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중앙의료원 서은석 전문의 |
특히 국립중앙의료원 서은석 전문의는 여성 전문의가 적은 정형외과임에도 불구하고 ‘가업’을 잇고 있는데, 심지어 아버지 서재곤 교수와 세부 전공이 슬관절인 것도 같다. NMC 서은석 전문의를 만나봤다.
“정형외과를 꼭 해야 한다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할아버지, 아버지 뿐 아니라 고모와 이모부까지 의사”라는 서은석 전문의는 ”정형외과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집안 요구가 아닌 자연스러운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1남 1녀인데 남동생은 의사가 아니다”라고 소개했다.
그렇다면 의사, 그것도 정형외과를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서은석 전문의는 ”재미”라고 말했다. “인턴 시절 정형외과에서, 들어올 때 못 움직이던 환자가 나갈 때는 스스로 걸어가는 것을 보니 신기하고 재미있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역시 궁금해진다. 의사로서 자신이 하던 일을 자식, 그 것도 남성들 전유물 같은 정형외과를 한다는 데 관심이 없을 부모가 있을까.
“전공 선택을 할 때 정신과, 내과, 외과, 정형외과 등에 대해 집안 분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그런데 다른 과는 어떤 단점이 있다고 이야기한 반면 정형외과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었다”며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은근히 바라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며 웃었다.
“아버지와 첫 수술”
할아버지 서광윤 교수는 한국에 재활의학을 들여온 정형외과 원로이고 아버지 서재곤 교수는 정형외과 슬관절 전공이 생겨날 당시 초창기 멤버다. 일을 하면서 도와주거나 학계에 부친 또는 조부 지인들과 연관된 에피소드들이 있을 법하다.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첫 수술을 할 때 아버지가 곁에 있었다. 첫 수술 때는 당황할 수도 있지만 믿음이 갔다”며 “믿는 구석이 있으니 과감하게 해 볼 수 있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또 서울대 의국에 지원서를 넣을 때는 아버지를 아는 면접관으로부터 “정말 아버지가 정형외과를 가라고 허락했느냐는 질문을 듣기도 했다”고 전했다.
국립중앙의료원과의 인연
부친과 공통점은 또 있다. 서은석 전문의가 현재 근무하고 있는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서재곤 교수는 과장을 역임했던 것. 또 병리과 서정일 과장은 서은석 전문의의 고모다.
서은석 전문의는 “1990년 초 중학교에 다니던 당시 아버지가 근무하던 국립중앙의료원 의료진들과 스키를 타러 가기도 했다”며 “지금도 아는 분들이 있다”고 유대감을 드러냈다.
유대감 뿐 아니다. 서은석 전문의는 “국립중앙의료원이 아니라 대학병원에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경험을 쌓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자들이 의료진에 대한 경력을 꿰차고 품평하는 시대인 만큼 경력도 없고, 여성인 자신이 설 자리가 없었을 것”이란 추측이다.
“여성이란 것이 오히려 장점”
반면 의료급여 환자들이 많은 국립중앙의료원에서는 편견 없이 진료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할머니들은 여성 의사를 더 좋아하기도 한다. 남자 의사들은 어려운 면이 있어 할 말을 못하곤 하는데 여성이라 좀 더 쉽게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수술을 200례 정도 했고 자신감도 많이 붙었다”고 덧붙였다. 장점은 또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여자가 어려운 공부를 했다며 손을 잡아주거나 가끔 요구르트나 반찬 등을 가져온다는 것. 그는 “최근 환자들은 언성을 높이고 항의하기 일쑤지만 국립중앙의료원은 정(情)이 넘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서은석 전문의는 “전공을 선택할 당시 부모가 자식에게 나쁜 길을 가라고 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역시 해보니 좋다”고 말했다.
“여자라고 해서 특별히 나쁜 점도 없고 오히려 산부인과에서 여자 의사를 찾듯 장점이 있다”며 “나중에 자식들도 혹 의사가 돼서 정형외과를 한다면 말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