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의료 유효기간은 이제 15년 남짓 남았다."
전공의 단체가 건강보험 제도 개혁 없이는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한 필수의료의 붕괴를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 했다.
지난주 정부가 의료계와 의사 인력 확충에 합의하고, 주말에는 문을 닫으려는 소아청소년과 개원의들을 대상으로 미용·통증 클리닉 개업 노하우를 공유하는 학술대회가 열린 상황에서 내놓은 입장이다.
12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회장 강민구)는 입장문을 내고 "소아청소년과 진료 대란 등 필수의료 붕괴 근본 원인은 건강보험제도 구조 문제에 있다"고 지적했다.
대전협은 "단기적으로 소아청소년과, 뇌혈관수술 등 기피 분야 보상을 확대하는 한편 중장기책도 고민해야 한다"며 "의대 정원을 확대해도 최소 10년 뒤 늘어난 의사 수가 배출되지만 건보제도 개혁은 그보다 시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단일보험자의 비대화로 구매계약 기능이 마비돼 일방적인 정책만 추진되고 있고, 보험자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게 대전협이 진단하는 문제점이다. 보험자가 두 개 이상이라면 소아청소년과 진료대란이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대전협은 '다보험자' 전환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대전협은 "우리나라 건보는 단일보험 체계 내에서 가격 수준을 결정하는 위원회의 공익위원 다수가 정부기관이 임명 또는 위촉한다"며 "의사결정 불투명성과 위원 구성이 모순돼 의료서비스 공급자가 일방 정책 추진에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대전협은 해외 선진국 사회보험 사례를 소개했다.
일례로 일본,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은 다보험자 제도를 채택하고 있고, 독일의 경우 전국민 보험 강제가입은 유지하면서도 국민이 보험자를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참고할 수 있는 '이원화 민간진료' 모델도 해결책으로 추천했다. 기피 분야 공급에 대한 지원 및 유인책을 확대하자는 취지다.
대전협은 "중증응급의료, 소아, 분만 등에 대해 이원화 민간진료를 도입해 기피 분야 공급자에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며 "보험자 간 경쟁 부재 속에 국민건강보험공단 노력만으로는 급여 진료영역 혁신이 필요한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의지대로 의사 수를 늘려도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은 의사 자율의 문제기 때문에 필수의료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게 대전협 입장이다.
대전협은 "우리 사회가 의사 수에만 여념이 없는 와중 오늘도 소아청소년과 기피는 가속화되고 있다"며 "정부와 보험자가 필수의료에 투자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의사 자율성을 보장해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된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