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막치환술이 필요한 환자 연령에 따라 어떤 인공판막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에 관한 국내 가이드라인이 처음 제시됐다.
서울아산병원은 심장혈관흉부외과 김준범 교수, 심장내과 김대희 교수팀이 심장판막 치환술을 받은 2만4000여 명의 나이와 판막 유형에 따른 생존율을 비교 분석한 결과를 8일 발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동맥판막 치환술의 경우 65세 미만, 승모판막 치환술의 경우 70세 미만일 경우 조직판막보다 기계판막을 사용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
이번 연구는 국내 대규모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행된만큼 인공판막 선택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심장판막은 혈액이 한 방향으로 일정하게 흐르도록 도와주는 얇은 막이다. 노화, 염증 혹은 선천적 기형 등으로 판막이 원활하게 개폐되지 않으면 호흡곤란 및 가슴 통증, 실신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방치할 경우 폐부종, 심정지 등 합병증으로 사망 위험이 높아져 기존 판막을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는 심장판막 치환술이 시행된다. 이때 인공판막은 기계판막이나 조직판막 중 환자의 나이나 성별 및 상태에 따라 선택한다.
기계판막은 한 번 시술하면 반영구적이지만 혈전 위험이 있어 항응고제 복용이 필요하고, 조직판막은 항응고제를 복용하지 않아도 되지만 15~20년 정도 수명때문에 재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대개 젊은 연령대 환자는 기계판막을, 고령자는 조직판막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를 구분하는 연령 기준점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해외 데이터이기 때문에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었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를 활용해 2003년부터 2018년까지 심장판막 치환술을 받은 환자 2만4,375명의 나이와 인공판막 종류에 따른 사망 위험을 비교, 분석했다.
연령에 따라 조직판막과 기계판막 사망위험 비율 다르게 분석
우선 대동맥판막 치환술을 받은 환자를 연령대별로 판막 종류에 따른 사망 위험을 분석한 결과, 조직판막 환자가 기계판막 환자에 비해 40~54세에서는 사망 위험이 2.18배, 55~64세에서는 1.29배 높았다. 반면 65세 이후부터는 조직판막 환자가 기계판막 환자에 비해 사망 위험이 약 1.23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승모판막 치환술의 경우 조직판막 환자가 기계판막 환자에 비해 55~69세에서는 사망 위험이 1.22배 높았다.
대동맥판막과 승모판막 모두 치환한 환자도 조직판막 환자가 기계판막 환자 대비 55~64세에서는 사망 위험이 2.02배 높았다.
김준범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심장판막 치환술에서 어떤 인공판막을 사용할지 결정하는 건 매우 중요하면서도 까다로웠지만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인공판막 선택의 국내 연령 기준이 서구 기준보다 약 5~10세 높은 만큼 국내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심장판막 질환자들을 더욱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의학협회 저널인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 피인용 지수 13.360)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