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혈액 한방울로 동맥경화 진단"
김준기·강수진 교수팀, 가능성 제시…라만분광·AI 기술 활용 동물실험 성공
2023.05.30 10:25 댓글쓰기



[사진설명] (좌측)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김준기 교수, (우측)심장내과 강수진 교수

국내 연구진이 라만 분광법과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혈액 한 방울로 동맥경화 중증도를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융합의학과 김준기·심장내과 강수진 교수팀이 최근 동맥경화 동물모델을 통한 전임상 시험에서 비표지 표면 증강 라만 분광법(SERS)과 인공지능 통계처리 기술을 활용해 동맥경화의 중증도를 진단하고 분류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30일 밝혔다.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은 동맥혈관 내벽에 지방이 들러붙어 동맥이 좁아지고 탄력이 떨어지는 특징을 갖고 있으며 전 세계 사망 원인 중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동맥경화 위험도를 계층화하고 대응하는 기준법을 처음 제시한 데 의의가 크다. 


그동안 혈청 바이오마커를 이용해 동맥경화 발생을 조기에 식별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고령이나 고혈압, 흡연, 비만, 당뇨병과 같은 전통적인 요인은 낮은 특이성을 나타내고, 저밀도 지단백(LDL) 콜레스테롤 수치나 C-반응성 단백질과 같은 바이오마커는 동맥경화 발생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심장 트로포닌과 크레아틴 키나아제-MB(CK-MB)는 급성 심근경색 진단의 핵심 바이오마커이지만, 사후 마커로써 조기 진단하기는 어려웠다.

 

연구팀은 단백질이나 싸이토카인, 엑소좀 등과 비슷한 크기인 나노미터 바이오마커를 진단 마커로 삼는다면, 혈액 한 방울만큼 적은 양의 샘플에서도 표적이 존재할 확률이 매우 높다는 점에 착안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에 활용한 기술은 나노 바이오마커를 표적으로 하는 진단 센싱칩이다.


센싱칩은 내부에 나노다공성 공간이 있어 혈액 내 나노바이오마커를 필터링하고, 필터링 된 표적의 광신호를 금속 재질의 내부 표면을 통해 증폭시킨다.


광신호 증폭은 금이나 은처럼 표면이 거친 금속의 플라즈몬 공명 현상에 의해 일어나는데, 이를 라만분광 신호에 적용해 바이오마커를 검출하는 것이 바로 비표지 표면 증강 라만 분광법(이하 ‘SERS’)이다.

 

연구팀은 지질분해 효소를 활성화하는 아포지단백 E를 결손시킨 유전자 조작 마우스를 대상으로 왼쪽 경동맥 일부를 외과적으로 결찰하여 죽상동맥경화증을 유도했고, 이후 소동물 자기공명영상과 면역조직 염색화학법을 통해 동맥경화 여부를 검증했다.

 

이렇게 검증된 경증, 중증의 동맥경화 모델 쥐와 대조군 쥐에게서 혈액을 채취한 다음 나노 바이오마커 검출용 SERS 칩 위에 혈액 한 방울(5uL)을 올려놓아 라만신호를 획득했다.


이후 주성분 분석(PCA)과 기계학습 알고리즘 중 하나인 기능성분지도(PLS-DA) 메커니즘을 라만신호에 접목시켰다.

분석 결과, 라만 스펙트럼의 주성분 공간에서 대조군과 경증, 중증 질환군을 순차적으로 잇는 벡터를 도출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벡터를 따라 질환군 데이터가 그룹화되는 것과 데이터 그룹화에 기여하는 라만 스펙트럼 피크 값을 확인했다.

 

인공지능 기술 응용성도 검증됐다. 주성분 분석 기반 진단 정확도는 94.5%였으며, 기계학습 알고리즘 활용 정확도는 97.5%로 나타났다.

 

김준기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나노 소재 특성을 활용한 SERS 진단칩을 통해 동맥경화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라만 신호 패턴을 얻을 수 있었다"며 "혈액 한 방울 속 나노 바이오마커로 동맥경화의 중증도를 판별할 수 있어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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