라벨과 일반 진통제 라벨을 바꿔 붙이는 수법을 썼다. 해당 병원 약사가 올해 1월 진통제 라벨에 표기된 용량과 실제 용량이 다르다는 사실을 신고하면서 범죄가 드러났다.


의료인 마약 사범은 매년 증가 추세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 간 적발된 마약류 사범은 3만184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의료인은 총 635명으로, 2010년 83명, 2011년 127명, 2013년 172명으로 늘고 있다.


마약류 취급기관인 의료기관에서 마약 불법 반출에 따른 범죄가 발생하고 있지만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부재하다.

서울 강남 소재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의사로서의 양심과 윤리의식 때문에 안할 뿐이지 인력 통제가 가능한 개인병원에서는 작정하고 마약류를 빼돌리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귀띔했다.

마약류 취급자인 의사도 처방전 없이 환자에게 마약류를 투약, 교부하거나 처방전에 품명과 수량을 정확히 기재하지 않을 경우 마약류 관리법에 처벌받지만 내부에서 신고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범죄가 수면으로 드러나기 어렵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대량 구입해 오·남용이 의심되는 의료기관은 검·경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의협·병협 등 유관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윤리의식 제고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현재 시범사업 중인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오남용을 사전 예방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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