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 활성화 정책, 탁상공론에 속 빈 강정" 비판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현장 의사들 의견 반영 안된 기본계획, 실효성 의문"
2023.02.11 06:18 댓글쓰기

정부가 응급의료 활성화 정책 추진 계획을 발표한 것 관련, 당사자인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탁상공론"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일선 현장에 있는 의사들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실효성이 부족한 정책이라는 평가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10일 "보건복지부가 올해부터 향후 5년간 추진할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에 대해 '속 빈 강정'과 같은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정부안은 '전국 어디서나 최종치료까지 책임지는 응급의료' 구축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 및 병원 간 연계·협력 강화, 지역별 상황 반영한 응급이송체계 마련 등이 추진된다.


응급의료 인프라의 양적 확충 및 질적 개선을 통한 지역완결적 응급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현장·이송 단계, 병원 단계, 전문분야별 대응, 응급의료 기반 등 4개 영역, 총 16개 과제를 제시했다.


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장은 "향후 5년간 정부가 응급의료를 어떻게 키워나갈지 계획을 담은 정책안을 보면서 아쉬움이 컸다"며 "'전국 어디에서나 최종치료까지 책임지는 응급의료'를 목표로 내세웠는데, 일견 맞는 방향인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응급의료 목표는 빠른 환자 분류와 적절한 처치 및 치료 등 일차 관문 역할을 하는 것이지 최종 치료까지 고려하는 것은 어렵다"며 "실제 이번 응급의료 기본계획에 영향을 준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에서도 응급실은 신속한 프로세스로 적절히 대응했다"고 덧붙였다. 


"지역응급의료기관을 24시간 진료센터로 운영, 심각한 부작용 초래"


그는 "정부가 '권역'에서 '응급 중증도'를 기준으로 응급의료 전달체계를 개편한다고 해서 응급실 과밀화를 비롯한 응급의료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지 의문"이라며 "특히 지역응급의료기관을 24시간 진료센터로 운영하겠다는 정책은 탁상공론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취약지와 지역에서 응급의료의 1차 역할을 담당하는 지역응급의료기관 대신 24시간 진료센터로 기능을 축소하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증급의료센터에 경증환자가 방문할 수 있듯이 지역응급의료기관 역시 중증응급환자가 방문할 수 있어야 하고, 지역응급의료기관 기능을 확대해야 상급의료기관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또한 지역 내 병원 간 순환당직제 및 응급의료 종합상황판을 이용자별 정보 제공 플롯폼으로 전면 개편하는 응급의료 정보체계 선진화 등도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제도로 분석했다. 


권역 내 순환당직제는 이미 시행되고 있지만 낮은 보상으로 참여가 저조했고, 응급의료정보시스템 강화로 응급실 현장에서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입력해야 하는 부담까지 더해진다는 것이다. 


의사회는 "이 같은 정부안이 실효성을 담보하려면 정책 논의 과정에서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목소리가 반영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형민 회장은 "종합선물세트 같이 모든 게 담겨 있지만, 따지고 보면 제대로 된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현재 전국 단위로 대응해도 힘든 응급의료체계를 지역 완결형으로 구축한다는 계획이 얼마나 현실성이 부족한지 정책당국자들이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응급의료 기본계획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정책 결정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그러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라는 이유로 자문 역할만 하고 있는데, 응급의료체계 개선이 이뤄지려면 실제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의사들 의견이 적극 반영되는 구조로 전환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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